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봄이 아름다운 것은.. 제18구간 (배너미평전-백화산-이화령)

산사랑방 2008. 12. 24. 16:02
 

                            

봄이 아름다운 것은.. 백두대간 18구간 (배너미평전-백화산-이화령)


                                                                        

2008.   4.   6. (일) 맑은 후 흐림

                                                                                

꼭지(아내)와 둘이서

                                               

일출 06: 05 / 일몰 18:52 / 음력 3.1

 


 


 

▲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 구간별 산행기록


06:05 은티마을

07:15-07:25 배너미평전

07:40 시루봉 갈림길

08:35-08:45 이만봉

09:00-09:10 곰틀봉

09:30 사다리재

10:24 981봉(뇌정산 갈림길)

10:42 평전치

11:50 백화산

12:10-12:30 중식

12:55 황학산

13:50 조봉

14:50 이화령


총 산행시간 : 8시간45분 (17.45km / 총 누적거리 368.89km)


▣ 대간종주 거리 : 14.55km(접근거리 제외) / 누적거리 331.89km (포항셀파 기준)

배너미평전→2.26←이만봉→1.10←사다리재→2.46←평전치→1.45←백화산→1.85←황학산→3.90←조봉→1.53←이화령


▣ 접근거리 : 2.90km (은티마을⇒배너미평전)

▣ 식수위치 : 배너미평전(계곡수)

▣ 위험구간 : 없음

▣ 교통 : 서대구I.C-가산I.C-상주(25번국도)-상주I.C-문경세재I.C-이화령까지 1시간40분(132km)

▣ 차량회수 : 이화령⇒은티마을 / 연풍택시 10,000원 ( 011-459-5206 )


*************************************



봄의 추억과 백두대간


오후에는 중부지방에서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그래도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비는 맞기 싫어 우의에 우산까지 챙겨 넣으며 호들갑을 떠니 내가 대간꾼이 맞나 싶다.

되도록이면 비가 오기 전에 산행을 끝내기로 하고 3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하여 집을 나선다.

그동안 꼭지(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오늘은 혼자 다녀와야지 했는데 먼저 일어나

따라나서겠다고 준비하니 대간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숨어있는 듯하다.


오늘은 어떤 풍경이 우리를 맞이해 줄까? 암릉과 로프구간도 있다던데 험하지는 않을까?

조망은 어떠할까? 진달래는 어느 능선까지 피어올랐으며, 야생화는 얼마나 있을까?

맷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할까? 사탕을 줄까, 우산을 펼쳐볼까, 아니면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갈까?

궁금한 모든 것들이 우리를 서두르게 만든다. 진정 대간의 매력이 이런 것인가?


자동차는 어둠을 가르고 달리는데 꼭지는 잠에 취해 고개가 돌아가 있고

내 생각의 파편들은 허공중에 흩어져 흙비처럼 내리니 잠시 지난 추억을 정리해 본다.

개인적으로 사계절중 4월과 5월을 가장 좋아한다.

낮이 길어서 산행시간이 늘어나서 좋고, 초목의 잎이 나오기 전이라 조망이 트여서 좋다.

온갖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나고 능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꽃길을 열어준다.

따뜻한 봄날이라 걷기도 좋으니 종주산행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 4월 첫 주

작년 이맘때는 영남알프스 실크로드에 푹 빠져서 두 달을 보냈다.

약 101km를 4구간에 나누어 하면서 참으로 행복했었다. 비학산에서 환상적인 운무도 보았고

가지산구간에서는 황사주의보속에 길을 나서기도 했다. 간월산의 진달래 꽃길과 신불산의 억새길(실크로드)

그리고 봄이 무르익었던 4월중순에 지나온 연록의 만어산구간은 더욱 잊을 수 없다.

거기다가 꼭지의 차량지원은 우리의 부부사랑을 더욱 두텁게 해주었다.


