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두 부부의 지리산 종주기
< 제석봉 오름 길 >
산행지 : 지리산(성삼재-천왕봉-백무동)
일 시 : 2004. 06. 13 (일) 맑음
동행자 : 꼭지(아내)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교 통 : 자가운전
★ 구간별 소요시간
03:00 성삼재출발
03:40 노고단대피소
04:55 피아골삼거리
05:00 임걸령샘터
05:45 노루목삼거리
06:30 삼도봉
06:55 화개재(뱀사골산장 200m)
07:45 / 08:20 토끼봉 헬기장(토끼봉을 내려와 조식)
09:50 / 10:20 연하천산장(커피 한 잔)
10:40 음정과 벽소령갈림길
11:20 / 11:40 형제봉
12:30 / 13:20 벽소령대피소(중식)
13:50 음정(마천)8.4km과 세석대피소갈림길
14:40 선비샘
15:40 칠선봉
16:30 영신봉
17:00 세석대피소
17:20 촛대봉
18:15 연하봉
18:35 / 18:55 장터목대피소
19:50 / 20:10 천왕봉정상
21:00 / 21:50 장터목대피소 (석식 및 휴식)
02:00 백무동매표소
★ 총 산행시간 : 23시간, 35.7km(성삼재→28.2km←천왕봉→7.5km←백무동)
★ 준비물 : 1. 오징어 눌린 포(체력보충용),사탕,떡,얼음물,라면, 한끼도시락
2. 카메라,휴대폰,헤드렌턴 및 여분의 밧데리
3. 무릎에붙이는 대형파스,무릎보호대,지도,필기구 기타 당일산행장비
4. 등산화깔창에 생리대붙이기 (발바닥이 땀이 안나고 양말이 보송보송..)
★ 백무동 호출택시 : 011-678-5330 055-962-5110 백무동-성삼재 35,000원
◑ 지리산 당일종주개요와 산행기에 앞서 ◐
다른 산님들은 연휴니 월차니 해서 1박2일, 2박 3일 잘도 다녀오던데 사랑방은
시간과는 별로 친하질 못해서 덕유나 지리종주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길이 있다면 당일종주를 하는 것뿐인데 그게 어디 말만큼 쉬운 일입니까..?
어떤 분은 “등산은 여유 있게 느긋하게 해야지..”
“당일에 종주한다는 것 그건 미친 짓이지.. 머 자기가 대단한 산꾼이라고..”
비웃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고, 반면에 “지리산 당일종주를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산꾼 이제..“
하며 긍정적인 견해도 있지요
어쨌든 저에겐 시시콜콜한 외부의 시각보다는 내 처지에 맞는 선택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산불경방기간이 끝나는 5월중순에 덕유종주 다음에 지리종주를 계획합니다.
5월 23일 드디어 덕유산(육십령-삼공리)종주를 마치며 마지막 점검을 완료하였으나
지리종주도 두 부부가 행동을 같이하려다보니 서로 일이 생겨 한주한주 계속 미루어집니다만
산이 늘 제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려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올봄에 팔공산(갓바위-가산)종주를 시작으로 비슬산-앞산, 수도산-가야산,
마지막에 덕유산종주를 마치게 되니 일단 지리산 당일종주에
대비한 워밍업은 순조롭게 마친 셈입니다.
이제는 지리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지리산이라 불렀고
매년 수백만 명이 지리의 품으로 파고들어 등산로는 파헤쳐지고 황폐해 지지만
자연 치유력으로 복구도 되어가고 그래도 그 많은 사람들을 말없이 받아주고 감싸 안으며
뭇 인간들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지리산..
그들의 오죽잖은 신경을 쓰다듬어 주어 잃었던 용기를 되찾게 하고
그들에게 속세의 지혜의 부질없음을 가르쳐주고도 여유로움이 있는 지리산입니다.
감히 지리산 당일종주를 시도한다는 것..
흐흐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지..
