반야봉의 구절초향기에 취하던 날.. (지리산)
걸었던 날 : 2006. 9. 10.(일)
꼭지(아내)와 지리산을 다녀왔습니다.
2박3일의 지리종주를 하고난 후 채 한달도 되지 않았지만
지리산은 그리움으로 갈증만 더해주는가 봅니다.
1박2일로 종주한다는 해병대부부를 성삼재까지 태워다 줄 겸
반야봉의 구절초향기에도 취하고
아직 미답지인 묘향대에서 뱀사골 이끼폭포구간도 답사해 보고 싶었습니다.
성삼재에 도착하니 새벽 3시30분
매표소에서는 정확하게 3시45분에야 입장을 시키는군요.
드디어 지리의 산문이 열리고
일련의 종주꾼들이 후다닥 지나가고 노고단을 향한 넓은 돌길은 우리들의 차지가 됩니다.
환한 달빛과 동무하며
오랜만에 바라보는 하얀 달무리와 은하수..
“지리산에 가면 유난히 별이 많다던데..” 어느 산님의 독백이 생각납니다.
소쿠리에 쓸어 담고 싶을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이 아름답습니다.
노고단 고개에 오르니 쌀쌀한 새벽바람이 전신을 파고듭니다.
입에서는 연신 하얀 입김이 새어나옵니다.
지리산에 가면 추워도 춥지 않고 더워도 덥지 않고
감격하여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습니다.
추워서 옷깃을 세웁니다.
“왜 이런 고생을..”
상념이 잠시나마 나를 혼돈하게 했지만 결코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임걸령 샘(변함없는 지리의 마음)
▲노루목에서 바라본 왕시루봉
▲노고단방향의 조망
▲노루목에서 노고단방향으로 지나온 길을 바라보는 해병대부부와 꼭지
임걸령샘터를 물들이고 있는 부드러운 새벽빛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표주박안으로 요술물감에 젖은 하늘이 보입니다.
형형색색 살아움직이는 하늘
보라색 구름 한 점 낮은 걸음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리의 깊은 골과 능선들이 맑고 투명한 햇살에 더욱 윤곽이 뚜렷해집니다.
어디선가 새벽바람이 나직하게 속삭입니다.
“노루목을 지나칠 때에는 꼭 반야봉에 올라보세요.”
“반야봉을 빼먹으면 나중에 후회할 걸.”
종주길이 바쁜 해병대를 달래어 반야봉을 오릅니다.
반야봉사면에 화원동산을 이루고 있는 구절초
못내 아쉬워 다시 뒤돌아서면
쑥부쟁이와 산오이풀이 손을 흔들고
불무장등과 왕시루봉은 세찬바람에도 거산답게 고요하기만 합니다.
흩어졌던 흰 구름이 그들에게 다가갑니다.
언제 보아도 그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노루목에서 반야봉 가는 길의 구절초와 산오이풀
▲뒤돌아본 왕시루봉
▲반야봉사면의 화원동산
▲반야봉을 오르다 다시 뒤돌아본 풍경
▲반야봉의 돌탑
▲반야와 천왕과의 숨바꼭질
반야봉에는 새로 쌓은 돌탑이 있습니다.
문득 거기에는 人生의 오묘함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욕심이 사라지면 편안해지는 인생의 진리
소박한 인생이란 높은 곳으로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것 보다 버리는 것이 많아야 하니까요.
이제 쌓기를 멈춘 반야의 돌탑..
그 위로 꼭지가 또 돌을 하나 얹어 놓습니다.
자식을 위한 엄마의 마음입니다.
돌탑은
멀리 노고단과 왕시루봉을 바라보고 있지만
오늘은 고개를 돌려 천왕과 그리움을 나누려는가 봅니다.
하지만 천왕은 삐쳤는지 구름 속에 꼭꼭 숨어버렸네요.
이제 해병대와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해병대부부는 삼도봉을 향해 우리는 묘향대를 향해 반야봉을 내려섭니다.
“출입금지” 팻말에 잠시 망설여지지만 발을 들여놓습니다.
비지정구간을 산행하는 죄책감도 목책을 타 넘는 순간의 망설임속에 묻혀져 갑니다.
오늘도 죄인입니다.
“언제 쯤 우리는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중봉헬기장과 묘지(우측이 묘향대 가는 길)
▲묘향암
▲묘향대
▲원시림속의 너덜길
▲이끼폭포 상류의 이끼와 무명폭포
▲뱀사골의 이끼폭포
▲뱀처럼 길고 꼬불꼬불하다는 뱀사골 계곡
반야중봉에서 묘향대
묘향대에서 이끼폭포까지도 길은 뚜렷했습니다.
묘향대에서 2시간가까이 너덜지대와 낙석지대를 지나 이끼폭포에 도착하니
순한 햇살이 이끼의 속살까지 환히 비추고 있었습니다.
연록의 향연..
폭포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포말로 이끼위로 부서져 내렸습니다.
옛날 사진속에서 보았던 그 황홀한 전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고한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이끼폭포의 순결한 아름다움과
긴 여운은
반선에 이를 때까지 우리의 가슴에 잔잔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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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경로 -부산일보 산&산에서 발췌-
걸었던 길..
03:45 성삼재 매표소 -산행시작-
06:07 임걸령
06:50-07:05 노루목
07:50 반야봉
08:05 중봉갈림길
08:35 묘향대
10:00 심한 너덜지대와 낙석지대
10:45-11:05 이끼폭포
12:10 철다리 입구
12:24 제승대
14:15 반선 -산행종료-
총 산행거리 : 약 16km / 10시간 30분
누구와 : 꼭지(아내)와 둘이서 / 해병대부부는 반야봉까지 동행
차량회수 : 택시 30,000원 (반선⇒성삼재)
- 끝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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