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를 만나다. 낙동정맥21구간(양산지경고개-정족산-주남고개)
2010. 5. 30. (일)
꼭지와 둘이서
일출 05:11 / 일몰 19:35 / 음력 4.17
▲정족산정상에서 5분거리에 있는 돌고래
정족산을 내려와 이 돌고래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건 틀림없는 알바다. 고래가 뛰어나오는 것을 보니 길을 틀림없는 것 같다.
반가워서 스틱을 던져주었더니 잽싸게 물고 묘기를 부린다
흔들흔들!...................ㅋㅋㅋ
▲정족산에서 바라본 울산바다. ㅎㅎ.. 요즘 돌고래는 날아다니는가 보다.
▣ 구간별 산행기록
06:05 양산 지경고개3거리 -산행시작-
06:11 현대자동차 출고장
06:20 양산골프장 14번홀
07:15 골프장에서 강제 추방
07:53-08:10 솔밭산 공원묘지
09:00 662봉(통신탑)
09:35 정족산10:03
628봉10:50-11:00 주남고개(안적고개)
11:30 영산대학
-산행종료-총 산행거리 : 11.1 km / 4시간 45분 ( 휴식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9.4 km / 누적거리 347.6 km
양산 지경고개→6.4←정족산→3.0←주남고개→1.7←영산대학= 총11.1km
▣ 총 누적거리 : 373.3 km (하산거리 : 주남고개-영산대 1.7km)
▣ 주의구간 : 양산골프장, 정족산 하산길
▣ 교 통 : 북대구I.C-통도사I.C-지경고개 (약 115 km / 1시간30분)
▣ 차량회수 : 산거북이님의 도움을 받음
▣ 대중교통 : 영산대-웅상읍 (마을버스, 택시) / 웅상읍-노포역 (1002번) / 노포역-통도사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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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시작한 낙동이 벌써 막바지에 이르렀다. 앞으로
서너구간만 더하면 몰운대에서 졸업하게 될 것이지만 대간을 할 때처럼 짜릿한
감동이나 흥분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 같은 산줄기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아마 산행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대간을 할 때는 일상과 산행이 일치가 되었었다. 한 마디로 몸과
마음을 대간이라는 산줄기 속으로 몰입시킬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집중을
이끌어 낼 수가 없다.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의 축복은 없는 것일까..
혼자 다녀오라던 꼭지가 4시간만 걷는다는 유혹에 따라나선다.
오늘 진행하는 양산 지경고개에서 부산 남락고개까지는 대부분의 산꾼들이
하루만에 끊는다. 하지만 거리가 30여km라 결코 쉽지가 않아서 두 구간으로
나누어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부산의 산거북이님과 천성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지경고개 3거리에 도착하니 6시다.
<산행 출발지 35번국도 양산 지경고개 3거리>
이곳에서 정상적인 마루금은 사유지인 과수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길이 철조망으로 막혀있어서 진행할 수가 없다. 신호등이 있는
지경고개 3거리에서 울주군 삼동면으로 넘어가는 34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현대자동차 출고장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출고장 정문앞에서 뒤를 돌아보니
흰구름은 영축산(영취산)릉에 걸렸지만 시살등은 햇살에 보석처럼 빛난다.
가벼운 흰구름도 정맥의 마루금을 넘기는 힘드는가 보다.
산행들머리인 <울주군 삼동면으로 넘어가는 34번도로 지경고개>
이곳에서 버스정류장 뒤 우측 산길로 10분여 걸으면 양산 골프장으로 떨어진다.
<양산 골프장 14번 홀>
와~~! 14번 홀이다. 일단 첫 타는 잘 떨어졌는데 다음 부터가 문제다.
이곳에서부터는 마루금이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방향과
능선을 가늠하고 육감적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리본도 없다.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골프장 하늘로 공이 휑휑 날아다닌다.
골프공에 맞아보지는 않았지만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단다.
헐~~!
어디로 가야할지 무척 헷갈리는 곳이다. 맨 우측 길로..
"우잉~~ 여긴 13번 홀인가 보다. 연못도 있네."
그런데 연못속에는 골프공 대신 커다란 영취산이 퐁당~! 했다.
1시간 가까이 걸었을까. 홀 너댓 개는 잘 통과한 것 같다.
거의 산능선에 가까운 마루금에 붙을 즈음에 골프카트를 탄 관리인이 나타났다.
아주 젊잖게 생겼는데도 무섭게 보인다. 마지막 홀까지 왔는데
여기서 1벌타를 맞을지 2벌타를 맞을지는 두고 봐야..ㅋㅋ
"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가슴을 졸인다.
관리인의 명령이 떨어졌다. "공에 맞으면 큰일나니 어서 카트에 타세요."
쫏겨나기만 하면 되겠다 싶다. 그러면 1벌타 뿐이다.
