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지리산

신비로움을 간직한 마야계곡(중봉골)

산사랑방 2009. 3. 14. 15:25

 

 

미로속의 숨바꼭질.. 신비로움을 간직한 마야계곡(중봉골)

 

 

 

 < 마야계곡 용추폭포 >

 

 


 

산행지 : 지리산 마야계곡(중산리-마야계곡-천왕봉-장터목-중산리)

일   시 : 2006. 5. 28 (일) 운무속 흐림

산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163km / 2시간(서대구-중산리)    


 

06:30 중산리 매표소 -산행시작-

07:30-07:40 자연학습원 입구(법계사2.8km / 중산리 3.0km)

07:55 출렁 철다리

08:05 우측으로 계곡에 내려섬(신선너덜)

08:15 길이 없어 계곡에서 다시 뒤돌아 나옴

08:20 이정표<순두류아지트→80m>우측으로 다시 계곡에 내려섬

09:20 용추폭포

09:43 마야 독녀탕

09:55 윗용소?

12:30 계류의 마지막 상층부,, 좌측으로 붙어 길을 잃음

13:30 중봉샘과 천왕봉 중간지점으로 탈출하여 올라 섬

13:40-14:00 천왕봉

14:45 장터목

15:50-16:00 유암폭포

17:50 중산리 매표소 -산행끝- 
 

총 산행시간 : 11시간 20분 (약 14km)

참고 산행기 : 문종수님의 마야계곡 / 청산 전치옥님의 통신골-중봉골


 

중봉골은 

마야독녀탕이 있다고 해서 “마야계곡”이라고도 불리고

용추폭포가 있다 해서 “용소골”로도 불린다.

"지리산 최후의 비경"이라고 할 만큼 계곡과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는 중봉골이 아직 일반에 개방되지 않아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계곡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 계곡에는 이정표가 없고

산꾼들의 빛바랜 표시기도 찾기가 힘들다.

그만큼 안내자 없이는 산행하기가 힘든 구간이기도 하다. 
 

중봉골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는 순두류 경남자연학습원 입구에서 좌측으로

법계사를 향해 15분여 가다보면 철다리가 나오고 철다리를 건너 조금 더 올라가면

<순두류아지트→80m>철모가 벗겨진 이정표가 있다.

이 이정표따라 우측으로 80m 정도 들어가면 아지트로 사용된 넓은 공터와

암반이 있는 계곡이 나오는데 이곳이 중봉골이며 산행은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산행기 
 

오늘은 꼭지(아내)를 데리고 사지와 같은 마야계곡(중봉골)으로 갑니다.

그런데 계곡산행이 만만한게 아니더군요. 꼭지의 진행속도가 1km가는데 거의

1시간씩 소요될 뿐만 아니라 팔다리 온몸운동을 하게 되니

일반산행보다 힘은 배가 더 듭디다. 
 

그래도 가다가 못가면 다시 내려오기로 하고 행운이 따라준다면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고..

여기저기 산행기를 검색해보아도 중봉골에서 중봉샘까지 확실한 등로를 알 수가 없네요.

어쩝니까? 일단은 몸으로 때워보기로 하고 중봉골을 향해 출발합니다. 
 

해병대아저씨에게 중봉골에 가니 돌아오지 않거든 수색하러 오라고 전화를 해놓고..

하지만 중봉골은 생각보다 휴대폰이 잘 터졌습니다.

1시간 늦잠을 잔 게으름 때문에 열심히 밟고 와도 매표소에 도착하니 벌써 6시 20분입니다.

지리산은 되도록 일찍 산행을 시작해야 되는데.. 해가 중천에 있으니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계획은 중봉골-중봉-써리봉-황금능선이었는데.. 쯧쯧 글세요.~^^* 
 

매표소에서 자연학습원까지 지루한 시멘트길 1시간이나 어떻게 올라갈까 걱정했는데

꼬불꼬불 산길은 너무나 아늑했고, 숲속의 공기는 상쾌하고 싱그러웠습니다.

