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발자국의 흔적조차 지우는 마음으로.. 백두대간17 (버리미기재-배너미평전)

산사랑방 2008. 12. 24. 16:00

          

                       

발자국의 흔적조차 지우는 마음으로 제17구간 (버리미기재-악휘봉-희양산-배너미평전)


                                                                                

2008.   3.   16. (일) 맑고 황사약간

                                                                                            

꼭지(아내)와 둘이서

                                                                                  

일출 06: 35 / 일몰 18:34 / 음력 2.9




                                                                                    

▲악휘봉의 기암


 


▣ 구간별 산행기록


06:30 버리미기재

07:50 장성봉

08:17 막장봉갈림길

10:23 악휘봉 갈림길

10:32 악휘봉

11:40-12:00 암반에서 점심식사

12:05 은티재

12:25 주치봉

12:40 오봉정고개

13:32 구왕봉

14:10 지름티재

15:06 희양산 갈림 길

15:16 성터

16:00 배너미평전

17:00 은티마을


총 산행시간 : 10시간30분 (18.79km)



▣ 대간종주 거리 : 15.89km / 누적거리 317.34km (포항셀파 기준)

버리미기재→1.97←장성봉→5.35←악휘봉→2.16←은티재→2.75←지름티재→1.38←희양산→2.28←배너미평전→2.9←은티마을


▣ 접근(하산)거리 : 2.9km (배너미평전⇒은티마을)

▣ 총산행거리 : 18.79km / 누적거리 348.44km

▣ 식수위치 : 배너미평전(계곡수)

▣ 위험구간 : 구왕봉-지름티재-희양산 로프구간

▣ 교통 : 서대구I.C-가산I.C-상주(25번국도)-상주I.C-연풍I.C-은티마을 1시간50분(142km)

▣ 차량회수 : 은티마을⇒버리미기재 / 연풍택시 30,000원 ( 011-459-5206 )

▣ 은티마을 찾아가기 : 연풍I.C-연풍읍내-연풍초등-계속직진(이정표)



산행개요 (버리미기재-장성봉-악휘봉-구왕봉-희양산-배너미평전)



오늘 진행하는 버리미기재-장성봉-악휘봉구간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하지만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고 지름티재에서 희양산구간은 봉암사스님들이 수행에 방해가 된다며

제지하는 곳이라 심적으로 부담스러운 구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물러설 줄 모르는 대간꾼이라 하더라도 ‘국공’은 고사하고 중원의 소림사에 버금가는

봉암사의 고수님들까지 당할 수 있으랴. 그래서 대부분 야간을 틈타 넘어간다고 한다.


어쨌든 오늘 구간은 발자국의 흔적조차 지우는 마음가짐으로 지나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걸어왔는지 자신에게 반문하고 싶고, 가지 말라는 곳을 억지로 통과하여

길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지 그 대간의 정의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


희양산 오름길에서는 작년여름 답사할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표시기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항간에 스님들이 몽둥이를 들고 지킨다는 둥, 로프를 삭둑삭둑 잘라서 못 올라가게 해놓았다는 둥

악성루머가 돌기도 했으나 그건 사실과 다르고 로프는 여전히 탱탱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지름티재에서 희양산을 오르지 않고 시루봉으로 대간 우회길이 있다는 안내문이 있었으나

그 구간이나 개략적인 지도도 배치되어 있지 않아서 은티마을 가까이 가서 산 사면을 돌아 성터로

올라가라는 것인지 아니면 은티마을로 내려가서 성터로 올라가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지름티재에서 10m아래쪽에 뚫린 작은 개구멍(?)으로 들어가 ‘봉암나한진(?)’을 뚫기는 했는데

밟으면 꿈틀댄다고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고자질을 하는 바람에 들켜서 줄행랑을 쳤다.

