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골은 산행할 수 없습니다."
"왜요?"
"계곡에 물이 불어나서 위험해서요. 저 분 함 보세요. 양말 벗고 계시는..."
'말도 안돼. 어제 비 꼴랑 그거 왔다고?'
절골에서 쫓겨나 주왕산으로
2011. 10. 23. (09:20 - 14:10)
대전사-주왕산-후리메기3거리-주왕굴-대전사
"잘 왔어! 잘 왔어! 여기가 절골보다 더 좋아." 부엉이가 부~~엉 거리며 약을 올린다.
"폭포로 모실까요? 산으로 모실까요?" 이제는 안내판까지 나서서...
대체로 한적하리라 예상된 우측 주왕산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하지만
이 예상도 빗나갔다. 시간이 지날 수록 곳곳에서 정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짙은 안개속이라 조망은 없고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길이다.
기암교에서 50분정도 걸린 것 같다. 안부에 올라서니 갑자기 시야가 트이고
운해가 발아래에 넘실댄다. "야! 운해다." 산객들의 환호성으로 산정은 삽시간에
시끌벅적해진다. 산객들 틈에 끼어서 우리도 잠시 비경에 취하며 졸골에 대한
아쉬움을 달랜다.
"야! 저건 장군봉 능선이네. 우리 안 가봤잖아. 오늘 저리로 가볼까?"
"또 도진다."
".........?"
'山光樹色'
바람도 없는데
하늘도 가만히 있는데
산이 꿈틀댄다.
조망없는 정상을 내려서면
농익은 가을이 내려앉고 흩어지는 후리메기 가는 길
때묻지 않은 원시의 계곡으로 요염한 가을빛이 쏟아진다.
어제 비가 내린 덕분일까 숲길은 더욱 맑고 상쾌하다.
후리메기삼거리
공단직원이 가메봉으로 갈 수 없다며 통제를 한다. 가메봉에서 절골가는 길만
통제하면 될 것을 왜 여기서부터 통제를 하냐며 산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결국은 고성이 오고간다. "난 상부의 지시대로 따를 뿐이오,"
이 고혹적인 가을빛도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하나보다.
뒤돌아서는 산객들...
후리메기에서 폭포방향의 단풍도 절골 못지않게 곱고 화려하다.
계곡이 짧게 끝나는 것이 흠이지만.
이만하면 올해는 가을에 흠벅 취한 것 같다.
꼭지 덕분에...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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