시멘트 포장길이었지만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답고 좋아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중봉골 들머리와 신선너덜 
 

선답자의 말대로 자연학습원입구에서 좌측

법계사방향으로 100m 정도 가니 우측에 현대식 화장실건물이 보입니다.

“길은 제대로 찾았구나.” 일단 안심을 합니다.

 

 

 

                                                                                  ▲경남자연학습원 입구

 

 

 

 

 

 

                                                            ▲중봉골 들머리는 이 철다리를 지나서 우측 


 

<흔들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이 걸려있는 철다리를 지나니

우측으로 <등산로아님>로프가 처져 있습니다. 로프줄을 타넘고 넘어갑니다.

졸지에 죄인(?)이 된지라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으니 오늘 또 빨치산이 되는 기분입니다.

어째 길이 희미합니다. “아닌가..?? 길이 왜 이래?”

하지만 요란한 계곡의 물소리에 그 불안감은 묻히고 맙니다. 
 

미답의 계곡은 어디든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초입부터 계곡의 웅장함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습니다. 이곳 상류부터가 중봉골이고

아래로는 신선들이 놀았다는 “신선너덜”입니다.

 

 

 

                                          ▲철다리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들어간 중봉골의 하류, 저 아래가 신설너덜


 

옛날 옛적에..

마고할미가 장독간에 모래를 깔고 싶어 치마에다 모래를 싸가지고 갑니다.

그런데 구멍 뚫린 치마사이로 모래가 줄줄줄~~ 흘러내려 버렸습니다.

옛날 마고할미도 억세게 못 살았는가 봅니다. 구멍 뚫린 치마를 입었으니.. 
 

이 모래가 점점 커져서 바위덩어리로 변했는데 그 아름다운 바위위로

신선들이 노닐었다 해서 “신선너덜”이 됐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너덜이 얼마나 잘 생겼기에 신선들이 놀았을까?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그것을 증명하고 싶지만 오늘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저기 길을 찾아도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의 수량만 적다면 계속 계곡을 따라 오르면 되는데 엊그제까지

비가 내려서인지 불어난 물 때문에 도저히 계곡으로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하늘을 가리고 있는 짙은 녹음이 음침한 분위기까지 조성합니다.

그때 겁먹은 꼭지가 입을 뗍니다. “우리 그만 법계사로 해서 돌아가자.” 
 

길도 없는 계곡을 어떻게 올라 가냐는 꼭지의 걱정스런 눈빛에 잠시나마

내 마음도 흔들립니다. 그렇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법계사 가는 길로 다시 백하여 조금 더 올라가니 (순두류아지트→80m>이정표가

홀로 외롭게 서 있습니다.

“우리 이제는 여기 아지트로 함 들어가 보자.” 
 

으쓱한 산죽길을 내려섭니다. 옛날 빨치산도 이 길을 지나갔을 겁니다.

비온 후라 이슬이 많아서 산죽잎에 스친 바지와 신발은 금방 젖어듭니다.

계곡에 내려서니 널찍한 공터가 있고 순두류아지트에 대한 스텐안내문이 서 있습니다.

예전에 빨치산의 지휘본부가 있었던 곳이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합니다.

그때의 아픈 흔적을 지우기나 하듯 계류의 움직임이 부산합니다. 

 

 

 

 


                                                          ▲순두류아지트를 조금 지나서 만난 무명폭포와 소


 

등로는 계곡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생각보다 희미하여 과연 오늘 중봉샘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지난번처럼 혹시 선답자의 발자국이 있나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전혀 흔적이 없습니다.

등로는 계곡좌측으로 10m 안팎으로 바싹 붙어서 이어집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타나는 소와 폭의 아름다움에 그 모든 걱정거리도 사라져갑니다.

낙엽이 보송보송 깔려있는 산죽길과 이끼로 미끄러운 너덜길이 번갈아가며 이어집니다.

숲속에는 감미로운 산새소리가, 계곡에서는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옵니다.

 

 

 

                                                    ▲등로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고 길은 계곡 옆으로 이어집니다.

