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지리산

지리산! 미완의 화대종주

산사랑방 2008. 12. 24. 17:57


 

지리산! 미완의 화대종주


 


2008.   7.   27. (일) 구름조금


산사랑방 홀로


일출 05:29 / 일몰 19:34 / 음력 6.25

 

 

 

< 칠선봉 >


 

                                                                                    

                                                                      ▲ 토끼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불무장등 방향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산행일정 정리

02:33 화엄사  -산행시작-

03:00-03:10 알바

05:03 코재

05:16 노고단대피소

05:37-05:50 노고단고개 일출

06:53 임걸령샘

07:27-7:40 노루목

08:04 삼도봉

08:29 화개재

09:15 토끼봉

10:16-10:30 연하천대피소

11:34 형제봉

12:22-12:40 벽소령대피소

13:34 선비샘

14:25 칠선봉

15:00 영신봉

15:20 세석산장

15:37 촛대봉

16:40 연하봉

17:00-17:10 장터목대피소

18:25 천왕봉

20:40 중산리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18시간 07분(휴식포함)

총 산행거리 : 37.9km(화엄사→32.5km←천왕봉→5.4km←중산리) 현지 이정표기준

교           통 : 대중교통(기차-택시)

                     대구역(21:05) ⇒ 대전역 도착(22:44) 새마을 14,300원

                     대전역에서 ⇒ 서대전역 택시3,300원 소요시간 10분

                     서대전(23:44) ⇒ 구례구역 도착(02:11) 무궁화 12,200원

                     택시 ⇒ 화엄사들머리 02:33도착, 택시비 10,000원(시내손님과 합승)

귀 가  교 통 : 중산리까지 꼭지(아내)의 차량지원





꿈의 화대종주


꼭지(아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이번 주는 대간을 쉬자고 합니다.

대간이 행여 장맛비에 떠내려갈까 걱정도 되지만 억지로 꼭지를 끌고 갈 수도 없는지라

다음으로 미루고 대신 마음속 늘 그리움으로 묻어두었던 지리에 듭니다.


시작은 화엄사에서 하되 하산코스는 몸이 움직여주는 대로 따르기로 하고

그곳이 백무동이 되던 중산리가 되던 대원사가 되던 말입니다.

토요일, 대구역에서 21:05분 열차를 타고 대전역에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서대전역으로 이동합니다.

서대전역에서 23:44분 열차로 02:11분 구례구역에 도착할 때까지의 긴 여정도

설렘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여행이 됩니다.


늘 그렇듯이 기대와 흥분 속에 잠은 채 1시간도 자지 못했지만 몸은 피곤한 줄을 모르겠네요.

지리에 든다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행복에 취하고 인생에 취합니다.

구례구역에 내리니 이게 웬일 입니까? 휴일인데도 예전과 달리 산꾼들이 없어서 설렁하네요.

고작 10여명의 산꾼들.. 그것도 대부분 성삼재로 가시고

화엄사방향은 아무도 없네요.

쩝~~ㅠㅠ

다행이 구례터미널로 가시는 분이 한 분 있어서 합승을 하여 화엄사들머리에 도착합니다.



02:33 부처님의 마음 같은 화엄사 들머리

택시에서 내리니 상쾌한 공기 속으로 계류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귓전을 때립니다.

“아! 지리산이구나.”

표현 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전신을 엄습합니다. 택시는 횡 하니 사라지고 이내 혼자가 됩니다.

그러나 계류의 물소리 하나 만으로도 외롭지 않습니다.

이 정겨운 물소리는 코재에 올라설 때까지 길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더군요.

 


 


산행준비를 하고 어둠속에 우뚝 솟은 이정목 앞에 섭니다.

천왕봉 32.5km?

그 이후는 저도 모릅니다. 이미 단단히 각오를 한 터라 별 거리 감각 없이 산문에 듭니다.

이슬이 촉촉이 내리는 대나무 숲길이 정겹습니다.

