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추억의 산행기)
지리산의 가을 (통신골-도장골-청학연못)
▲도장골 와룡폭포
산행일 : 2006. 10. 15.
산행지 : 지리산 (통신골-천왕봉-일출봉-도장골-장군봉-청학연못)
산행자 : 홀로 산행
교 통 : 자가운전
대구출발 03:40 165km / 중산리매표소 05:10
산행일정 및 시간 정리
05:10 중산리매표소 -산행시작-
07:00 유암폭포
07:10 통신골 초입부 (우측골)
08:00 Y자 합수점에서 우측으로(고도1430)
09:00 천왕봉
09:50 장터목
10:05 연하봉 안부
10:15-10:25 일출봉
11:15 전망대(고도1360)
11:20 <산이너무좋아>님의 표시기따라 지능선에서 도장골로 내려섬(고도1310지점)
11:42 기도처
11:50 와룡폭포 아래쪽으로 나옴 (폭포100m 전)
11:55 와룡폭포
12:00 Y자 합수점에서 좌측으로(촛대봉방향)
12:10-12:50 계곡상류에서 식사
13:04 계곡을 버리고 좌측비탈로 붙음(리본3개 붙어있음, 고도1290지점)
13:15 지능선에 붙음(고도1400)
13:35 촛대봉 주능선
13:45 장군봉(지도상에는 시루봉)
13:57 암능전망대
14:00-14:08 청학연못
14:27 세석 주등산로에 합류
16:20 거림매표소 -산행끝-
총 산행시간 : 11시간 10분(휴식 1시간 포함)
▲산행경로
산행에 앞서
오늘은 꼭지(아내)를 떼놓고 혼자서 떠나는 답사산행입니다.
중산리에서 출발 유암폭포에서 통신골-천왕봉-연하봉-일출봉-도장골에서
다시 촛대봉능선으로 치고 올라 청학연못-세석-남부능선-석문에서 거림으로
13시간정도의 빡빡한 산행계획을 세워 일몰전에 끝내기로 합니다.
통신골은 오름내내 전망이 트여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고
계곡합수점이 나오면 천왕봉방향으로 우측을 따른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출봉에서 도장골구간은 초행자에게 가장 위험하기로 소문난 구간이라 하는군요.
봄에 길상사에서 촛대봉까지 이미 도장골은 답사한 터라 크게 염려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리산은 언제 다른모습으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않기로 합니다.
오늘의 포인트는 일출봉능선에서 와룡폭포로 내려서는 초입부와
와룡폭포에서 일출봉으로 오르는 초입부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길상사 들머리에서부터 와룡폭포까지는 등산로가 계곡에서 거의 벗어나 있습니다.
들머리에서부터 오를 때는 길이 뚜렷해 별문제가 없으나
촛대봉이나 일출봉에서 도장골로 하산할 때
초행자는 길을 찾지 못해 상당한 고생을 하는 구간입니다.
또한 반달곰의 서식지대라 때 아닌 곰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1. 방심은 금물.. 통신골에서 천왕봉
중산리매표소는 이른 시간인데도 등산객들로 북적댑니다.
산님들이 많아 줄을 서서 오르다 장터목갈림길을 지나니 혼자만의 산행이 됩니다.
꼭지 없는 외로움을 떨쳐버리려고 걸음을 빨리합니다.
통신골은 처음이라 혼자 들어서기가 꺼림직 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통신골들머리는 유암폭포에서 상류쪽으로 100m정도 오르면 계곡 합수점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측이 통신골입니다.
통신골은 죽음의 계곡이라고들 하는데 그만큼 계곡이 위험하여
조금의 방심으로도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기에 그렇게 불리워지나 봅니다.
근데 왜 이름이 <통신골>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유암폭포 가는길
▲홈바위교와 단풍
▲기름띠가 흐르는 듯한 유암폭포
▲통신골 초입(우측으로)
하늘은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고 남명 조식은 말했다고 하지만
일제가 패망할 때 지리산이 한번 울었다고 전합니다.
그곳이 바로 천왕봉아래 통신골이며 지금도 부서져 내린 낙석더미가
산처럼 쌓여 그때의 고통과 울음의 의미를 짐작케 합니다.
오름길 내내 홈통처럼 패인 계곡 아래로는 막힘없는 조망이 이어집니다.
중반부부터는 네발로 엉금엉금기어서 오릅니다. 하늘빛에 눈이 부시고 그 너머는
가야할 일출봉과 촛대봉능선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혼자보기가 아까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꼭지(아내)에게 보냈더니
고운단풍 많이보고 조심해서 산행하라는 꼭지의 염려메세지가 날아옵니다.
꼭지와 같이 왔다면 엄청 고생을 시켰을 것 같아 혼자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신골 (계곡 합수점에 올라서서 내려다본 풍경)
▲통신골 (축구공을 굴리면 중산리까지 내려갈 것 같습니다.)
