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2011. 11. 27. (06:47-10:00)
백운동-칠불봉 원점회귀
산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갖고 있다. 그 알 수 없는 마력에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지만 그 요상한 병증이 근래에 와서는 잠복기에 든 느낌이다.
'병(病)'에 걸리고 싶은 마음... 가야산은 그러한 나의 심중을 한번씩 자극시킨다.
자신을 어딘가에 미치도록 몰입시킬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임에는 틀림이 없다.
늘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오롯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꾼은 대부분 백두대간종주 할 때 그 '병(病)'에 걸린다. 흔히들 '대간병'이라 부르
는데 옛 어른들은 이런상황에 처하면 '천석고황'이라는 고사성어로 표현했다.
'천석고황(泉石膏肓)'이란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는 뜻으로 산수를 좋아하는
마음이 고질병처럼 깊음을 의미한다. '膏肓'은 심장과 횡격막 부위를 가리키는
말로 옛날에는 병이 여기까지 미치면 치료할 수가 없어 불치병으로 비유되었다.
그래서 임금이 불러도 이핑계 저핑계로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
시름 다 잊고 자연에 푹 묻혀 지내고 싶었으리라는 마음에 이해가 간다. 요즘에
와서 나의 '대간병'은 내 언제 그랬소? 하며 용기도 없어지고 열정도 식었다.
아무리 치료하여도 치료되지 않는 그런 요상한 병에 다시 한번 걸리고 싶은데
그것도 백두대간 할 때처럼 아주 독하게...
한폭 두폭... 그림 같은 풍경들이 쉼 없이 가슴에 안긴다.
마음의 여백을 채워주는
겨울 가야산의 매력은 첩첩이 이어지는 봉우리와 수묵화같은 풍경이다.
또 있다면 심장을 울리는 두근거림, 나는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다.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그 갈증
다음에 가면 가야산은 붓 가는 대로 하얀 눈을 그려 놓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나의 병이 도질까. 다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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