가지런히 놓인 돌길, 언제 걸어도 편안한 길입니다. 마치 화엄사에 계시는 부처님의 마음 같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속으로 물소리는 조잘대며 계속 따라옵니다.


안일한 생각으로 아무생각 없이 계류 따라 직진하다가 조릿대숲길에서 알바를 10분정도 했습니다.

역시 거산은 조금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 사람이 알바를 했는지 길이 뺀질뺀질하더군요.

초행길에도 알바를 하지 않았던 곳이기에 육감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끝까지 종주를 하지 못할 것 같은 방정맞은 생각도 들고..


‘코재’는 이름값을 하는지 역시 힘들었습니다.

코를 땅에 붙이고 기어올라야 할 만큼 힘든 곳이지요. 오를 때 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늘 자신에게 반문하던 곳입니다. 두 번 다시는 화엄사에서 시작하지 않을 거야.

몇 번이나 투덜댑니다.

계속 들리던 물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드디어 코재의 코끝이 보이더군요.


성삼재와 만나는 임도에 올라서니 서서히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지리의 하늘이 보입니다.

별들은 옅은 구름사이로 졸고 있고, 조그만 하현달이 이우러가는 새벽입니다.

서늘한 하늘바람이 반갑다며 포옹하더니 이어 산토끼도 마중을 나왔네요.

자기 놀이터인 토끼봉을 놔두고 하필이면 임도에서 놀고 있을까.

 

"얘야 토끼봉에 가서 놀아라. 여긴 네 놀이터가 아니다." 

 

발걸음을 멈추니 그녀석도 가만히 있습니다. 먹을 것을 달라는 건지..

혹시 토끼먹을게 있나 생각하니 오이도 하나 없어서 살금살금 다가가니 그제야 숲속으로 뛰어드네요.

이제 지리의 동물들도 사람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나 봅니다.

설악의 다람쥐처럼 말입니다. 

 



노고단의 일출


05:16 노고단 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밥맛이 없어 미숫가루로 ‘요것도 밥이다’ 하며 뱃속을 달래주고는

일출을 보기위해 노고단을 오릅니다.

노고단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 또한 장관일 테지만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개방을 한다고 하니

정상은 오르지 못하고 노고단 고개에서 해뜨기를 기다립니다.

 




 



 


 


반야봉아래로 산마루가 조금씩 꿈틀대면서 밤새 품었던 해구슬을 토해내듯이 붉은 해가 솟아오릅니다.

노루목쯤에서 지리는 그렇게 눈을 뜨고 장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많은 계곡을 품에 안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옅은 운무 속으로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노란 원추리도 밤새 움츠렸던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하고 산님들의 함성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옵니다.


환한 빛의 행렬 속으로 주능선을 향한 산꾼들의 걸음이 이어집니다.

운동화에 반바지차림의 청춘남녀들, 많은 젊은이들과 어울려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종주에 나선 아버지와, 재미있는 얘기들로 걸음 내내 웃음꽃을 피우는 단체 산행객들..

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행하다보니 그들 모두가 한 가족처럼 느껴졌고

혼자지만 외롭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돼지평전을 지납니다.

아침 햇살에 한 것 부풀어 오른 비비추가 요염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곱게 핀 원추리너머로 왕시루봉과 피아골이 시야에 들어오고,

비비추너머로는 작년에 지나온 만복대능선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곤한 생각에 잠겨있습니다.

고요하면서도 시시각각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지리산..

이렇게 지리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왕시루봉능선따라 멀리 흰 구름위로 백운산이 이름값을 하네요.


 



 


                                                ▲비비추 너머로 희미한 만복대 능선이 지나온 대간의 향수를 자아내게 합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지리의 마음인 임걸령샘에서 물을 보충하고

솔바람 가슴에 파고드는 노루목에 오르니 조망이 멋져 잠시 지리의 넉넉한 아름다움에 취합니다.

