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우리말과 옛글

이규보의 '우물 속의 달을 보고'

산사랑방 2010. 11. 29. 09:21

 

진리란 무엇인가?

 

이규보는 장황한 설명없이 이를 단 넉 줄의 시로서 압축했다.

진리란 물병 속에 길어 담은 달빛과 같은 것... 색은 곧 공이요

공은 곧 색이라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불교의 진리를 담았다.

 

물은 색이요, 달빛은 공이다. 병(甁)은 세상을 의미할 수도 있다.

물을 비우면 달빛은 사라진다. 반대로 물이 있으면 달빛도 존재한다.

 

 

 

 

山夕吟井中月(산석음정중월)

 

                                               - 李  奎  報 -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산속의 스님 달빛이 너무좋아

竝汲一甁中(병급일병중)  물병 속에 고이 길어 담았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절에 돌아와 그때서야 깨닫고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병을 기울이니 달은 사라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