1시간 정도 오르니 계곡은 두 갈래로 나누어집니다.
고도계는 1500을 가르키는데 천왕봉방향인 우측 계곡따라 오릅니다.
오르는데 별 어려움은 없으나 행여나 바위에서 미끄러지면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며 오릅니다.
부상당하면 누구한사람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계곡의 암반층은 주물을 틀에 부어 흘러내린 것처럼 모양이 신기합니다.
마치 설악산의 풍경을 보는 것 같고 오름길 내내 하늘이 휜히 트여서
더욱 천왕의 위용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올라갈 수는 있어도 내려가기는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신골
▲우측으로 가야할 장군봉이 조그맣게 보이고 남부능선의 삼신봉라인이 선명합니다.
▲천왕봉에서 방금 올라온 통신골을 내려다봅니다.
고도1500 합수점에서 30여분 오르니 계곡은 또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이곳이 아마
제석봉과 천왕봉방향으로 나누어지는 구간인가 봅니다.
원래 계획은 좌측 제석봉방향으로 오르기로 했으나 답답한 느낌이 들어
하늘이 훤히 트여있는 우측계곡을 택하여 오르니 계곡은 잡석이 많은 너덜로 바뀝니다.
이곳으로 오르면 천왕샘이 나온다고 했는데 넓은 급경사 너덜따라 오르니
웅성웅성 갑자기 사람소리가 들리고 천왕의 암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혼자 깜짝 놀라 의아해 합니다.
“어! 왜 이리로 올라왔지?”
예상했던 천왕샘이 아니었지만 천왕봉으로 바로 올라오게 되어서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2. 일출봉에서 마의 도장골로
천왕봉에서 제석봉 연하봉에 이르는 구간에는 이미 단풍이 말라버렸습니다.
단풍은 꼭지와 종주한 지난주가 절정이었나 봅니다.
주등산로에는 많은 산님들로 정체되어 줄을 서서 가야할 정도입니다.
장터목은 이름그대로 시장통을 방불케하여 매점에서 백도하나를 사고는 얼른 걸음을 옮깁니다.
연하봉안부에서 일출봉으로 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호젓하여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일출봉에 올라서니 천왕봉과 지나온 통신골의 속살이 환히 들여다보입니다.
통신골의 낙석구간은 마치 살점이 뜯겨나간 듯하여 가슴이 아픕니다만
웅석봉에 이르는 달뜨기능선이 박무속으로 아스라이 조망되어 위안을 받습니다.
이곳에서의 일출 또한 천왕봉이상으로 환상적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터목 대피소
▲일출봉 가는 길에 바라본 연하봉과 멀리 반야봉
▲일출봉
▲일출봉과 달뜨기 능선
▲일출봉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그 아래 통신골
▲가야할 도장골..
일출봉에서 백도하나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는 길을 재촉합니다.
능선은 조망이 없어 아쉽지만 길이 뚜렷하고 낙엽 깔린 부드러운 길이 융단처럼 이어집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단풍이 곱게 물든 숲길은 너무나 아름다워
연신 휴대폰사진을 찍어 꼭지에게 보냅니다.
▲일출봉 주능선의 단풍
▲전망대인 1360봉에서 바라본 장군봉(시루봉)과 촛대봉
▲도장골가는 길의 너덜
일출봉에서 지능선따라 40여분 내려오니 멋진 전망대가 있고
촛대봉과 가야할 장군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고도 1360전망대 근처에서 능선을 버리고 도장골(와룡폭포)로 내려서야 한다고 했는데..
아니라 다를까 5분여 내려오니 우측으로 <산이너무좋아>님의 리본이 붙어있고
그 사이로 희미한 길이 보입니다.
“흠 이길 인가 보네.” 혼자 중얼거리며 내려섭니다.
예전에 이수영님이 이 길로 내려섰으면 죽을 고생을 덜 했을 텐데..
처음엔 뚜렷하던 길이 너덜로 바뀌면서 차츰 내려갈수록 희미해집니다.
약간의 불안감이 앞서지만 “뭐 너덜길은 원래 그렇지 뭐.” 혼자 위안을 합니다.
길은 드문드문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지만 가끔씩 리본도
보이고 하여 별 걱정 없이 느긋하게 내려갑니다.
드디어 인공물인 고로쇠줄이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때 얼마나 절망적이었으면 이 줄이 생명줄로 보였을까.
겨울, 눈 덮인 도장골, 그것도 계곡상류너덜로 내려갔던 이수영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지능선에서 이곳으로 내려서면 일출봉에서 와룡폭포까지
1시간30분거리인데 이수영님은 계곡상류에서부터 내려가 와룡폭포까지
4시간이나 걸렸으니 그 힘듦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3. 도장골의 가을과 와룡폭포
지능선에서 20분여 내려오니 병풍바위가 있는 기도처입니다. 사람이 기거한 흔적이 눈에 띱니다.