암반에 앉아 끝없이 이어지는 왕시루봉과 불무장등의 산줄기들을 바라보며

꼭지가 준비해준 찰밥으로 아침을 먹습니다.

어쩌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는 산을 먹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루목에 올라서서 지나온 길을 뒤 돌아봅니다.


 


                                                                                 ▲좌측은 불무장등입니다.


 


                                                                         ▲삼도봉의 아름다운 부자?

 


삼도봉에서 지겹도록 긴 터널 같은 551계단을 내려섭니다.

작년 대간길에 오를 때는 몇 개인지 세면서 오르느라 힘들 줄 몰랐는데 내려가는 것도 쉽지가 않네요.

화개재에 내려섭니다. 장의자가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에는 그만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산님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목통골과 뱀사골을 타고 올라 온

시원한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원추리와 범꼬리가 많았는 걸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원추리가 숫자를 헤아릴 정도로 눈에 띄게 적어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중앙으로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그들의 성장을 막고 있습니다.

아마 산장을 철거하고 또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뜨고 앉고, 구조물을 떨어뜨릴 때

그들은 짓뭉개지고 밟혀서 개체수가 점차 줄어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4년전 꼭지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당일종주 할 때가 기억납니다.

초행길이었던 이곳 화개재에서 무리지어 피어난 범꼬리를 보고 눈물이 나도록 감동을 받았지요.

어디에서든 지금도 범꼬리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가슴이 뭉클 하곤 하는데

그 때문인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화개재의 야생화가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가 봅니다.

 



                                            ▲화개재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산님들.. 삼도봉에서 만난 초등학생이 또 보이네요. 


 


          ▲꼭지와 해병대부부 넷이서 처녀 종주 때 만난 화개재의 범꼬리 (2004. 6. 13), 그때는 저것으로 병딱으면 좋겠다는 생각을...ㅠ


 


                                          ▲이 아름다운 정경을 위하여 우리는 힘듦도 잊은 채 토끼봉에 오르나 봅니다.

 


코재 다음으로 힘든 토끼봉을 지나면 서서히 너덜길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명선봉을 넘으면 연하천으로 내려서는 나무계단 옆으로 지리산 최고의 숲길이 이어지는데

아름드리 주목과 구상나무, 신갈나무는 물론이고 유난히 단풍이 고운 귀룽나무와 그 외

이름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수목들이 자라고 있는 천혜의 원시림입니다.

지리산의 살아있는 수목원인 셈이지요.


나무계단을 한참동안 밟으며 내려가야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주능선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치가 있습니다.

동자꽃과 원추리, 비비추, 모싯대.. 등등 여러 야생화가 빈자리를 채워주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싱그러운 숲길을 내려서면 연하천대피소입니다.

 



                                                                                 ▲연하천 가는 길의 너덜


 


                                                                 ▲천혜의 원시림.. 지리산 최고의 연하천 숲길


 


                                                                       ▲새로 깔끔하게 증축된 연하천 대피소

 


연하천대피소는 예전의 지저분한 취사장을

2층은 산장으로 1층은 취사장으로 아담하게 증축하였으며 샘터에는 지붕가족이 생겼네요.

몇 백 년 태고의 울창한 숲에서 솟아나오는 연하천의 샘물은 불로약수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절대 그냥 지나치시면 안 되죠. 꼭 마셔보시고 물통 가득 채워서 가시길 바랍니다.

화장실은 수세식으로 번들번들하게 다시 지어졌습니다.

산은 예전 그대로이면서도 하루하루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네요.


형제봉에 올라서니 형제바위 위의 두 그루 소나무도 여전히 우애가 깊고

멀리 천왕은 하얀 커튼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합니다.

운무가 걷히기를 한 참을 기다려 천왕의 모습을 담습니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형제바위의 우애깊은 소나무와 운무속의 천왕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빗점골.. 지리산 영혼들의 아픔이 있는 곳입니다.