어쨌거나 여러 산님들의 종주산행기를 참조하여
20시간 정도 넉넉히 예상을 하고 출발을 합니다.
그간의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기대와 자신감은 생기지만
산은 항시 변화가 무쌍하니 자만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지리에 맡기기로 합니다.
떠나기에 앞서
갑자기 “이원규”님의 <지리산>이 생각납니다.
......
진실로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
....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산행기
어둑한 새벽녘(02:00) 백무동입니다.
성삼재에서 출발 천왕봉 거쳐 이곳 백무동으로 하산하기위하여 자동차를 미리
백무동에 주차해놓고 성삼재로 이동하는 것이 나을 성 싶어 예약해둔 택시를 불러
바로 성삼재로 이동합니다.
저 부인(?)네들이 과연 끝까지 종주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기지만
중간에 힘이 들면 음정(마천)이나 아님 세석에서 백무동으로 탈출하기로 하고
해병대아저씨와 사랑방은 오늘 목숨 걸고(?) 기어이 종주하기로 다짐을 합니다.
육군병장이 귀신 잡는 해병보다 무섭다는 걸 보여줘야 할 텐데..
03:00 성삼재에 오르니
그믐에 가까운 밤하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소쿠리로 쓸어담고 싶을 정도의 맑은 별빛이 한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돌로 시작해 돌로 끝난다는 지리산 종주길..
진정한 산꾼이 되려면 누구나 한번은 거쳐야 할 그 힘들다는 지리종주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한 체 천왕봉을 향한 첫걸음을 뗍니다.
노고단대피소를 향해 오르는 돌길위로 오랜만에 보는 은하수가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며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가슴가득
작은 초승달도 반야봉에 비켜서며 위안의 등불이 되어줍니다.
↓03:40 노고단대피소에서 가야할 길을 대충 가늠해봅니다.
↓천왕봉까지 25.5km 한번 걸어볼만하지요~^^
천왕봉 25.5km 이정표가 시작부터 기를 죽입니다.
하지만 해병대아저씨는 “햐~! 고정도야..” 하며 큰소리를 칩니다만 사랑방은 아찔합니다.
노고단 고개를 향해 20여분 가파른 돌길을 오르니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아서 인지 무척 힘이 듭니다. 벌써부터 힘이 들면..?
고개에 올라서 초승달이 동동 떠있는 천왕봉을 향해 깊이 심호흡을 하고는
갈 길이 먼만큼 모두들 서서히 속도를 냅니다. 돌너덜과 조릿대숲길로
앞만 보고 가다보니 돼지령을 지나고 서서히 동이 틉니다.
↓05:00 벌써 임걸령 샘터에 도착합니다.
사랑방도 종주길의 안전과 완주를 기원하며 한표주박 떠서 마셔봅니다.
역시 종주길에 마셔보니 차가운 물맛이 더욱 기가 막힙니다.
진 아우가 마실 때는 달님이 표주박에 찰랑찰랑 떠다니는 것이 운치가 있었다 하던데
오늘은 초승달이 햇살에 밀려 물속에 숨었는지 어쨌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샘터를 지나 반야봉가는길 잉~ 돌이 없는 좋은 흙길입니다.
엎어져 뽈이라도 비비고 싶은..
↓09:45 노루목 삼거리.
반야봉계단이 “너 그냥 갈려고..?” 눈치를 주니 갈등이 생깁니다.
반야봉을 오를까 말까..
산노을님따라 반야봉도 오르려다가 그냥 지나칩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큰일(?)나거든요..ㅎㅎㅎ
사실 종주길에는 오르기 힘들다고 해서 저는 미리 봄에 반야봉을 댕겨왔습니더~~^^*
↓반야봉 갈림길을 벗어나 가야할 천왕봉방향을 바라보면서
대충 눈대중을 해보아도 도대체가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너무나 멀어서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때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최고입니다. 저런 곳을 당일에 가겠다고 나섰으니
산짐승님만 미친 게 아니라 사랑방도 미쳤지 미쳤어~~@@
↓얼마만큼 왔나싶어 지나온 노고단 방향 능선을 바라보니
어~~ 벌써 어법 왔네요. 서서히 희망이 보이는 듯 합니다 ~~^^*
↓조망이 좋아 섬진강방향으로도 눈길을 돌려보지만 가물가물 그냥 보일 듯 말 듯 합니다.