스님께서 “이놈! 게 섰거라!”하고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아서 다행이었으나 만약 소문난 강호의 축지법으로

잡으러 왔다면 꼼짝없이 봉암사에 잡혀가서 멍석말이를 당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숨 막히는 순간을 격고 보니 역시 사람은 죄짓고는 못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곽처럼 길다는 장성봉의 능선 들..  


 

 


 


▲장성봉에서 이어져 온 가지 말라는 대간의 마루금


 

 


 


▲구왕봉에서 바라본 햇살처럼 하얗게 빛나는 태양 같은 산이라는 희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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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구역.. 그러나 물러설 수 없는 길


06:30 버리미기재

날은 이미 밝은데 감시초소밖에는 다행히 ‘국공’수비대(?)가 보이지 않는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초소를 힐긋 돌아보고는 부리나케 산자락에 붙는다.

발가벗은 낙엽송이 어찌 우리의 온몸을 숨겨줄 수 있으랴. 그래서 몸도 풀리기 전에 ‘국공’이 잡으러 올까

코가 땅에 붙도록 기어오르니 초반부터 김이 다 빠지는 느낌이다.


“요즘 가는 데는 왜 이리 금지구역이 많아.” 하며 꼭지가 투덜대며 헉헉거린다.

겨우 조망이 트이는 암반에 올라 뒤를 돌아보며 한숨 돌리니 지나온 대야산이 가소롭다는 듯이

운무속으로 빙긋이 고개를 내민다. 황사 때문인지 옅은 가스가 시야를 방해하여 조망은 별로지만

앙상한 신갈나무터널 속으로 엷은 햇살이 파고드니 그 따스함에 이미 봄기운이 느껴진다.

“그렇지! 벌써 봄이구나.”

봄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재주를 부리기도 하고

새들의 지저기는 소리에 실려 와서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봄,봄,봄! 봄이 왔다고..


장성봉은 대야산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경사가 급하고 힘든 줄 알았는데

아직은 초반이어서 그런지 꼭지가 별로 힘들지 않고 잘 오른다.

전망이 트이는 바위에 올라서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서는데 꼭지는 이미 시야에서 보이지를 않는다.

조항산에서 꼭지와 이산가족이 되었을 번한 일이 생각나 얼른 뒤따라 붙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오르니 오늘은 계속 죽을 맛이다.


 



▲따스한 봄 햇살이 비쳐드는 등로에는 풋풋한 흙내음이 가득하고..


 

 



 

▲대야산은 곰넘이봉뒤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장성봉

 

 


07:50 장성봉

정상은 잡목에 가려 생각보다 조망이 없으나

정상석 뒤로 가야할 악휘봉방향의 고만고만한 능선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장성봉(長城峰)은 모래실에서 시작한 산줄기가 절산, 원통봉, 애기암봉, 장성봉, 막장봉, 투구봉으로

성곽처럼 길게 이어진다하여 長城峰이라 전하는데 사실 지도상으로 보면 능선은 거의 직선에 가까우며

길이는 오늘 진행하는 배너미평전까지의 능선거리와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성봉을 내려서니 응달에만 간혹 잔설이 보일 뿐

지난번 대야산구간과 달리 빙판길이 아니어서 진행하기가 수월하다.

20여분 진행하니 막장이 끝나는 지점이라는 막장봉 갈림 길

삿갓처럼 뾰족한 막장봉이 우뚝서서 길을 막아서니 그곳이 대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막장봉이 이름값을 한다. 리본이 양쪽으로 매달려 유혹의 눈길을 보내지만

절대 막장봉으로 빠지면 안 된다. 이곳에서 대간은 우측인데

몇 발자국 더 옮기면 출입금지 표지판이 또 막아서고 표지판 뒤쪽이 대간길이다.