 


                                                                     ▲천왕도 보이고 벽소령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밤에는 달빛이, 낮에는 들꽃이 아름다운 벽소령 대피소


 


                                                                                           ▲선비샘




승자는 없다


벽소령에서 점심을 먹고 샘터로 내려가 물을 보충합니다.

생각해보니 지리산에서 오늘만큼 물을 많이 마셔본 기억이 없네요. 지리산도 폭염속입니다.

덕평봉을 지나 선비샘에서 목을 축이고 소문난 너덜길에 접어드니

다리마져도 너덜거리며 못 가겠노라며 아우성입니다.

꼭지와 함께 다닐 때는 자주 쉬다보니 한 여름에도 별로 땀을 흘리지 않는데

오늘은 혼자라서 그런지 별로 쉬고 쉽지가 않습니다. 혼자 쉬고 있으면 외로울 것 같아서요.


토벌대가 어디쯤 왔나 빨치산이 망을 봤다는 망바위를 지나 우아한 자태의 칠선봉에 오릅니다.

발아래로는 피의 계곡 대성골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깊고 깊은 저 골짜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대성골과 빗점골은 지리산의 아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빨치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으며 무엇 때문에 처참하게 죽어 가야 했는지..

그들은 토벌대를 피해 한 겨울 굶주린 배를 움켜잡으며 빗점골로, 한신계곡으로 밤새도록

주능선을 오르내렸다는 그 일그러졌던 역사의 현장..

오늘 그 능선을 따라 걷습니다.

풀 한포기, 이름 없는 꽃 한 송이 어찌 애처롭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지리산>의 저자 이병주의 말을 음미해 봅니다.


 


                                               ▲죽어간 영혼을 달래기 위함인지 계곡을 향해 원추리가 곱게 피었습니다.

 


곱게 핀 노란 원추리가

깊은 계곡을 내려다보며 지리산에서 죽어간 많은 영혼들을 어루만지고 있네요.

이제는 전설 속으로 묻혀버린 빨치산의 역사, 지리는 무엇이든지 자신의 품에서 밀어내지 않습니다.

지리의 넓은 품에는 안기지 못할 것이 없으며, 그곳에는 이념도 없고 이데올로기의 갈등도 없습니다.

자연은 그저 덤덤할 뿐입니다.

피었다 지는 저 원추리 한 송이과 우리 인간이 다를 바 없건 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나 봅니다.

 


 

                                                           ▲망바위에서 바라본 대성골과 남부능선의 진수 삼신봉 라인


 


                                                   ▲아름다운 풍광에 선녀도 하늘나라로 돌아가기 싫어했음직한 칠선봉


 


                                                                  ▲영신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백무동 한신계곡


 


                                                                         ▲천왕봉이 가까워 집니다. 


 


                                                             ▲지나온 길은 가물가물하여 이제 보이지도 않네요.



한 낮 주능선의 기온은 25도, 연신봉을 오르며 연이어 땀으로 목욕을 합니다.

서서히 육신은 무거워지고 거친 숨소리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몸이 거부반응을 나타냅니다.

세석 대피소가 쉬어가라며 유혹하지만 못 본 채 그냥 통과합니다.


촛대봉 오름길은 그늘하나 없는 뙤약볕.. 뜨거운 촛물이 뚝뚝 떨어지는 촛대봉을 오릅니다.

따가운 햇살은 세석의 잔돌평전위로 톡톡 튀어 다니는데 그 길을 오르니 목덜미가 금방 빨갛게 익습니다.

그렇게 엉금엉금 촛대봉을 넘어

연하봉이 지척인 곳에서 도장골을 내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촛대봉과 일출봉 양쪽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서로 감싸 안은 도장골은 깊고도 넓어서

산꾼의 발걸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곳입니다.

그곳을 내려다보는 돌양지의 노란 자태.. 진정 지리산은 어느 한 곳 아름답지 않는 곳이 없네요.