 


그 실크로드가 계기가 되어 꼭지와 백두대간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작년여름 우중에 지리산을 출발하여 꼭지가 덕유산 빼재에서 무릎부상으로 낙오되었으나

추풍령에서 함께하여 생사를 넘나들던 속리산구간을 넘어와 오늘은 이화령에 닿는다.

봄은 산과 들에만 생명을 불어넣고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게 아니었나 보다.

우리의 마음에도 꽃을 피우고 잎을 틔워 삶의 활력을 주었던 것이다.


4월말 경이면 연례행사처럼 치르던 수도-가야종주도 유혹을 한다.

과연 꼭지가 그 먼 거리를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문경휴게소에서 우동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연풍택시에 전화를 걸어 20분후에 이화령에서 만나기로 한다.

옛 국도를 꼬불꼬불 돌아 이화령고개 넓은 휴게소에 도착하니 약속이나 한 듯 택시도 도착하는데

지난번 택시기사분이 아닌 듯하여 전화 받으신 분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신다.


기사님이 어디로 올라가느냐고 묻기에 시루봉방향으로 간다고 하니

친절하게 포장도로 끝인 산행들머리까지 태워주신다. 걷기 싫어하는(?) 꼭지 당연히 좋아라한다.

어찌 보면 기사님의 작은 친절이지만 우리는 늘 작은 것에 감동하며 살아가지 않던가.

차에서 내리니 은티마을의 시원한 아침공기까지 합세하여 기분을 상쾌하게 하니

행복한 하루가 따로 없다.


06:05 은티마을 산행들머리

기사님께 고맙다고 인사하고 지난번 내려온 길 따라 계곡을 오르는데

커다란 산괴불주머니가 노란꽃을 흔들며 반겨준다. 봄이면 들녘 지천에 피어서 봄을 노래하는 산괴불주머니

박무로 인하여 조망은 별로지만 계곡 물소리 청아하게 감미로운 음악처럼 흐르고

허리 구부러진 채 제멋대로 자라났지만 우아하게 피어난 갯버들의 아름다운 자태에 절로 눈길이 가니

모든것이 아름답기만 하다.


계류를 벗어나 20여분 급경사를 치고 오르니

지난번에 하산했던 3거리 갈림길인데 지도상 배너미평전이라고 표기되어있는 곳이다.

등로는 시루봉에서 흘러내리는 계류를 끼고 우측으로 이어지는데

20여분 정글같은 길을 오르니 시루봉 갈림 길이다. 대간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이어진다.


동네 야산에는 진달래와 생강꽃이 활짝 피었지만 지금 이곳은 아직도 겨울이다.

은티마을 어귀에까지 찾아온 봄은 어디로 갔을까?

쑥 뜯으러 나선 은티처녀의 치맛자락에 안겨 낮잠을 즐기는지

아님 봉암사스님들의 몽둥이에 놀라 다시 뒤돌아갔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능선의 나무들에도 조금씩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진달래는 4월 중순이 넘어야 필 것 같고 생강나무는 조금씩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어서

1주일 후면 이곳에도 봄기운이 가득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산괴불주머니


 



▲이만봉 가는 길


 



▲뒤 돌아본 희양산


 



▲분적골 너머로 오늘 진행 할 이화령으로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과 멀리 주흘산과 부봉라인


 



▲지루함을 덜어주는 암릉구간

 


구조번호 제8지점 <이만봉40분/시루봉20분> 이정표에서 이만봉가는 길은

육산과 바위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펼쳐져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북진하는 대간길은 북쪽이 아니라 계속 아침햇살을 받으며 동쪽으로 이어진다.

드문드문 양쪽으로 조망이 트여서 지나온 희양산이 지척에 있는 것처럼 시야에 들어오고

우뚝한 주흘산영봉과 부봉도 희미하게 조망된다.


08:35 이만봉

꼭지와 잠시 휴식하고 이만봉을 내려서니 백화산으로 향하는 마루금과

우측에 벗어나 있는 뇌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또한 백화산에서 이화령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조령산을 지나 주흘산 부봉과 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서로 평행선을 긋는다.


