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04. (06:00 ㅡ 11:00)
어제 아침까지 시내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산에는 눈이 내렸으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겨울이지만 아직은 포근한 날씨다. 서둘러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것이 겨울 산행의 백미 눈꽃이 아니던가. 그녀의 하얀 미소가 그립다.
들머리에 도착하니 06시, 해가 뜨려면 아직 한 시간 남짓 남았다. 괜찮을까.
후둑 후둑... 늦었나 보다. 죽음보다 가혹한 운명적인 만남
그러나 카메라 조차 놀란 곱고 황홀한 빛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시인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눈 내린 산정의 아침을...
그래서 밤새도록 시를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 '김광균'
그의 詩
- 설야 -
어느 먼 ㅡ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먼 ㅡ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억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ㅡ 김광균. 「설야雪夜」ㅡ
가야산 우두봉(상왕봉)의 또 다른 모습
상왕봉에서 지리산을 보고
눈꽃에 가슴 설레이며
두리봉에서 좌일곡령, 단지봉, 수도산으로 이어지는 꿈결같은 수도-가야 능선에서는
터질 것 같은 감동에 젖는다.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아련한... 그대는 시인의 어깨를 닮았나 보다.
전설같은 풍경... 구름위로 솟아오른 천왕봉과 반야봉
그대는 침묵의 화신인가. 뜨겁고 말이 없구나.
걸었던 길 : 가야산 (백운동-상왕봉-백운동)
산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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