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19구간(와항재-가지산-배내고개)
2010. 4. 18. (일) 봄 날씨
산사랑방,산거북이,에스테반
일출 05:47 / 일몰 18:58 / 음력 3.5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1240m)
▲능동산을 오르며 뒤돌아본 고헌산
▣ 구간별 산행기록
05:50 와항재(와항마을) -산행시작-
06:55 894봉(문복산 갈림길)
07:27 운문령
08:40 귀바위
08:50 상운산
09:25-09:50 쌀바위
10:27-10:40
가지산11:30 594계단(알바하기 쉬운구간)
12:10 석남터널 갈림길
13:40 능동산 갈림길
14:05 배내고개
-산행종료-총 산행거리 : 14.0km / 8시간15분 (휴식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14.0 km / 누적거리 324.2km
와항마을→2.0←운문령→2.4←상운산→2.6←가지산→2.3←석남고개→3.5←능동산→1.2←배내고개= 총14.0km
▣ 총 누적거리 : 348.2km
▣ 주의구간 : 없음
▣ 교 통 : 북대구I.C-건천I.C-땅고개-와항마을 (약 96km / 1시간30분)
▣ 대중교통 : 언양발-배내고개(06:20) / 배내골발-언양(17:25) / 언양발-와항재-태종 (06:15 / 08:30 / 14:40 / 19:10))
*************************************************************************************************************
더디게 오는 봄
올해는 봄이 참 느리다. 작년 이맘 때는 능선에 진달래가 많이
피었었는데 지금은 겨우 꽃봉오리만 맺혀있을 뿐이다. 아마 5월 10일쯤이 되어야
1000고도가 넘는 능선에 진달래가 필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진달래는
잎과 꽃이 함께 피는 기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와항마을 우성목장 들머리>
4월은 산행하기는 좋지만 산 풍경은 너무 단조롭고 삭막하다.
특히 진달래가 피기 전이라면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니고 어정쩡한 계절탓에
계절이 주는 특징과 아름다움을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산이 좋다. 얻을 것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돌아올 때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내 안에 채워져 있음을 느낀다.
어런저런 생각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멀리서
노루 한마리가 하얀 엉덩이를 흔들며 산으로 향한다.
느릿느릿 걷는 노루의 걸음걸이에서 야생의 긴박감은 찾을 수가 없다.
아마 풍성한 여름을 앞에 둔 봄이라는 계절의 여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우성목장을 지나 조망이 트이는 암봉에 올라서니
이미 고헌산 너머로 해가 붕 떠 올랐다. 산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언제나 신선하고 새롭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해 뜨는 시간에 산행을
시작한다. 이러한 습관은 백두대간을 하면서 부터 생겼다.
이번 구간도 산거북이님과 함께 하기로 했는데
5시30분에 와항재에서 만나자고 했더니 "꼭두 새벽에?" 하더니 자기는
산친구 에스테반과 함께 7시쯤 석남사에서 시작하겠단다. 나중에 가지산에서
만나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아니면, 하산길에 배내고개에서 만나도 되고..
석남사에서 가지산 오르는게 힘들기는 하겠지만
석남계곡따라 쌀바위코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계곡산행이 봄기운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을테니...
혼자 만의 산행이다보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오른다.
행여 야생화 한 송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꽃은 커녕
그 어디에도 봄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고도 700m지점에 올라서니 진달래는
꽃봉오리만 맺혀있고 등로 옆으로는 노랑제비꽃이 듬성듬성 피었다.
노랑제비꽃! 그래, 너라도 보니
조금이나마 봄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위안이 된다.
<문복산 갈림길인 894봉>
문복산 갈림길인 894봉을 내려서니
앙상한 나무들이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있다. 나무들도 영혼이 있을까.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니 엉뚱한 생각들이 스친다. 그들은 뿌리에 닿아있는 지혈의
감촉과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바람을 통해 새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이다.
생각하는 뇌가 없는 나무는 그러한 지시를 어디서 받을까.
흙과 바람에서 느끼는 계절일 것이다. 그중에서 봄이 그들과 가장 밀접하게
교감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올 봄은 어디로 갔을까.
산이 좋아 산에서 사는 문어?
<운문령>
운문령을 지나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오른다.
15분정도 숲길을 올라서니 산불초소가 세워져 있고 조망이 트인다.
언양시내는 물론 가야할
능동산과 배내고개, 멀리 신불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퍼질고 앉아 쉬고 있으니 휴대폰이 울린다.
산거북이님의 전화다. 7시에 출발한다고 했으니 석남사에서
부지런히 오르고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 운문령이라고 한다. 석남사 대신
운문령으로 코스를 바꿨다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헌산과 지나온 운문령
그저께 내린 눈이 여전히 남았다. 봄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귀바위에서 바라본 신불능선
<상운산>
상운산은 등로에서 우측으로 약간 비켜나 있기 때문에
생각없이 직진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상운산은 조망이 좋다.
문복산과 옹강산을 잇는 문복지맥은 물론 고헌산도 장관이다.
고헌산 그림자가 막아선 귀바위 위에 산거북이과 에스테반님이 보인다.