대간할 때 금지구역에서 이렇게 잡혔더라면 50만원 과태료처분이 내려지고
또 강제로 쫓겨나고.. 오늘은 돈 내라는 말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흐흐흐~~
우리를 골프카트에 태우고는 동쪽능선으로 올라가다가
공원묘지가 보이는 우측에 카트를 세우고는 계곡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한 마디로 강제 추방되는 셈이다.
도로따라 쭈~~욱 올라가면 솔밭산공원묘지라고 한다.
이제는 친절하기까지 하다. 무슨 골프장이 병주고 약준다.
그 후 산비탈 치고 내려와 우거진 갈대숲을 헤치고
마치 영화제목 같은 '골프장 대탈출'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따라나선 꼭지 앞에 체면 다 구겨지고 말았다.
<골프장 관리인에게 강제 추방당해 도착한 답곡리 삼덕마을>
정상철님이 미리 귀띰해 주었지만
설마 그럴까 했는데 설마가 정말이 되고 말았다.
무서운 골프장~~~~#%@
<솔밭산 공원묘지 입구>
이곳에서 잠시 휴식하며 바라보니 공원묘지가
예쁘고 아름답게 보인다. 이제 정상적인 마루금에 올라선 때문일까..
그래서 묘지들도 아름답게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
이 묘지를 바라보며 아름답게 꿈꾼 시인이 있다.
바로 박두진 선생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지에 실린 '묘지송'이라는 시와 오늘의 이 무덤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묘지송
- 박두진 -
북망(北邙)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대 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박두진 선생의 시를 음미하며 이제 뒤돌아보는 여유도 생기고..
<통신탑이 세워져 있는 662봉>
<662봉에서 되돌아본 마루금>
<노란선은 정상적인 마루금, 불은 선은 골프장에서 쫓겨나서 체면 다 구긴 길>
<천성산 공룡능선>
662봉에서 잠시 휴식하고 내려서니 한 무리의 산꾼들이
우리를 추월하여 지나간다. 배낭에 매달린 표시기를 보니 지난번에
몇 번 만났던 울산 '대한백리산악회' 낙동팀이다.
그렇잖아도 지금은 어디쯤 진행하였을까 궁금했는데
여기서 또 만나다니.. 반가움에 인사를 드렀더니 그분들도
나를 알아보고는 몰운대에서 쫑 파티 같이 하자며
무척 살갑게 대해준다.
<정족산에서 바라본 울산바다>
정족산에 올라서니 조망이 참 좋다. 울산시내가 시야에 들어오고
비스듬한 햇살이 미끄러진 울산바다, 그 투명한 하늘빛에 눈이 부신다.
이렇게 바라만 보아도 비릿한 내음이 콧속에 스며드는 것 같다.
가슴까지 활짝 열리니 역시 바다는 좋구나 싶다.
정맥꾼들이 정족산에서 대부분 알바를 경험한다.
정상에서 이곳으로 암릉을 타넘으며 계속 직진하면 알바할 염려가 없는데,
왔던 길로 다시 내려와서 진행하면 갈림길이 있다. 갈림길에서는 직진하지
말고 좌측길을 택해야 한다. 직진하면 알바다.
<천성산 방향>
천성산 제2봉과 천성공룡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 어디즘에 산거북이 아우님이 열심히 산행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자꾸만 그리로 눈길이 간다. 원래 천성산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꼭지가 더이상 걷지 못하겠다며 주저앉는다.
대간할 때는 하루종일도 마다않고 잘 걷더니 이제는
꾀가 늘었는지 10km이상은 걷지않으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몇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휴대폰이 터지지를 않더니 잠시 후 통화가 된다.
안적고개(주남고개)에서 영산대로 하산한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쪽으로 내려오겠다고 한다.
<뒤돌아본 영축산 방향>
<정족산에서 5분거리에 있는 돌고래>
정족산을 내려와 이 돌고래를 만나지 못했다면 알바다.
돌고래가 있는 것을 보니 길은 틀림이 없다. 반갑다며 스틱을
던져주었더니 잽싸게 물고 흔들흔들 묘기를 부린다...ㅋㅋ
역시 바다가 가까우니 돌고래도 만나는구나 싶다.
<오늘의 산행 종점 주남고개(안적고개)>
<
<주남고개 정자에서 내려다 본 영산대학>
영산대에서 산거북이님 내외를 만나 잠시나마 일상의
이야기꽃을 피운다. 대간할 때 구간구간마다 걸어두었던 행복, 오늘은
그 행복을 영산대에 남긴다. 이제야 잔잔하던 마음에 무엇인가 파도처럼
일렁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산행리듬이 살아나는 것일까..
차량 회수를 위해 산거북이님의 차를 타고
아침에 출발했던 지경고개로 돌아와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눈다.
일상의 바쁜일이 많을텐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끝까지 함께해준
산거북이 내외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린다.
<양산 지경고개-주남고개 산행지도 / 출처 : 사람과 산>
ㅡ 끝 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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