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대간의 자존심.. 백두대간12 (큰재-백학산-지기재)

산사랑방 2008. 12. 24. 15:32

 

 

                                  

대간의 자존심.. 백두대간12 (큰재-백학산-지기재)


                                                                                  

2008.   1.   27.  맑음

                                                                                    

꼭지와 둘이서

                                                                      

일출 07:30 / 일몰 17:46 / 음력 12.20






                                                                   

▲큰재에서 회룡재가는 길에 만난 일출








구간별 산행기록


06:40 큰재 -산행시작-

07:20 회룡목장 입구

07:35 옹달샘→20m

08:15 회룡재

09:00 개터재

10:40 윗왕실재(400m)

12:00-12:20 백학산

14:00 개머리재(295m 서낭재)

15:10 지기재(261m)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8시간 30분 (19.92km)


▣ 대간종주 거리 :  19.92km / 누적거리 236.73km (포항셀파 기준) 

                   큰재→5.65←개터재→6.87←백학산→4.7←개머리재→2.7←지기재


▣ 접근(하산)거리 : 없음

▣ 총 산행거리   : 19.92km / 누적거리 262.53km

▣ 식수위치 : 회룡목장에서 15분거리 (확인요)

▣ 위험구간 : 없음

▣ 교    통 : 1시간 30분(84km) 대구-선산I.C-(68번국도 무흘→공성→모동방향)-큰재

▣ 차량회수 : 지기재⇒큰재 25,000원 / 화동택시 011-522-2838




용의 등에 올라탄 기분으로.. (큰재-백학산 06:40~12:00)


큰재는 상주시에서 보면 엄청 크게 보이는 고개라고 하여 큰재라고 불리는데

상주시 공성면과 모동면을 이어주는 68번지방도가 지나는 고개다.

고개에는 폐교된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가 있고 <금강/낙동강>분수령이라는 안내판 바로 옆에

학교 운동장이 있어서 어느 고개보다 더 크게 보이니 ‘큰재’라는 이름이 실감날 정도다.


운동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아예 스페츠까지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06:40 하늘에는 아직 반달이 걸려있어 밝기는 하지만 랜턴을 켜고 오른다.

길은 학교 담장을 끼고 이어지는데 좌측으로 낡아빠진 학교관사가 보이고

우측엔 한 때 학생들이 재잘대며 뛰어다녔을 교실건물이 폐허가 된 채 방치되어 있다.

어둠속에서 더욱 을씨년스럽게 보여 지금의 농촌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건물을 지나자마자 길이 좁아지더니 이내 산으로 붙는다.

혹시 선답자가 없으면 어떻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눈길위에는 앞서간 산님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길 잃을 염려가 없고 진행하기도 수월하니 안심이 된다.


바람은 잔잔한데 날씨가 매섭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7-8가 되는 것 같다.

이런 날에는 바람까지 분다면 엄청 추울 것이다. 꼭지가 추운지 아들놈이 쓰던 귀마개까지 한다.

백두대간 하면서 웬 하얀 귀마개? 대간하러 온 건지, 산책하러 온 건지 아리송하다.


오르다가 넘어져 엉덩방아를 찍기 전에 미리 아이젠을 착용하고 임도를 지나

회룡목장을 올라서니 우측 숲 사이로 서서히 동이 튼다. 여름에는 녹음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지금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어슴푸레 조망이 트여 주위의 산마루가 가늠된다.


 



                                                                            

▲꼭지의 완전무장?


 

 


 


                                                 

▲회룡재 목장입구, 좌측능선으로 붙는 가 했는데 웬 우측 야산으로?


 

 


 


                                                                                  

▲날은 서서히 밝아오고


 

 



                                                                           

▲끝이 보이지 않는 회룡목장


 

 


 


                                                                              

▲지나온 국수봉과 용문산


 

 


 


                                                                    

▲어느 산님이 걸어놓은 옹달샘 표지판

 






회룡목장입구에서 15분여 왔을까 어느분이 나무기둥에 <옹달샘20m>라는 작은 표지판을 걸어놓았다.

샘 쪽으로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다녀간 것 같다.

우리는 그냥 통과하는데 그 쪽으로 스며드는 햇살이 너무나 곱다.

능선으로 오르니 멀리 상주의 갑장산과 수선산, 백운산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수선산을 비집고 떠오르는 해돋이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개터재로 이어지는 대간 길은 흡사 동네야산을 걷는 기분이다.

그래도 대간의 체면 때문인지 밋밋하지는 않고 약간의 오름과 내림으로 심심함을 달래준다.

