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우리말과 옛글

봄에 빛나는 한시 정지상의 송인(送人)2

산사랑방 2011. 3. 27. 09:42

 

2011. 3. 27.

 

이른 아침, 함지산에서 봄을 만났다. 땅에는 서릿발이 돋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노란꽃을 피운 생강나무가 팔공산에 기대어 객을 반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은

만남과 시작을 의미하지만, 봄은 너무나 잠깐이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그래서일까. 옛 선인들도 봄을 기다렸음이니

 

 그 대표적인 시인이 정지상(鄭知尙, ?~1135)이다.

 

 

 

 

송인(送人)2

                                                          鄭知尙

 

庭前一葉落 (정전일엽락) 

床下百蟲 (상하백충비)

忽忽不可止 (홀홀불가지)

悠悠何所 (유유하소지)

片心山盡處 (편심산진처)

孤夢月明 (고몽월명시)

南浦春波綠 (남포춘파록)

君休負後 (군휴부후기)

 

 

뜰 앞에 잎 하나 떨어지고

마루 밑에 온갖 벌레 슬피우는데

홀홀히 떠남을 말릴 수 없네만

유유히 가면서 어디로 향하는가?

한 조각 마음은 산이 끝난 곳으로

외로운 꿈은 달 밝을 때에나

남포에 봄 물결 푸를 때면

그대는 훗날의 기약을 잊지 말게나.

 

 

국문학자들에 의하면 위의 시가 천년을 두고 품격있고 아름다운 시로 인정받고 있는

데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작품에 쓰인 운(韻)을 보면 '悲', '之', '時', '期', 가

모두 평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支'자 계열에 들어가는 글자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2, 4 , 6, 8 구의 끝자는 운을 맞추어야 한다는 한시의 구성원리를 철저히 지킨 작품

이라는 평가다.

 

또한 위의 시는 기승전구도 모두 대구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어서 첫구 나뭇잎

지는 것과 벌레가 우는 소리는 시각과 청각의 대구를 이루고, 다음은 남음과 떠남이 대구

를 이루고, 마지막 전구는 하늘과 땅, 꿈속과 현실이 서로 맞짝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한시의 오묘함

 

정지상의 '送人'을 '천년의 사랑'으로 고쳐 부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