↓이쁜 야생화도 한 송이 찍어가면서 분위기도 바꿔봅니다.
근데 이쁘다고 사진 한 장 찍어 줬더니 모델료 달라며 장터목까지 따라 오더군요~^^*
↓삼도봉가는 바위 능선에서 꼭지와 해병대부부 셋이서 미리 삼도를 조망합니다.
머라머라 중얼거리는데 무슨 말들을 했는지.. 원~ 뒤꼭지가 근지러워서~@@
↓06:30 삼도(전나남,북,경남)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삼도봉입니다. 전면은 반야봉
↓좌측으로 불무장등 주능과 우측의 노고단따라 왕시리봉과 구례 방향같습니다.
↓삼도봉에서 바라보니 벌써 눈이 시릴 정도의 햇살이
천왕봉 방향 골을 사뿐사뿐 타고 있습니다.
앞의 토끼봉 너머 머얼리~
희미하게 천왕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기까지 가야하다니..
오늘 산사랑방과 해병대부부 종주종주 좋아하다가 호되게 당합니다.
↓삼도봉에서.. 아침 햇살이 섬진강 방향으로 겹겹이 빗살 같은 골을 감싸고 있습니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불무장등과 광양만 방향 조망입니다. 파도소리가 이곳까지 들리는 듯..
↓삼도봉을 내려와 세 사람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화개재로 향합니다.
↓오르기 힘들다는 토끼봉이 점점 가까이 다가옵니다.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근데 아직은 아무도 비실대는 사람이 없으니 모두가 종주체질은 맞나봅니다 ^0^
↓이 야생화를 보면 꼭 병 씻는 수세미가 연상됩니다. 사랑방이 주책입니다 ~^^*
↓06:55 화개재. 성삼재를 출발한지 4시간.. 뱀사골대피소(200m)갈림길입니다.
그아래 반선을 겹겹이 에워싼 골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널널한 돌이 깔려있는 산죽길을 모두가 아직은 씩씩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토끼봉으로 아침햇살을 받으며.. 이젠 해병대아저씨의 발걸음도 서서히 무거워 집니다.
↓토끼봉 오르는 돌길.. 눈부신 햇살이 꼭지일행에게도 정기를 모아줍니다.
↓7:45 토끼와는 상관없는 토끼봉입니다. 뛰어놀 널찍한 헬기장도 있으니
다음엔 집토끼라도 몇 마리 풀어놓으면 진짜 토끼봉이 될 것 같은데..
↓토끼봉에서 바라본 햇살이 골고루 비추고 있는 하동 방향
↓토끼봉에서.. 드디어 천왕봉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토끼봉을 내려오니 잎도 꽃도 없는 이 씨앗주머니가
엄마 아빠 찾아달라며 등로 내내 사랑방을 조르기 시작합니다.
토끼봉을 내려오니 꼭지가 배가 고파 더 이상 못가겠다고 버팁니다.
연하천 산장까지는 아직도 2시간여 거리인지라 시원한 그늘을 찾아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습니다.
밤에 증조부님 제사지내고 바로 출발했더니 반찬이 온통 제사 음식이지만
풀어놓으니 이것저것 진수성찬입니다.
이를 보고 지나던 많은 단체 산님들이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를 건네며 토끼봉으로 사라집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배가 부르니 커피생각이 간절하지만
커피는 연하천 산장에서 먹기로 하고 출발을 서두릅니다.