목장 그 특유의 냄새가 코끝에 맴돌고 대간은 목장을 끼고 한참동안 이어지는데

불과 30~40m만 쪼르륵 내려가면 민가와 가까우니 이게 무신 대간 마루금인가 싶다.


운해님의 산행기에는

회룡재의 유래가 용이 뒤돌아보는 형국이라고 하는데 사실 백학산으로 향하는

대간의 마루금은 그 고도가 낮지만 흡사 용이 국수봉과 용문산을 오르기 전 몸을 틀며

뒤돌아보는 느낌이 들고 용의 등에 올라탄 기분이다.


 



                                                                  

▲갑장산과 수선산사이로 해는 떠 오르는데


 

 


 


                                          

▲수선산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마루가 아침햇살에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용이 날아오르는 형상이라는 회룡재 가는 길.. 


 

 


 


                                                                   

▲회룡재, 흠흠^^  이곳이 용의 허리로구나.


 

 


 


                                         

▲밭으로 개간하기 위한 것인지 벌목을 하여 민둥한 산.. 고발을 할까? 말까? 

 





개터재에 내려서니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임도길에는 눈이 하얗게 덮여있고

왕실 마을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곳이  옛날에 왕이 기거하는 왕궁 같다하여 왕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뒤로는 성봉산과, 대포리로 이어지는 임도고개 우측으로는 백학산이 아늑히 감싸고 있다.

앞에는 백두대간능선이 떡 버티고 있으니 천혜의 요새와 같은 마을이다.


무명봉을 내려서는데 몇 명의 남녀 산님들을 만난다.

시간 상 윗왕실재에서 대간 땜방하러 오신분 같은데 반가워 인사를 드린다.

다시 약간의 가파른 경사를 올라 능선분기점에 올라서는데

‘←백두대간 등산로→’라는 안내목이 세워져 있고, 길은 화살표 따라 좌로 급하게 꺾인다.

이러한 안내목은 지기재에 내려설 때까지 헷갈리기 쉬운 구간에 많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마루금 주위의 잡목을 베어내어 걷기 편하도록 해놓아서 진행하기도 좋고

때로는 나무에 이름표까지 달아두어 공부(?)하며 걷는 대간길이 된다.


 



                                                          

▲뒤로는 성봉산과 백학산이 감싸고 있는 왕실마을


 

 


 


                                                               

▲이름도 요상한 개터재에서 바라본 백학산


 

 


 


                                  

▲국수봉에서 이어져온 분수령은 야산처럼 낮으나 그 뼈대를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능선분기점이나 꺾이는 지점마다 설치되어있는 이정목


 

 


 


                                                                      

▲스틱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능선의 적설량

 



윗왕실재에는

콘크리트로 된 동물이동통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동물도 지나다니겠지만

대간꾼들이 더 많이 다닐 것 같은 고개다. 모동면 효곡리 왕실마을로는 시멘트포장이

되어 있고 도로는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있어 차량통행이 없음을 말해준다.


윗왕실재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몇 개 넘으니 서서히 오름이 시작된다.

백학산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다행히 꼭지의 컨디션이 좋아서

스틱으로 잡아당기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운치 있는 소나무 숲 사이로

조망도 트여 지루함도 덜어주고 지나온 길도 간간이 조망되어서 좋다.


특히 우측에는 상주 내서면 ‘배골’의 아담한 산촌마을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평화롭기 그지없다.

언뜻 보아도 노년에 한번 살아보았으면 싶은 동네다.

U자 형태로 산들이 에워싸고 있는 형태는 흡사 십승지를 연상케 한다.

앞은 대간능선이, 뒤로는 541.8봉이 병풍처럼 둘러앉아 바람을 막아주고 재를 넘으면

왕이 기거하는 왕궁을 닮았다는 왕실과 통하고 있으니 명당이 따로 없다.


 



                                                                             

▲백학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윗왕살재에서 바라본 왕실방향의 조망


 

 


 


                                                                         

▲지금은 졸업하신 고수님(?)리본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내서면 ‘배골’ 마을풍경



 

 


 


                                        

▲용문산, 국수봉을 지나 큰재, 개터재와 윗왕실재로 이어져 온 대간 마루금

 






끝까지 대간의 자존심을 지키다 (백학산~지기재 12:20~15:10)

 

백학산능선에 올라서니 밋밋하여 어디가 정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눈이 많이 쌓여 무릎까지 푹푹빠지는 길이라 진행하기가 더욱 힘이 드는데다

가도 가도 정상은 나오지 않으니 “백학산이 사람 잡네..” 하며 꼭지가 투덜댄다.