운해님이 비유한 백화산을 기점으로 남자의 거시기를 닮은 분수령의 모양은

거대한 구렁이가 좌우로 몸을 틀며 기어가듯이 남동으로 향하다가 다시 동쪽으로 몸을 튼다.

아마 백화산을 지나면 어느 틈엔가 북서쪽으로 머리를 돌릴 것이니

대간길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풍경으로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만봉에서 15분여 진행하니 정상석없는 곰틀봉이 반기는데

조망이 좋아 또 쉬어 가기로 한다. 봉암사로 들어가는 가은읍 원북리가 시야에 들어오고

가야할 백화산까지의 꼬불꼬불한 마루금은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특별한 조망이 없는 이만봉


 



▲야생화가 많다는 뇌정산


 



▲조령산(좌)과 주흘산(우)


 



▲곰틀봉에서 내려다본 가은 원북리 풍경 


 



▲오늘은 웬일로 꼭지가 지도까지 펴든다. 늦바람 나면 더 무섭다던데??.


 



▲곰틀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가야할 백화산까지의 마루금


 



▲백화산 가는 길




 

▲노루귀


 



▲981봉(뇌정산 갈림 길)

 


예전에 고사리가 많았다는 사다리재에는

잡목만이 무성하지만 숨어있는 노루귀를 찾는 즐거움은 산행의 또 다른 맛이다.

이 고개는 연풍 분지리와 가은 원북리 한밤미마을을 이어주는 고갯마루였으나 지금은

가은쪽으로 길이 원시림에 묻혀 졌다고 한다.


사다리재에서 50여분 보물찾기 하듯이 숨어있는 들꽃들을 찾으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뇌정산 갈림길인 981봉이다. 사면에는 커다한 현호색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음 짓고 보라색의 노루귀도 솜털을 뽐내며 갖은 아양을 떤다.


10:42 평전치(平田峙)

이곳은 연풍 분지리(분적골)에서 가은읍 상내리로 넘어가던 옛 고개였는데

천주교박해 때 신자들이 평전치로 올라 백화산 일대 대간능선을 넘나들며 선교활동을 펼쳤던 곳이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대원군의 박해를 피해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몸을 숨겼던 첩첩산중

천혜의 은신처였다고 전하는데 지금은 연풍 분지리로만 길이 나 있다고 한다.


평전치(平田峙)에서 백화산가는 길은 재의 이름에 어울리듯이 능선이 모나지 않아

부드러운 사면에는 군락을 지은 원추리의 어린새싹들이 낙엽사이로 돋아나고 있고, 그 옆에는

봄나들이 나온 복수초 가족까지 방긋방긋 웃으며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백화산 오름길에서는 3명의 산님들이 신선처럼 가볍게 달려 내려오는지라

그 내공이 범상치 않아 보였는데 역시 산악회에서 온 대간꾼의 선두그룹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백화산에 올라섰는데 어! 이건 백화산 전위봉이었다.

진짜 백화산은 바로 건너편에 떡 버티고 서 있으니 그 허탈감에 맥이 쭉 빠지는 듯하다.

다시 봉우리를 내려가 급경사를 치고 오르는데 죽을 맛이 이 맛인가 보다.


며칠 전 장염 때문에 고생을 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금방금방 몸이 회복되곤 했는데 오늘은 걷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걱정했던 꼭지는 힘이 남아도는지 오히려 앞서서 쪼르륵 잘도 올라간다.

뒤를 돌아보니 희양산에서 지나온 능선들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저 길을 어찌 걸어왔나 싶어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고통도 다 잊게 해주니 그저 즐겁고 뿌듯하기만 하다.


 



▲부자 현호색?


 



▲노루귀 자매의 어여쁜 자태 


 



▲복수초  가족의 봄나들이 


 



▲저 만치 도망간 백화산


 



▲희양산에서 이어져 온 대간의 마루금




봄이 아름다운 것은


11:48 백화산

백화산은 문경 땅을 향해 살포시 내려앉는 봉황을 닮았다고 한다.