↓아침을 먹고 숲 속에서 야생화를 보며 자연과 하나도 되어봅니다.
↓뒤돌아본 토끼봉과 반야봉입니다.
↓연하천산장 가는 길.. 짧은 구간이나마 지리에서 제일 걷기편한 등로입니다.
↓서서히 돌방구 너덜길이 진을 빼기 시작합니다.
꼭지는 벌써 무릎이 아프다며 무척 힘들어합니다.
↓고사목너머 큰 턱걸이바위(사랑방 맘대로 붙인 이름이니 대충 넘어가세요~^^*)
↓이제는 돌길대신 헤아릴 수 없는 나무계단이 서서히 진을 빼기 시작하는 군요..
하지만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540개가 아닌 불과 54개정도 ~^^*
↓천왕봉 방향 조망인데 저 멀리 작은 점의 벽소령대피소가 보입니다.
↓09:50 작고 아담한 연하천 산장입니다.
다행이도 샘터가 마당 옆에 있어서 우선 먹고(?)마시고 손을 담그니 완전히 얼음물입니다.
성삼재에서 거의 7시간을 걸어왔으니 몸도 지치고 하여
커피한잔으로 잠시 망중한 한때를 보내며 20여분 쉬어갑니다.
↓산장 매점의 판매 목록인데 참고하십시요.
↓연하천 산장을 지나니 오늘 처음 만난 야생화가 씨앗과 같이 반겨줍니다.
↓10:40 형제봉가기전 음정 하산길 이정표입니다. 성삼재에서 벌써 8시간여..
모두들 조금은 힘들지만 결코 탈출할 생각은 없다합니다...ㅎㅎ두고 봐야지~@@
↓청주 한국교원대학생들이 반쯤 누운 고사목을 부여잡고 장난을 칩니다.
지리산의 정기를 가득 담아 갔으리라 생각이 들고 역시 젊음이 좋아 보입니다.
↓형제봉에서..
바로앞 암벽이 형제바위이고 멀리 천왕봉과 벽소령대피소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11:20 형제바위인데 노송도 두 그루.. 우애가 두터운지 서로 형 아우하며 의좋게 자라고 있습니다.
↓의좋은 형제바위가 질투가 나는지 이 아줌 아저씨들이 서로 떨어지라며
그 큰 바위를 양쪽으로 밀어봅니다. 질투 낼 때를 내야지 쯔쯔~~@@
여기서 꼭지와 친구분은 돌너덜과 전쟁이라도 치겠다며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각오를 단단이 합니다.
↓형제바위에서 바라본 벽소령대피소방향 조망입니다.
↓형제바위에서 바라본 음정(마천)방향 조망입니다. 지리산은 어느한쪽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벽소령대피소 가는 길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얼려온 캔 맥주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하동방향으로 지리의 산자락은... 보고 있으니 그저 말문이 닫힐 뿐입니다.
↓벽소령대피소 가는 길.. 이젠 로프까징~~흐흐흐 @@ ~ 병 주고 약(대피소)주고..
벽소령 가는 길도 쉬운 구간이 아닙니다. 계속 오름과 내림이 반복되고
끝없이 펼쳐진 돌길 따라 하염없이 시간과 싸움을 합니다.
↓12:30 드디어 노란 야생화가 에워싸고 있는 벽소령대피소..
여긴 샘터가 60m아래에 있어서 물 길러 오는 것도 장난이 아니네요~^^*
여기서 라면을 끊여 점심을 먹습니다.
근데 라면 먹고 과연 천왕봉 오를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하동 쌍계사 방향 조망입니다.
대피소를 지나니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 있습니다.
미나리아재비,꿀풀,고지대에서 보기 힘든 토끼풀까지..
잠시나마 들꽃들을 바라보며 시름을 잊습니다.
음정(마천)8.4km 갈림길을 지나니 모두가 힘들어합니다.
