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가야산

달콤한 추억속으로-백두대간 진급법(가야산1)

산사랑방 2012. 1. 14. 09:49

 

 

 

 

 

2012. 1. 1. 가야산에서 새해 첫날, 일출은 커녕 겨우 요만큼만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출에 대한 아쉬움을 환상적인 눈꽃으로 위로해 주었으니 다행이었다.

산은 보여줄 것은 아낌없이 보여주면서도 늘 자신을 다 드러내는 법은 없다. 우린

그것을 염두에 두고 산을 오른다. 항상 여백을 남겨둔 채... 그래서 더 놀라고

한편으론 실망하는지도 모른다.

 

 

 

달콤한 추억속으로(백두대간 진급법) 

                                                          

2012. 1. 8. (일) 가야산

 

 

일출시간에 맞추어 출발하려했지만 몸 따로 마음 따로 그러다보니 조금

늦어지고 말았다. 서성재에 올라서니 그만 해가 뽀로로 튀어오를 것만 같

아서 '잠깐만 참아!' 겨우 진정시켜놓고 얼른 만물상 상아덤으로 올랐다.

 

 

 

명세기 산꾼인데 신년 일출은 봐야지~~~

 

 

 

뭐~~~ 날이면 날마다 반복되는 새벽 풍경이지만 일출의 장관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차갑고 무뚝뚝한 사자봉에도 따스함이 스며들고

 

 

 

정상부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역동적인 표정으로 아침을 연다.

 

 

 

임진년 한해 우리 모두에게 사랑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가야산의 힘찬 기운은 오도산과 황매산 그 뒤로 웅석봉과 천왕봉, 반야봉, 만복대까지 뻗치고

 

 

 

비슬산과 대견봉의 강우레이더까지 잡아낸다. 대단한 조망이다.

 

 

 

이런 사치스런 호사는 가야산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파도처럼 밀려드는 산! 산! 산!...

 

 

 

구름위의 대구 팔공산, 마치 선계의 무릉도원 같다.

 

 

 

침묵과 기도

 

 

 

 

 

 

칠불봉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과 산, 멀리 유학산에서 가산바위, 팔공산, 환성산까지

 

 

 

대구 앞산에서 비슬산으로 이어지는 산마루는 또 어떤가?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맑은 날씨 덕분에 천왕봉에서 만복대까지 하얀 눈이 덮힌 백두대간 마루금이

시야에 들어온다. 국토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백두대간, 말만 들어도 가슴설레

이고, 인생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백두대간종주!'

그 덕분에 우리는 덤으로 또 한 인생을 살았다. 벗어날 수 없는 아련한 추억.

 

지금부터 5년 전 여름, 그러니까 종주를 시작한 것이 2007. 8. 4.이었다.

꼭지와 2박 3일 일정으로 여름휴가를 이용해 천왕봉을 출발했다. 그것도

호우주의보가 내린 빗속으로...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을까.

 

 

 

(2007. 8. 4. 지리산 연하봉 구간)

 

 

 

<백두대간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봉화산과 영취산, 육십령에서 덕유산까지>

 

저 능선을 꼭지와 걸었다니...

 

 

 

(2007. 8. 26. 만복대 구간)

 

지리산 만복대를 지나 수정봉을 내려서면 주모의 슬픈 전설을 간직한 고개인

여원재에 이른다. 이곳부터 백두대간은 잠시 숨을 고른다. 선답자들이 그거

안 먹고 지나가면 종주는 무효라고 하던 매효휴게소의 할매 막걸리, 꼭지와

주거니 받거니 한 병을 비웠는데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2007. 9. 2. 매요휴게소)

 

금남정맥 분기점인 영취산을 지나 육십령에 내려서면 백두대간 일병진급을 하게

되는데 시작한지 두 달도 되기전에 이등병에서 일병을 달고 이때부터 탄력을 받아

쭉쭉빵빵 신나게 달렸다. 그렇다면 백두대간 진급은 누가 시켜 주었을까. 오케이

마운틴의 홀대모 회원이신 '구름나그네'라는 분이다. 그분이 창시자인 셈이다.

 

 

그 백두대간 진급법은 이렇다.

 

제1조 지리산에서 육십령사이에 있는 자 이등병이라 할지니라.

제2조 육십령에서 일등병을 달고 속리산 넘어 늘재에 이르면 상병진급을 시켜주노라.

제3조 이화령, 죽령, 소백산을 넘어 태백산에 이르면 그때는 병장을 달아주노라.

제4조 설악산에 이르면 말년 병장으로 갈참대접을 하여 백두대간에서 열외시키노라.

제5조 현역이 아닌 사람은 진급시기에 대하여 논하지 말지어다.

제6조 단독종주가 아닌 사람은 상기 기준에서 제외하노라. 

 

 

 

 

<덕유산을 지나 대덕산, 부항령, 삼도봉으로...>

 

덕유산 삿갓재에서 빼재까지 꼭지가 12시간을 걷고나더니 무릎고장으로 주저앉고

이때부터 혼자 추풍령까지 겨울찬바람을 마주하며 걸었다. 산행후 먹었던 추풍령의

얼큰한 짬뽕과 김천 지례 흑돼지구이의 참맛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삼도봉, 석기봉을 지나 우두령, 황학산, 추풍령, 국수봉 그 뒤로 하늘금으로 이어지는

희양산 대슬랩과 하얀 설원의 소백산도 보인다 (사진으로 분간하기 힘들지만..) 맨 우

측은 구미 금오산이다. 바로 앞은 수도지맥과 칠봉지맥능선이 산과 들을 경계짓는다.

 

 

 

(2007. 12. 16. 삼도봉 가는 길)

 

 

 

(2008. 2. 24. 속리산 문장대에서 늘재 구간)

 

우여곡절끝에 금지구역으로 악명이 높았던 속리산을 넘고 늘재에서 소망하던 백두

대간 상병에 진급하였다. 그때가 2008. 2. 24. 대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나갈 무렵

이었다. 선답자들이 겨울에는 절대 피하라는 속리산과 대야산 구간이었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죽음도 피해갔다. 드디어 이듬해 꽃피는 봄날, 꽃방석이라 불리는 태백산

화방재에서 병장 진급까지 마쳤으니 단단이 미쳤다고 봐야...

 

 

 

(2008. 3. 9. 대야산 로프구간)

 

고통의 순간들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모두가 달콤한 꿈결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마다 취향과 감흥이 다르겠지만 죽기전에 백두대간종주 만큼은 꼭 권하고 싶다.

이를 통하여 존재조차 몰랐던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하고, 그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면 가장 값진 신의 축복이 아닐까.

 

 

걸었던 길 : 가야산 (백운동-정상) 원점회귀 06: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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