 

 

 

 

 

                                                                       ▲낙엽이 보송한 희미한 산죽 길

 

 

 

                                                                      ▲용추폭포 가는 길에 만난 용소


 

때로는 뚜렷한 산죽길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금방 보이던 등로는 귀신처럼 사라집니다.

하나 둘 셋.. 숫자 열도 세기전에...

리본은 거의 보이지 않고 미로속으로 길과의 숨바꼭질을 합니다.

그래도 계곡에 들어서면 그 황홀경에 정신이 뺏겨 배낭을 둘러맨 채 퍼질고 앉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곡 상류에 이르기까지 계류를 건너는 일은 없으며

계곡 좌측으로 바싹 붙어서 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중봉골의 비경 용추폭포와 마야독녀탕 
 

그렇게 두류아지트에서 1시간여 올랐을까 드디어 비경의 용추폭포가 꼭지의 눈길을 끕니다.

높이는 4~5m 정도인데 그 아래 깊고 푸른 소가 장관이고 수억 년의 세월 속에

거대한 바위는 홈통처럼 패이고 깎여서 그 안으로 폭포수가 힘차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본류에 합수되는 천왕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실폭포

 

 


 

                                                                              ▲중봉골의 비경 용추폭포

 

 

 

                                         ▲꼭지가 폭포안쪽으로 정말 청학동으로 통하는 굴이 있나 살피고 있습니다.


 

“신선너덜”을 따라 오르면, 큰 폭포가 나오고 폭포수 안쪽으로 깊은 굴이 있는

데, 그 굴을 따라 들어가면 청학동에 이를 수 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신선너덜” 위쪽의 폭포라면 바로 이 용추폭포일 것이고 물이 쏟아지는 안쪽으로

굴이 나 있는지, 없는지는 물이 많아서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가 없네요.

꼭지가 행여나 굴이 보이나 싶어 그 안을 들여다봅니다. 
 

청산님이 올린 가을 단풍이 물든 용추폭포를 본적이 있는데

가을이면 정말 아름답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용추폭포를 지나 20여분 올라서니 쌍으로 된 아담한 소가 반겨주는데 바로 마야독녀탕입니다.

마야부인은 석가여래를 낳은 불모이며 고대 중부 인도의 구리성주인 선각의 딸로

가비라의 성주 정반왕의 아내가 되어 실달태자를 낳고 7일후에 죽은 바로 그 부인입니다.

 

 

 

▲마야독녀탕

 

 


                                                     ▲오늘의 마야독녀탕은 물이 많아서 쌍탕입니다.


 

천왕봉의 성모석상이 마야부인이라는 전설과 함께 중봉골의 조그마한 소에도

“마야독녀탕” 이라는 이름이 전해오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요?

어쨌든 작은 소 하나를 두고 이렇듯 깊은 의미를 부여한

우리 선조들의 지리산사랑에 감동합니다. 

 

 

 

                                                                               ▲윗용소??


 

마야독녀탕에서 다시 10분여 올랐을까 제법 넓은 또 하나의 아담한소가 반겨줍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참조해보니 윗용소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꼭지가 땡 잡았습니다. 소만 보면 퍼질고 앉아 갈 생각을 않습니다.

시간은 째깍째깍 지나가고 있는데 언제 중봉까지 올라갈지 걱정입니다. 


 

미로속의 숨바꼭질 
 

이곳부터는 정말 길이 애매하여 아예 없다고 표현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감각과 본능적인 육감, 지금까지의 산행경험.. 등등

하여튼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로 길 찾기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산행급수(?)가 숙숙 올라가는 순간입니다. 
 

바로그때 “웅성웅성~~.” 어 이게 무신소리??

아래쪽에서 반가운 사람소리가 들려옵니다.

진주에서 오셨다는 산님4분을 만납니다. 구세주가 따로 없습니다.

우리의 목적지가 중봄샘이니 당연히 묻고 싶어집니다. 

 

 

 

                                                                              ▲미로속의 너덜길.. 

 

 


                                                                               ▲계곡의 상류부

 

 

 

                                                 ▲길을 막고 있는 고사목과 안다리걸기(?)로 시름을 하는 꼭지


 

“중봉샘으로 가십니까?” 그런데 대답이 어째 아리송합니다.