그때 꼭지가 영양제를 준비해왔다며 하나씩 나누어주는데
해병대아저씨 “일나그라” 라며 좋아합니다. 뭐가 일나는지~~@@
ㅋㅋ.. 역시 먹고 나니 힘은 쏟습니다.
갑자기 꼭지는 힘이 넘치는지 혼자서 헤 달리고 보이지 않습니다.
끝없는 오름과 내림의 돌너덜의 연속..
그 힘든 구간을 앞서서 달려가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니 겁납니다. 울 꼭지~@@
선비샘을 지나 좌측으로 꼬불어져 다시 돌길을 오릅니다.
여전히 꼭지는 보이지 않아서 사랑방도 부리나케 달려갑니다.
20여분 지나 능선안부에서 꼭지를 만납니다. 쉬면서 해병대부부를 기다리지만
오다가 길을 잃었는지 기절(?)을 했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니 해병대부부가 올라오는데
앞서갔다고 삐졌는지 어쨌는지 씩씩거립니다. 에구 무서버 ~~@@
↓이제 좌측으로 천왕봉이 좀 더 선명하게 손에 잡힐 듯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근데요~ 느림보인 우리들에겐 아직 5시간여 거리에 있습니다.
↓15:40 칠선봉입니다. 칠선녀 아님 7개의 봉우리가 있어서 그런지
그 유래가 아리송하지만 뛰어난 경관은 힘듦도 잊게 해 줍니다.
↓칠선봉의 우측봉우리.. 선녀의 흔적이 느껴질 정도의 선경입니다.
↓영신봉을 향한 조망입니다.
↓16:15 영신봉오르는 끝보이지 않는 마의 200 여개의 나무계단..
꼭지는 오르기 전부터 기가 질리는 듯 스틱에 의지해 서있기만 합니다.
↓16:30 영신봉에 올라서니 멀리 반야봉과 좌측 끝의 노고단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저아래 세석산장이 보이고 촛대봉이 어서오라고 손짓합니다.
17:00 세석대피소. 성삼재를 출발한지 14시간
모두들 열심히 걸어온 덕분에 무사히 세석까지 도착한 셈입니다.
꼭지의 목표는 원래 세석산장까지인데 목표달성은 한 셈이지요.
힘들면 여기서 탈출해야 하는데.. 모두 들
여기서 한신 계곡으로 하산하지 않고 일단 천왕봉으로 가겠다 합니다.
일단 장터목까지 가서 생각하겠다나.. ㅋㅋ..앞으로 단단히 각오해야 ~@@
세석에서 천왕봉까지는 아직도 3시간여 거리라
도착하면 밤 8시인데.. 에구~~@@
짧은 촛대봉 오름길도 이젠 모두들 힘들어합니다.
지겨운 돌길.. 하지만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합니다.
14시간 하루 종일 돌길을 걸었으니 발바닥은 불이 날 지경입니다.
한걸음한걸음 옮기는 그 자체가 고통의 연속입니다.
지금의 10여분은 평소의 1시간보다 더 고통스럽습니다.
↓17:20 촛대봉을 내려서니 멀리 천왕봉이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삼신봉과 연하봉은 천왕봉을 호위하듯이 겹겹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꼭지는 한걸음 옮길 때 마다 연신 신음소리를 연발하고
해님은 꼭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에구~~@@ 아직도 갈 길은 먼데 삼신봉은 모든 것을 내어주고 가라며 놓아주질 않습니다.
겨우겨우 다리를 끌고 삼신봉을 벗어나니
18:15 연하봉
이곳에서 우리는 세속의 모든 것을 토해냅니다.
비우고 또 비우고..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걸어야한다는 것..
18:35 결국 다리를 끌다시피 무아의 상태에서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합니다.
그간의 사랑방소식이 궁금한 듯 낯익은 빨간 우체통이 반갑게 맞이해 주니
사랑방도 말없이 우체통 앞을 서성입니다.
비록 한 장의 엽서가 없어도 서로의 마음은 알 것 같습니다.