막장봉은 산으로 들어서는 길목인 절말에서 부터 남동쪽으로 패어든 시묘살이 계곡을

갱도로 비유해서 그 갱도가 끝나는 막다른 곳이라는 데서 유래됐다고 하니

‘장성봉’이나 ‘막장봉’에 대한 유래를 음미해보면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와 작명 솜씨가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삿갓처럼 뾰족한 막장봉


 

 



 

 



 

▲장성봉에서 이어져 온 능선들


 

 



 

▲악휘봉 가는 길


 

 



 

▲'사람과 산' 

 


막장봉에서 악휘봉가는 길은 잡목이 많아 다소 지루한 구간이지만

오름과 내림의 고도차가 심하지 않아 걷기가 좋고 5~6군데의 암반위로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이다.

2시간여 보송보송한 낙엽 길을 밟으며 걷는다.

두 세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악휘봉이 멀리서 보니 조망이 너무나 좋아 보여

느림보 꼭지다리에 모타라도 달아서 훌쩍 달려가고픈 싶은 심정이다.


널따란 헬기장을 지나 20여분 오름짓을 하니 악휘봉 갈림길이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작은 전망바위가 있는데 장성봉과 지나온 능선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마루금의 굴곡이 심하여 힘들게 느껴지는 주치봉과 구왕봉, 멀리 희양산도 보인다.

악휘봉이 어서오라며 손짓하는데 이정표에는 악휘봉 8~10분이라 적혀있다.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나 싶어 꼭지는 기다리라 하고 배낭을 벗어놓고 악휘봉으로 오른다.


10:32 악휘봉(악희봉)

오름길에는 촛대같이 생긴 기암과 소나무가 어깨를 나란히 하여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치 천하를 풍미하는 듯한 풍광에 한참동안 바라보며 넋을 잃는다.

악휘봉에는 부부산님이 조망을 즐기며 인사를 건넨다. 정상석은 두 개인데 옛 정상석에는

악희봉이라 되어있고 괴산군에서 세운 또 하나는 악휘봉이라 표시되어 있다.


 



▲악휘봉이 시야에


 



 

▲악휘봉 갈림 길


 

 



 

▲악휘봉의 기암


 

 



 

▲악휘봉(악희봉)

 



발자국의 흔적조차 지우는 마음으로..


악휘봉에서 다시 뒤돌아 나와 국립공원경계지점에 세워져 있는 출입금지표지판을 넘어선다.

군데군데 암반이 쉬어가라며 자리를 내어주고 아름드리 적송이 군락을 지어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운치를 더한다.

그 속으로 기암으로 늘어선 능선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니 걷는 발걸음 가벼워

휘바람이 절로 나는 구간이다.


철계단을 내려와 은티재가 내려다 보이는 암반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한 무리의 단체 산꾼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은티재를 지나 45도 급경사에

미끄러운 낙엽을 밟으며 지그제그로 이어지는 오름길을 20여분 치고 오르니 주치봉이다.


조망도 없는 정상에 꼭지와 잠시 쉬었다가

기계 나사 풀리듯 흐느적거리며 내려서니 묘하나가 지키고 있는 오봉정고개

지난번 답사 때 은티마을에서 올라온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구왕봉 오름길이다.

주치봉처럼 가파르지는 않지만 고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힘든 구간이기도 하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젊은이들이 5~6명 무리지어 올라가는데

그들도 힘이 드는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여궁혈을 닮았다는 은티마을을 향해 침을 흘리고 있는 주위의 산군(?)들


 

 



 

 



 

▲은티재 가는 길


 

 



 

▲은티마을


 

 



 

▲주치봉, 구왕봉 그 뒤로는 희양산

 


구왕봉에도 정상석이 없고 잡목에 가려 여전히 조망이 없다.

옛날에 아홉 마리 용이 돌로 변했다는데 그 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하지만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멋진 소나무가 서 있는 암반이 있는데 이곳에서 희양산과

봉암용곡, 그곳에 자리 잡은 봉암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봉암사 창건내력은 신라의 대문장가 최치원이 남긴 유명한‘사산비명’중의 하나인

‘봉암사지증대사비문’에 자세히 적혀있다고 한다.