그 아래에 또 작은 기도처가 있습니다. 기도처로 떨어지면 100점이라고 했는데
제대로 내려온 셈입니다. 그렇다면 저 아래가 와룡폭포?”
기도처에서 희미한 산죽을 헤치고 나오니 아니라 다를까 시원하게 뚫린 도장골원류가 나타나고
그곳에서100m 상부에는 와룡폭포가 그 위용을 들어냅니다.
▲사람이 기거한 흔적이 있는 기도처
▲기도처에서 내려오니 바로위에 와룡폭포가 보입니다.
▲와룡폭포아래의 단풍
▲와룡폭포 1
▲도장골의 가을빛이 곱지만 길을 찾지 못하면 그냥 이 험한 계곡 따라 내려가야 합니다.
와룡폭포부터는 지난번에 답사한 길이라 휘바람불며 진행합니다.
폭포를 끼고 좌측 등로따라 5분여 나아가면 계곡 합수점인데 우측은 연하봉으로 이어지고
좌측은 촛대봉으로 이어집니다. 촛대봉이 보이는 좌측 계곡 따라 오릅니다.
가끔은 빛바랜 표시기들이 동무하며 길안내를 합니다.
이제는 여유 있게 단풍구경도 하고 계곡 반석에 앉아 점심도 맛있게 먹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더욱 적막감이 들지만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실바람에도 스르륵 떨어지는 낙엽소리가 고요의 정적을 깹니다.
가을색이 가득한 도장골에 혼자 있으니 더욱 외로워집니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아 꼭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계곡의 아름다움도 전해줄 수가 없습니다.
주위의 모든 풍경은 선경이지만 홀로 있다는 쓸쓸함이 싫어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와룡폭포 2
▲와룡폭포 상단부에서 내려다본 풍경
▲계곡상류의 풍경인데 이곳에서 계곡을 버리고 좌측으로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촛대봉으로 가는 길이 애매합니다.
지난번에 답사했을 때 분명히 이쯤에서 좌측사면으로 치고 올랐는데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도장골은 갈수록 아리송한 곳이라고 하더니 역시 무서운 곳이로구나.”혼자 중얼거리다가
결국 10분여 알바를 하고 나서야 리본이 세 개나 붙어있는 들머리를 찾습니다.
봄에는 희미한 리본이 고작 하나밖에 없었는데..
참고로 들머리는 와룡폭포에서 30여분 거리에 있습니다.
10분여 오르니 금방 하늘이 트이고 낯익은 산죽길이 반겨줍니다.
봄에 이 길을 오르면서 꼭지가 낑낑대며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나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세상에서 해도 해도 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꼭지의 걸음일 것입니다.
지리산종주까지 하며 훈련(?)을 시켜도 느림보걸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니..
4. 장군봉의 막힘없는 조망과 청학연못
몇 개의 작은 암봉을 지나 장군봉에 올라섭니다.
앞을 막아선 촛대봉의 위용은 여전하고 거림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단풍이 참으로 곱습니다.
저 단풍터널속으로 그냥 푹 빠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장군봉에서 촛대봉으로 10분여 나아가니 좌측으로(세석방향) 뚜렷한 길이 보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녔는지 길이 반질반질합니다.
이곳이 바로 청학연못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5분거리)
▲주능선에 올라서서 올라온 방향으로 뒤돌아본 풍경
▲장군봉에서..
▲거림으로 흘러내리는 단풍물결
▲장군봉(시루봉)에서 바라본 촛대봉
▲청학연못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100m 정도에 있습니다.
▲청학연못
연못에 도착하니 이미 단풍은 말라버려 가을의 아름다운정취는 간곳없고
올챙이만 우루루 제철도 모르는 채 놀고 있어 더욱 스산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물위에 떨어져 푹 젖은 낙엽이 기울어가는 햇살에 더욱 애처롭게 보여
가을의 서정은커녕 참담함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거림골 하산길의 단풍
이곳에서 촛대봉으로 오르지 않고 바로 세석으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길이 뚜렷했으나 내려갈수록 길이 희미하더니 나중엔 아예 길이 없어집니다.
어쩔 수 없이 산죽을 헤집으며 너덜 길로 내려서니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이 길로 내려온 걸 후회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20여분 사면을 치고 내려와 작은 계류를 건너니 세석의 주등산로입니다.
애초 계획은 여기에서 남부능선 음양샘으로 올라 석문에서 거림으로 하산하기로 했으나
다리도 아프고 극기훈련 하는 것도 아닌데 싶어 그냥 하산하기로 합니다.
욕심을 버린 그 결정은 잘한 것 같았습니다.
거림골의 단풍이 환한 웃음으로 가을의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 끝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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