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우리말과 옛글

정습명의 석죽화(石竹花)

산사랑방 2011. 3. 26. 15:32

 

정습명(? ~ 1151)은 정지상과 더불어 고려초 이름을 떨친 문인의 한 사람이다.

포은 정몽주의 선조이기도 한 그는 의종의 잘못을 거침없이 간하다가 왕의 미움

을 사게 되었다. 의종을 잘 돌보라는 선왕 이었던 인종의 부탁도 있었는지라 왕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자 결국 극약을 먹고 자결함으로서 자신의 뜻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石竹花'는 옛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쓰고 다녔던 패랭이처럼 생겼다 하여 우리

조상들은 패랭이꽃이라 이름지었지만 중국에서는 '석죽화' 또는 지여죽(枝如竹),

산죽화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이 꽃의 줄기가 어린 대나무와 흡사하다 하여 붙여

진 이름이라 한다. 그렇다면 정습명은 석죽화를 닮고자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석죽화는 선비의 기개가 있으면서도 너무나 서민적인 꽃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모란보다는 거친 초야에 한떨기 피어나는 석죽화이고 싶었으리라.

 

 

 

 

石竹花

                                   - 鄭襲明 -

 

世愛牧丹紅 세애목단홍

栽培滿院中 재배만원중

誰知荒草野 수지황초야

亦有好花叢 역유호화총

色透村塘月 색추촌당월

香傳壟樹風 향전롱수풍

地偏公子少 지편공자소

嬌態屬田翁 교태속전옹

 

사람들은 모란의 붉음을 사랑하여

뜰 안에 가득 가꾸길 좋아하지만

누가 알랴, 거친 초야에도

예쁜 꽃떨기 피어 있는 것을

그 빛 시골 연못속에 달빛 스민 듯하고

향기는 언덕 위 바람결에 실려오건만

궁핍한 시골이라 부귀한 이 오지 않으니

늙은 농부만 그 아름다움 즐기노라.

 

 

 

<백두대간 지리산의 술패랭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