 



                                                                        ▲촛대봉이 보이고 저 아래가 세석입니다.


 


                                                                                       ▲도장골


 


                                                                           ▲도장골을 향한 돌양지




작심3일


17:00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체력이 바닥입니다.

3년 전, 종주 때는 장터목 도착시간이 4시30분이었는데 오늘은 그때에 비해 30분 지각한 셈입니다.

떨어진 체력이 무더위에 회복속가 늦는 것 같네요.

샘터로 내려가 물을 보충하고 몸 상태를 점검하니 오늘 대원사까지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꼭지에게 전화를 겁니다.


대원사까지는 갈 수 없을 것 같고 천왕봉에 올랐다가 중산리로 하산하겠다고 하니

꼭지가 잘 결정했다며 끝까지 조심하라고 당부합니다.

옆에서 응원해주는 꼭지가 있기에 꿈꾸듯 화엄사코스도 가능하고

귀가길 염려 없으니 마음 것 산행도 할 수 있어서 든든하고 고맙기만 합니다.


제석봉에는 구절초와 산오이풀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고 가을이 저만큼 왔음을 알립니다.

예전에는 들꽃들이 참 많았다는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그 개체수가 자꾸만 줄어드는 것 같네요.

멧돼지들이 다 먹어치웠는지 겨울 그 혹한의 추위를 견디지 못했는지..

이러다 언젠가는 꽃 한 송이 구경할 수 없는 황량한 제석봉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제석봉을 오르며..  펜스옆에는 산오이풀


 


                                                                         ▲가을의 전설.. 제석봉 사면의 구절초


 


                                                                                ▲범꼬리와 촛대봉 


 


                                                                                            ▲천왕봉


 


                                                                   ▲천왕봉에는 범꼬리가 이제 활짝피었습니다.


 


                                                                            ▲천왕에서 바라본 칠선계곡


 


                                                                             ▲바위사면의 돌양지 가족 


 


                                                                                          ▲산오이풀


 


                                                                                   ▲하산할 중산리 방향


 


                                                                           ▲오늘의 천왕봉은 한가롭습니다.

 


18:25 천왕봉에 올라섭니다.

바위 사면의 양지꽃과 산오이풀이 막바지 햇살에 더욱 요염해 졌습니다.

서 너 명의 산님들이 보일 뿐 천왕봉은 오늘 한가롭네요.

멀리 지나온 능선들이 아련하게 보이고 반야는 운무 속에 숨어서 여전히 신비감을 더해줍니다.


보통 장터목에서 50여분이면 오를 수 있는데 오늘은 1시간 20분이나 걸렸습니다.

체력이 영 회복되지를 않네요.

써리봉에서 멋진 일몰을 보고 대원사로 하산하려고 했던 당초의 마음이 “포기하면 안 돼, 가자! 가자!”하며

몸에게 채찍질을 합니다. 몸은 “더 이상 못가! 못가”하며 씩씩거립니다.

중봉~써리봉 구간도 오르내림이 심해 힘든 구간이지만

야간산행의 부담과 치밭목 대피소에서 대원사까지 3시간여 내려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되네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꼭지와 9시에 중산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하산을 서두릅니다.

예전에는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중산리 돌계단이 또 사람을 잡네요.

땀은 비 오듯 하고 날이 어두워져 이마에 도깨비불을 달았더니 나방들이 도깨비와 싸우느나 난리법석을 떱니다.

나방 떼기도 힘든데 다리는 천근만근 나 몰라라 하며 아예 움직이려 하지 않네요.


어쩝니까. 

불법파업이라며 때려잡을 수도 없고 살살 달래서 끌고 가야지요.

희미한 불빛이 보이고 주차장에 내려서니 꼭지가 저 만큼서 마중을 옵니다.

미완의 화대종주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꼭지에게 투덜거렸죠.

“내 다시는 화대종주 하나봐라.”

...........????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