하루는 문경에 사는 심충이라는 사람이 지증대사 도헌을 찾아와서 자기의 땅인 희양산봉암용곡을

바치며 가람을 세우기를 간곡히 청하는지라 대사가 따라가서 지세를 살펴보니

병풍같이 사방을 둘러싼 산은 마치 큰 봉황이 구름을 흔들며 날아오르듯 하고,

백 겹으로 굽이도는 물은 뿔 없는 용이 허리를 돌에 걸쳐 누워있는 듯 한지라 이에 지증대사가 감탄하고

 

“만약 이곳이 스님들의 거처가 되지 않으면 아마도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다.”하고

봉암사를 창건하였으니 바로 당대 사상을 이끌었던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희양산문曦陽山門이 탄생된 것이다.

 

드디어 대사가 절을 짓기위해 4기둥으로 지기를 누르고 연못을 메우려고 하니

연못에 살고 있던 아홉 마리 용들이 불을 뿜고 꼬리를 치며 난동을 부리는 지라

지증대사가 누구인가? 즉각 도인의 신통력을 발휘하여 그들을 내동이쳐 쫓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쫓겨난 용들이 멀리 가지 않고 하필이면 봉암사와 희양산이 잘 보이는

이 봉우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용들이 지증대사를 내려다보며 연못을 메우지 말고 살게 해 달라고 날마다 삭삭 빌었으나

지증대사가 소원을 들어주지 않자 그만 여기에서 돌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 봉우리가 바로 구왕봉이고 원래는 구룡봉이라 불렀다고 하니

ㅎㅎ.. 오늘밤의 꿈에 아홉 마리 용이 무더기로 나타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구왕봉에서 바라본 희양산 


 

 



 

▲발아래 굽이치는 봉암용곡과 그 안에 자리 잡은 봉암사


 

 



 

▲구왕봉 하산 길

 


구왕봉 전망대에서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급한데다 암벽과 로프구간이 많고

리본도 잘 보이지 않아서 까닥 방심하면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앞서가는 젊은 학생들은 잘 내려가지만 대야산에서 혼이 난 꼭지는 로프라면 절절맨다.


낑낑대고 내려서니 지름티재다.

연풍과 가은을 넘나들던 가장 최단거리 지름길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지름티재는

희양산과 구왕봉으로 오르는 길이 지름(기름의 방언)을 칠해놓은 것처럼 미끄럽다하여

지름티재라 한다는데 둘 다 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봉암 나한진(?)'을 뚫다.


위에서 지름티재를 내려다보며 동태를 살피니 아니라 다를까

수다를 떨며 내려가던 젊은이들이 스님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ㅋㅋ.. 드디어 들켰구나.

잠시 후 젊은이들은 은티마을로 하산하고 스님은 다시 비닐초막으로 들어가신다.


이때다 싶어 꼭지와 발자국소리조차 죽이며 내려서니

사람들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목책과 철사로 빼꼼하게 막아놓아서 도저히

뚫고 들어갈 수가 없으니 소림의 나한진이 따로 없다.

‘소림108나한진’을 뚫으려면 몸을 하늘로 솟구쳐야 하지만 다행이 ‘봉암1나한진(?)’이다.

요것도 뚫지 못하면 대간꾼이 아니지..ㅎㅎ


목책 앞에는 성터, 시루봉가는 길이라는 안내표시가 있는데 그것은 은티마을을 향하고 있다.

대간꾼을 위해 우회로를 설치한 것인지, 우회로라면 어디쯤에서 연결되는지 알 수가 없고

자세한 안내문이나 구간에 대한 개략적인 지도도 설치되지 있지 않다.


일단 초막이 보이지 않는 아래쪽으로 10m정도 내려가니 막아놓은 목책과 철망에

작은 개구멍(?)이 보인다. 이미 여러 사람이 지나갔을 흔적이 뚜렷하다.

