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가을 서정

남에게 보여주는 것 조차 아까운 청량산(봉화)

산사랑방 2011. 10. 19. 18:15

 

 

淸凉山(청량산) 六六峯(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白鷗(백구) 너 뿐이니

白鷗(백구)야 喧辭(훤사 : 떠들어 댈까)하랴 못 믿을 손은 桃花(도화)로다

桃花(도화)야 제발 뜨지마라 네가 뜨면 漁舟子(어주자)가 알까 하노라.

 

퇴계 이황이 노래한 '청량산가'가 아니더라도 청량산은 남에게 보여

주는 것 조차 아까운 산이다. 그렇다고 혼자서만 보기에는 이 또한 너무

아깝지 않을까... 그래서 바람도 미치고 햇살마저 녹아든다는 청량산

으로 처형부부와 길을 나선다.

 

 

 

 

봉화 청량산

 

2011. 10. 16. (08:20 ~ 15:20) 약 7시간

 

입석주차장-응진전-경일봉-자소봉-문필봉-장인봉-청량사-입석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입석에서 응진전 오르는 길...

마중나온 아침 햇살이 너무나 고혹적이다.

 

 

 

금탑봉 허리를 감아 돌자 단풍이 제법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광석나루터가 있던 공원 입구 방향과

 

 

 

건너편 축융봉을 바라보면 청량산의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축융봉에 오르면 청량산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지만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듯이 떨어져 있어서 산행 후 다녀온다는 것은 쉽지 않다.

 

 

 

<2004. 10. 24. 축융봉에서 바라본 청량산>

중앙에 청량사가 보이고 응진전은 우측 금탑봉 산허리에 하얀 점으로 보인다.

 

 

 

금탑봉 절벽아래 위치한 응진전은 청량사의 부속 암자(외청량사)로 불리는데

언듯 보아도 예사 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공민왕을 따라 피난 온 노국공주가

16나한상을 모시고 기도하며 한때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응진전 뒤 절벽 위쪽에 위치한 동풍석>

 

 동풍석과 응진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안내문의 내용을 근거로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편집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때는 원효대사가 46세 때인 663년, 대사가 내청량에 청량사를 창건하고

금탑봉을 바라보니 그 비경이 가히 천하 제일이었다.

 

"햐~~~! 저곳에 절을 짓고 수도에 정진한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이 없으리라."

 

절을 짓기로 마음먹은 원효가 이곳에 와보니 절벽위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바윗돌이 위태롭게 얹혀있는지라 절을 짓기는 지어야 겠는데...

 

"허참! 이 일을 어쩐다. 저 밑에 절을 지었다간 바위가 굴러 떨어지면

절도 부서지고 나도 죽겠는걸..."

 

고민에 빠진 원효는 갑자기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는 얼른 올라가 그

바윗돌을 굴러 떨어뜨렸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 것을..." 홀로 의기

양양하고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윗돌이 또 그자리에 얹혀 있는

것이 아닌가. "허허~~ 이게 무슨 조화로고...'

 

올라가서 내려놓으면 아침만 되면 또 올라가 있으니 수양이 깊은 원효도 이쯤

되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네 놈이 나를 뭘로 보고"하며 하루는 밤새도록

지키고 있으니 그 바위가 스스로 움직여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원효도 명세기 도인인데 그 뜻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 아래에 절을 짓고는

영물인 바윗돌을 '동풍석'이라 이름지어주고 "절대로 떨어지지마라" 고 당부

하였다고 전한다.

 

그래서일까. 바윗돌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위태로은 모습으로 얹혀 있다.

지금은 바람만 불어도 흔들거리고, 한 사람이 밀어도 여러사람이 밀어도 흔들

거리지만 떨어지진 않는다고 하니 한번 올라가 밀어 볼까도 싶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위태롭고 아찔해 보이는 전설속의 동풍석

 

 

 

<어풍대에서 바라본 청량사>

 

청량산에는 장인봉(의상봉), 금탑봉, 경일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연화봉, 축융봉... 등

열두 봉우리와 바람도 미치는 어풍대, 풍혈대, 청풍대, 송풍대, 죄인을 떨어뜨려서 죽였다는

밀성대, 학이 놀았다는 학소대, 달빛이 아름다운 만월대 등등 12대가 청량산을 감싸고

있으니 이만하면 천하 절경이 아닐가 싶다.

 

 

 

내청량을 바라보는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 이곳 어풍대다. 산은 연꽃이고

중앙에 있는 청량사는 꽃술이라고 하니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난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응진전에서 김생굴로 향하면 능선길이 아름다운 경일봉을 놓치게 된다.

우리는 가을향기가 물씬 풍기는 경일봉을 거쳐 자소봉으로 코스를 잡았다.

 

 

 

 

 

경일봉 맞은 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라 떡 버티고 선 연화봉

 

 

 

솔갈비와 단풍이 어우러진 이러한 길은 누구나 걷고 싶은 길이다.

 

 

 

10년 전 처형부부에게 시집 온 '아름이'

 

자주 산에 데리고 다닌 덕분일까 꼭지 보다 오히려 잘 걷는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지난 나이인데도 5년이나 젊어보이고 청량산 바윗길을 일곱 시간이나 걸었는데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산에 가는 날은 죽자사자 따라나서려고 한다니 기특하다.

 

 

 

 

 

<경일봉>

 

 

 

자매들의 다정한 속삭임...

 

 

 

고개를 들면 축융봉이 목을 길게 빼고 빨리 오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을빛이 녹아든 경일봉에서 자소봉 가는 길...

 

 

 

 

 

 

축융봉 지능선에 복원한 청량산성이 보인다. 청량산성은 1361년 공민왕이

홍건적을 난을 피해 이곳에 있을때 쌓았다고 한다.

 

 

 

탁트인 조망.. 빼어난 자태.. 여러모로 청량산 최고의 봉우리로 꼽히는 자소봉

 

 

 

자소봉 가는 길의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단풍

 

 

 

<자소봉>

 

 

 

 

 

붓을 세워놓은 모양과 닮았다 하여 탁필봉이라 부르는데 하늘을 향해

오랜 세월 휘두르다보니 붓 끝도 이제는 뭉떵해져서 볼품이 없어졌다.

 

 

 

탁필봉 바로 옆에 위치한 연적봉,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뒤돌아본 탁필봉과 자소봉

 

 

 

연적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하늘다리와 장인봉

 

 

 

 

 

 

 

<청량산 하늘다리> '설마 다리가 내려앉지는 않겠지...'

 

 

 

 

 

 

<청령산의 주봉 장인봉> 예전에는 의상봉이라 불렀다.

 

 

 

발아래로는 태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다시 뒤돌아나와 하늘다리를 건너 청량사로 향한다.

 

 

 

 

 

 

청량사 5층석탑과 금탑봉이 어우러진 풍경은 산객의 숨소리조차 멈추게 한다.

 

 

 

 

 

 

봉우리가 3층석탑처럼 생겼는데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탑신의 옥개석이 마치

황금을 둘러놓은 것처럼 빛난다고 하여 이름지어진 금탑봉, 오후 역광에 빛나는 금탑봉과

청량사 5층석탑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역시 청량산 최고의 풍광이다.

 

 

 

 

 

 

'산꾼의 집' 이대실씨는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봄이면 얄미운 도화가 떠내려오는 강가에 인공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태백산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이곳에 이르러 제법 강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퇴계 이황은 이곳 광석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청량산으로 건너 갔을 것이

아닌가. 무릉도원으로 드는 그 한가로운 풍경을 상상해보니 차마 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ㅡ END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