“우리는 올라가다가 다른 데로 갑니다.”

“........??????”

다른데 어데?? 삼천포??? 갑자기 의문이 생깁니다.

청학연못처럼 중봉골에도 말 못할 비경이 숨겨진 데가 있남? 어쩝니까,

그렇다고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괜히 혼자서 속으로 투덜댑니다. “젠장~~@ 그러면 우리는 어떻하라구..”

일단 이분들이 가는데 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졸졸 따라가기로 합니다. 

 

 

 

                                                    ▲“휴ㅠㅠ.. 여기를 어떻게 올라가지.” 꼭지의 걱정이 대단합니다. 

 

 

 

                                                                      ▲실폭.... 살아 움직이는 마야계곡의 심장

 

 


 

                                                                             ▲소폭옆으로 길은 이어지고..

 

 

                                                              ▲이젠 미끄러운 계류를 건너야 합니다.


 

계곡 상류부터는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고 경사도 심해집니다.

운무속으로 조금씩 시야가 트이지만 조망은 되지 않습니다.

고사목들은 참으로 편한 자세를 취한 채 드러누워 있고 이끼 가득한 바위사이로

가냘프게 떨어지는 실 폭포는 살아 움직이는 중봉골의 심장이 됩니다.

이곳까지 가져온 세상의 속진들도 다 씻겨 나갑니다. 
 

            


 

                                                    ▲원시인이 계곡수림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저 미끄러운 곳으로 올라야 하니 꼭지가 갈수록 태산이라며 투덜댑니다.


 

중반부까지는 거의 없던 리본이 후반부에 들어와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계곡을 벗어나면 안 됩니다. 되도록 계곡을 바로 치고 오르세요.”

진주 산님의 충고가 있었기에 바로 오르지 못하면 우회해서라도 계곡에 붙어서 오릅니다.

하지만 그 충고를 잊어버리고 지형에만 의지한 채 좌측으로 붙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계류를 바로 치고 오릅니다. 낑낑~~  

 

 

 

                                                                             ▲처음으로 만나는 로프구간

 

 


 

                                                                          ▲마지막 계류 (12:30)


 

중간중간 희미한 족적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상 등로를 벗어나는 순간입니다.

다행이도 그때 진주산님들과 또 합류하게 됩니다.

그분들 중에 경험자가 있었지만 한번 이탈한 등로는 되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거대한 암봉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헉 이건 뭐야~~ 천왕이다.” 진주산님이 외칩니다.

만약 이곳에서 꼭지와 둘이 있었다면 무척 당황했을 것이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몰라 허둥대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도장골에 이어 오늘도 행운이 따라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쪽은 천왕봉의 암능구간 같다며 우측으로 우회하자고 합니다.

어차피 직벽이라 오를 수도 없습니다.

중봉샘 방향을 가늠해 길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우측으로 덩굴나무를 헤치고 나아가니

희미한 족적이 눈에 들어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잡목숲을 헤치고 능선에 올라서니 드디어 고속도로같은 주 등산로

중봉샘입구에서 천왕봉가는 중간지점이었습니다.

윗새재에서 출발했다는 부부산님

툭 튀어나온 빨치산(?)을 보더니 신기한 듯 대뜸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

진주 산님 왈 “천왕에서 내려 왔슴다.”

.....???????

 

드디어 빨치산에서 해방되어 여러 산님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한 천왕봉을 오릅니다.

악몽 같은 숨바꼭질이 마감되는 순간입니다.

마야계곡..

길은 있되 그 길은 물길이었습니다.

비록 목표로 했던 중봉샘에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전설이 깃들어있는 마야계곡을

끝까지 답사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석봉의 풍경은 언제보아도 슬프고도 아름답습니다.

 

 

 


 

                                                                              ▲하산길의 유암폭포

 

 


 

                                                                                 ▲하산길의 홈바위교


 

           - 끝 -  감사합니다.

 

 

ㅡ 끝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