살금살금 구멍 안으로 걸음을 옮기니 졸지에 개구멍을 통과하는 대간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100m정도 산 사면을 치고 가는데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가 요란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더니 낙엽이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러대니 그만 스님께

들키고 말았다. 결국은 낙엽이 스님께 고자질을 한 셈이다. 괘심한~~


아니라 다를까 뒤를 돌아보니 스님이 이쪽을 향해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스님체면에 “게 섰거라!” 하고 소리를 지르며 잡으러 올 수도 없는 일

우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쫓아오지는 않는지라

황급히 걸음을 옮긴다.


“역시 사람은 죄짓고는 못살아.”꼭지가 헉헉거리며 이마의 땀을 훔친다.

리본은 전혀 보이지 않으나 족적이 뚜렷하고 지난번에 답사한 길이어서 불안한 마음은 없으나

혹시 스님이 뒤쫓아 오나 싶어서 고개가 자꾸만 뒤로 돌아간다.


 



▲희양산을 오르며 전망대에서 뒤돌아본 구왕봉


 

 



 

▲리본이 없어 길 찾기가 조금 애매한 너덜지대

 



 

▲반가운 로프구간


 

 



 

▲희양산 갈림길

 


고인돌 같은 거대한 입석바위군을 지나니 너덜지대다.

흔적이 뚜렷하지 않으니 등로가 약간 헷갈려서 좌측사면으로 붙으니 길이 이상하다.

다시 돌아 나와 너덜지대에서 정상부를 향해 바로 치고 오르니 그제야 반가운 로프가 보인다.

길을 제대로 찾아 올라온 것이다. 입구 잘 보이는 곳에 리본하나 걸어둔다.

이곳에 리본을 건다는 것은 스님께 맞아죽을 짓이지만..

너덜지역 외에는 표시기가 없어도 족적이 뚜렷하여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지금부터는 계속 로프구간이다. 대야산처럼 직벽이 아니어서 위험하지 않고 오르기가 수월하지만

50~60m정도의 로프를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잡아당기고 나서야 안부에 올라선다.


15:06 희양산 갈림길

희양산은 우측이고 대간은 좌측인데 입산통제에 대한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다리도 아프고 작년 여름에 꼭지와 희양산은 답사한 터라 오늘은 조용히(?) 성터로 돌아선다.

10분여 내려서니 돌로 쌓은 성곽의 흔적이 뚜렷한 성터다.

이곳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다음코스를 위해서 오늘은 배너미평전까지 가야한다.


지나가는 산님들도, 지키는 스님들도 없는 고요한 성터, 병사들의 함성소리대신

산죽 잎에 부서지는 바람소리만이 객을 반긴다.

슬쓸한 성터를 지나니 우리의 발자국도 사라져버린 과거에 묻혀져 가고

40여분 쉬엄쉬엄 두어 개의 봉우리를 넘으니 물소리 요란하게 들리는 배너미평전이다.

대간길에서 계곡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시루봉에서 발원한 계곡이 능선안부에서 불과 10m아래쪽으로 이어지는데

물이 제법 많이 흐르고 있어 야영지나 비박지로 이 보다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졸졸 흘러내리는 봄의 소리를 들으며 계곡 따라 이어지는 하산 길은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미운(?) 낙엽을 죽어라 밟으며 1시간여 내려서니 은티마을이다.

대간꾼의 단골주막에 들러 구수한 아주머니의 입담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 사발 들이 키니

중생의 수다에도 희양산은 말이 없고 긴 그림자 재 넘어 하늘에 닿는다.


 

 



 

▲성터(은티마을 하산 길)


 

 



 

▲시루봉과 다음에 이어가야할 대간의 마루금


 

 


 


▲계곡 물소리 요란한 배너미평전


 

 



 

▲능선안부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계곡


 

 



 

▲좌측에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하산 길..


 

 







 

▲은티마을 유래비와 주막에 걸린 대간꾼들의 오고 간 흔적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