아마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이화령과 시루봉으로 뻗어내린 양 날개를 곱게 접으며

문경시내를 향해 곤두박질치는 듯한 형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내리와 뇌정산방향으로 조망을 즐기고 있는데 산악회 중간그룹의 대간꾼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한다. 너무 더워 온도계를 보니 20도를 가르친다.

1000m가 넘는 산정의 기온이 이정도니 완전히 여름 같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나

그늘도 전혀 없는 뙤약볕이라 가다가 먹기로 하고 정상을 내려선다.


20여분 내려와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고는 갈 생각을 않고

퍼질고 앉아 있으니 꼭지가 오늘은 웬일로 많이 쉬어 가느냐며 약을 올린다.

아직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장염 탓인가? 아니면 나이 탓인가?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고도차 없는 낙엽 보송한 숲길로 변한다.

걷기에 참 좋은 돌부리 하나 없는 부드러운 길이라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다.

두려움과 생사의 무서움에 떨며 지나온 문장대의 암릉구간과 대야산의 아찔한 로프구간

지름티재에 펼쳐졌던 봉암나한진(?)에서 스님과 숨바꼭질하며 넘었던 희양산구간..

그 험한 구간에서는 결코 맛보지 못했던 걸음의 쾌락을

오늘 이곳에서 음미한다.


 



▲봉황이 나르는 형상이라는 백화산


 



▲운해님은 대간에서 저기 뇌정산으로 내려가 둔덕산으로 다시 오르면 대야산-희양산 환종주코스가 된다고 한다. 





 

▲연풍방향으로 길게 펼쳐진 분적골(분지리) 풍경


 



▲황학산 가는 길... 헬기장에서 바라본 희양산과 지나온 대간 분수령


 



▲멀리 주흘산

 



▲특별한 조망이 없는 황학산


 



▲개구리소리 요란하게 들리는 대간 한복판에 위치한 연못,  물도 산을 가를 수 있다? 

 


옛날 화전을 일구었다는 펑퍼짐한 마루금 사면에는 낙엽송(일본이깔나무)이 울창하다.

낙엽송너머로 문경시내도 보이고 주흘산과 멀리 부봉도 어서 오라 손짓하며 하늘에 닿아있다.

멧돼지가족의 전용 샘터라던 연못에는 멧돼지는 간곳없고 개구리소리만 요란한데

이곳이 백두대간 분수령이라니 아리송하다.


소나무와 낙엽송사이로 생강꽃향기 바람에 가득 실려와 오솔길에 퍼진다.

그런데 이 아늑한 대간길이 걸을수록 지루하게만 느껴짐은 왜 일까?

힘든 암릉구간이나 로프구간을 지나 올 때는 시간도 잘 가고 지루하지 않던데

오솔길 2시간을 걷는데 반나절을 걸은 느낌이 든다.

단조로운 숲길이어서 그런가.


탱탱 붉어져 틔어 나오는 일본이깔나뭇잎의 움을 바라보니 자연은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는 꽃이나 새들의 지저귐, 계곡의 물소리뿐 만은 아닐 터

찬 서리 몰아치는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에서

앞 다투어 새로 돋아나는 잎들의 향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어찌 꽃보다 아름답지 않으랴


 



▲생강꽃향기 바람에 실려오는 이화령 가는 길 







▲산책로 같은 아늑한 오솔길...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뭇가지는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하며 움을 틔운다.

산고의 아픔으로 새 생명이 태어나듯이 봄을 맞이하는 수목의 생명 또한 산고의 고통을 겪는가 보다.

대간의 마지막 자존심인지 몇 개의 작은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또 오르고 내린다.

군부대 진지를 우회하여 이화령으로 내려서니

화령에서 속리산의 험난한 구간들을 끝까지 함께해온 꼭지가 대견스럽다.


문경온천에 들러서 산행의 피로를 풀고 대구로 향하는데

마음은 벌써 조령산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이일을 어찌할거나 싶다.

산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무엇이 이리도 우리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지

오늘은 그 행복을 이화령고개에 남긴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