모두들 여기까지 와서 천왕봉을 포기할 순 없는지 기어서라도 올라가겠답니다.
물론 백무동하산길도 걱정이지만 모든 것은 지리산에 맡겨봅니다.
生과 死 까지도..
↓무거운 배낭을 대피소에 내려놓고 모두들 제석봉을 향해 오릅니다.
하루 종일 함께한 해님.. 그 이별의 눈부심이 모든 고통을 감싸주는 듯 합니다.
↓천왕봉을 막아서고 있는 마지막 수문장 제석봉.. 상처안은 고사목만이 문지기가 되어 지키고 있습니다.
예전의 아픈 상처를 안은 체 죽어서도 살아 숨쉬는 고사목..
그 사이로 장엄한 저녁노을이 과거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줍니다.
↓언제나 쉬운 걸음을 허락지 않는 제석봉. 오늘도 예외는 아니군요.
꼭지와 해병대부부 서로를 격려하고 부축하며 오르고 있습니다.
사랑방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리는 천근만근이지만
그래도 고사목사이의 석양을 담으려고 혼자 앞서 달려갑니다.
구조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천왕봉을 맴돌다 사라집니다.
사고가 났는지.. 인명피해는 없어야 할텐데..
↓아래 사진들은 천왕봉아래에서 잡은 일출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낙조입니다. 에궁.. 날짜땜시~^*
↓20:00 천왕봉.. 드디어 1년여 준비해온 지리산 당일종주의 꿈이 이루어집니다.
아무도 없는..
매일같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천왕봉..
헌데 지금은 모두가 떠나고 없습니다.
서산에 기운 해.. 잔잔한 노을만이 천왕봉을 에워싸고
그래서 표지석만이 그 큰 천왕봉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천왕봉과 독대(?)하며 표지석을 끌어안습니다.
그 한 아름의 표지석이 하루 종일 햇볕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아직도 사람의 체온처럼 따스한 온기가 전해옵니다.
천왕봉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이 없군요..
노고단에서의 걸어온 길..
성삼재를 출발해 장장 17시간의 긴 여정.. 이젠 피곤함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이대로 천왕봉에 기대어 밤을 새우고 싶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니 꼭지와 해병대부부가 올라옵니다.
모두가 해냈습니다. 그것도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자랑스럽고 대견스럽습니다.
부부가 함께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지리산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지금 백무동하산길이 걱정이지만 너무나 값진 것을 얻었기에
한없이 비운 마음이건만 속속들이 채워지고 푸근해 짐을 느낍니다.
백무동까지 내려가기 위해서는 이젠 영혼까지 비워야 하겠지요..
서서히 어둠이 내립니다.
지리산의 천왕봉에도..
..........
그후
천왕봉을 내려와 장터목에 도착하니 밤 9시, 모두가 기진맥진하니
무엇이라도 먹고 내려가야 하겠기에 대피소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이다
은연중에 서정길님을 만납니다.
의상봉에서 잠간 인사를 나누었는데도 알아 뵙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번 했는데 표찰덕분에 만나게 됩니다.
오늘 하루 종일 돌에 채인 몸뚱이는 서정길님의 한잔 술에 위로를 받습니다.
만남주로 소주 한잔..
이별주로 백세주 한잔.. 그 사연을 남긴 체
다정하신 서정길님과 악수를 나누고 우린 백무동 돌너덜로
하산 길을 서두릅니다.
여느 때와 같이
익숙한 도깨비불을 켜고 또 야간산행으로..
4시간여 끝없는 돌길로..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가면서도
비운마음속에 자리 잡은 작은 행복..
지금 당장은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진정한 행복을 느끼리라..
설사 평생을 지리산에 산다 해도
그 일부밖에는 알 수 없는 영산의 지리산..
또 다음의 지리산행을 꿈꾸며..
그 꿈을 위하여..
...........
- 끝 -
~ 산사랑방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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