상운산을 내려오니 산괴불주머니가 이제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옛날 옛적에 쌀이 나왔다는 쌀바위>
- 쌀바위에 얽힌 전설 -
옛날에 한 스님이 이곳에서 수도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스님이
새벽기도를 하려다가 바위틈에 한 끼정도의 하얀 쌀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괴이 여겼으나 부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밥을 지어 먹었다.
그 후로는 매일 아침이면 쌀이 그 만큼 나와있어서 시주하러 마을로
내려가지 않아도 되어 스님은 더욱 수도에 정진하게 되었다.
어느해 마을에 흉년이 심하게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이 시주하러 내려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찾아갔더니 스님께서 바위틈에서 쌀이 나온다는 얘기를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마을사람들은 스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쌀이 나온다는
바위틈을 마구 쑤셨으나 그때부터 쌀은 나오지 않고 마른 하늘에
천둥번개가 치면서 물줄기만 뚝뚝 떨어졌다고 한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크게 뉘우치고 부처님께 사죄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후로는 쌀은 온데간데 없고 바위틈에서 물만
흘러나와 사람들은 이때부터 쌀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바위틈에는 쌀 대신 물이 흘러 나온다.
쌀바위는 임도따라 자동차도 들어올 수 있고, 천막산장에서는
라면과 오뎅, 막걸리, 맥주 등을 판매한다. 이러한 산장은 가지산에도 있고 신불산에도
있어서 산행할 때는 굳이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매점에서 기다리던
산거북이님을 만나 잠시 쉬어간다. 산장지기님께 이런 산속에 사시면 행복하시겠다고 했더니
"한번 살아보세요." 한다. 맨날 산에만 살다보니 속세가 그립다는 얘기로 들린다.
영남알프스 <가지산>
가지산에서도 대구 팔공산이 보인다.
오늘 처음 본다. 산은 늘 그자리에 있었을텐데 왜 그동안 보지 못했을까.
저것이 무슨 산일까 궁금했는데.. 산거북이님이 '팔공산'이라고 일러준다.
그러고보니 서봉, 비로봉, 동봉 세 봉우리의 윤곽이 어슴프레 잡힌다.
비로봉의 통신안테나도 보일듯 말듯..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이다.
영남알프스란
밀양, 양산, 울산, 청도, 경주에 형성된 산군(山群)들 중 해발 1천m 이상의 산들,
즉 가지산(1240m), 간월산(1084m), 신불산(1209m), 영축산(1059m), 천황산(1189m),
재약산(1108m), 운문산(1188m) 등 통칭 7개의 산들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일대의 고헌산(1035m)과 문복산(1013.5m), 상운산(1114m)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위 10개의 산군에 눈이 내리면 마치 알프스산을 연상할만큼 아름다운 산이라 하여
산꾼들 사이에 영남알프스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영남알프스'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신불산과 재약산 억새능선을 걸어갈 때 은빛억새가 마치 실크처럼
반짝인다고 하여 <실크로드>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지산에 올라서면 동서남북 막힘이 없다. 지나온 고헌산은
물론이거니와 가야할 능동산과 신불산, 서쪽으로 운문지맥의
능선들까지 첩첩한 산그리메로 다가온다.
가야할 능동산 방향
석남사 방향
운문산 방향
지나온 쌀바위, 상운산, 고헌산 방향
앞에는 백운산, 멀리 천황산(재약산 사자봉)과 재약산 수미봉도 보인다.
산거북이님이 주변의 산군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중이다.
이 지점은 정맥꾼들이 알바하기 쉬운 곳이다.
정맥은 이곳에서 능선으로 직진하지말고 좌측 나무계단으로 내려서야 한다.
나무계단이 594개라고 어느분이 적어놓았다.
지리산의 화개재 나무계단을 닮았다. 하여튼 엄청 많다.
석남터널 갈림길에서 뒤돌아본 가지산 방향
석남터널 갈림길을 지나면 길은 고도차 없이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진다. 낙엽이 보송보송하게 덮힌 숲길이다. 진달래만 피었다면
환상적인 꽃길이 되었을텐데 하며 산거북이님과 아쉬움을 달랜다.
무자비한 개발로 인해 배내고개의 옛 멋이 사라지고 있어서 아쉽다.
예전에는 여기(배내고개)에서 배내골을 내려다 보는 전경이
참 좋았었다. 골짜기 깊숙히 자리잡아서 무릉도원처럼 여겨졌던 배내골, 특히
언양에서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배내고개에 내려서 마주친 풍경, 이른 아침
실안개 피어오르던 골짜기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 같았다.
언제 또 그러한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ㅡ 끝 ㅡ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9정맥 > 낙동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고래를 만나다. 낙동정맥21구간(지경고개-정족산-주남고개) (0) | 2010.06.04 |
---|---|
진달래 피고지는 영남알프스 낙동정맥20구간(배내고개-영축산-지경고개) (0) | 2010.05.12 |
"우리 와항재에서 만나요" 낙동정맥18구간(태종고개-고헌산-와항재) (0) | 2010.04.08 |
단석산에서 영남알프스를 보다. 낙동정맥17구간(당고개-소호고개) (0) | 2010.03.04 |
삼국통일의 정신이 깃든 낙동정맥16구간(아화고개-땅고개) (0) | 2010.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