능선을 끝까지 가서야 정상석이 보인다.


백학산(白鶴山)정상부

그 많다던 학은 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고 쉬어가라며 장의자가 두개 설치되어있다.

어느 분이 대간은 날마다 진화한다고 하더니 그런가 보다.

“이 높은 곳에 웬 의자까지..?” 감격하는 꼭지, 털석 주저앉는다.

점심메뉴는 지난번처럼 소고기국과 밥, 그리고 김치.. 분위기도 좋고 밥맛도 꿀맛이다.


백학산(白鶴山)에서 바라보는 대간마루금은 너무 낮아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白鶴山(618m)보다 더 높이 솟아오른 백화산(포성봉933m)이 좌측에서 “너 뭐야~!”하며

굽어보지만 대간은 밋밋한 동네야산으로 이어지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채 잘 가고(?) 있다.

분수령은 낮으나 대간의 비상을 향한 몸부림이 가슴에 와 닿는 구간이다.


백학산을 내려서니 폭신폭신한 눈길이다.

오늘은 웬일인지 꼭지가 엉덩이썰매를 타지 않고 스틱을 휘두르며 미끄럼을 탄다.

좀 재미있을 만 하니 왕실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를 지나 다시 산길로.. 소나무숲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임도를 두어 개 지나

작은 봉우리 몇 개 넘으니 개머리를 닮았다는 개머리재다.


 



                                                                 

▲눈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백학산 능선


 

 


 


                                                       

▲최근에 세워진 듯한 백학산정상의 장의자와 이정표


 

 


 


                                                                

▲너무 낮아서 짐작하기가 난해한 대간 길


 

 


 


                                    

▲좌측의 오똑한 백화산(포성봉)의 위용에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백두대간 마루금


 

 


 


                                                                                      

▲산 산 산..

 





개머리재(295m)는 지기재(261m)와 더불어

상주시 내서면과 모서면을 이어주는 901번 지방도로로 고도는 해발 295m나 된다.

대간 마루금인 고원지대에 포도밭이 많고 더러는 채소밭도 보인다.


개의 머리를 닮았다는 개머리재, 포도밭이 많이 보이나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개머리를 닮은 곳을 찾을 수 없다. 하물며 짓어 대는 개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이곳주민들은 ‘개머리재’를 ‘서낭재’라 부르는 것 같다.


개머리재에는 버스를 기다리는지 서성대는 몇몇의 산님들이 보인다.

“학교(큰재)에서 오셨나요?” 묻는다.

“그렇습니다.” 고 대답했더니 두 분이서 먼(?) 길 왔다며 대단하다고 칭찬하신다.

대단? ㅋㅋ~~ 오랜만에 꼭지가 흐믓해 한다.


개머리재에서 지기재가는 길은

산길로 조금 올라서면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가로지르면 오름길이 시작된다.

임도입구, 주렁주렁 매달린 리본 옆에 우리 것도 하나 걸어두고 꼭지와 잠시 휴식하고 있으니

‘안양산죽회’에서 오셨다는 대간팀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반갑다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우리도 가파른 목 계단을 향해 그 뒤를 따른다.

지도상 무명봉인데 무척 힘이 드는 구간이다.


 



                                                                                

▲개머리재 가는 길


 

 


 


                                                                       

▲이런 임도도 두어 개 지나고


 

 


 


                                                                         

▲개머리를 닮았다는 개머리재(서낭재)

 





꼭지왈

“재가 있으면 그 뒤에는 꼭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네.”

“흐흐~~ 이제 알았나 보구나.” 대간을 하다보니 스스로 도(?)도 터득하는가 보다.

우리의 인생도 그와 같으리라.


무명봉을 내려서면서 모질게 엉덩방아를 찍고 나서야 벗었던 아이젠을 다시 찬다.

빙판의 급경사를 내려서니 길은 다시 완만해지고 지기재에 당도한다.

예전에 도둑이 많았다는 지기재

백두대간 분수령을 경계로 양쪽으로는 대부분이 포도밭이다.

이 높은 산정에 웬 포도밭? 고랭지에 사과나 배추밭은 많지만 포도밭은 드문 일이긴 하나

얼마 전 미국과 포도수출계약을 맺어 이 지역이 ‘상주고랭지포도특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지기재’란 고개이름은 옛날 도둑이 많다하여 적기재라 하다가 발음이 와전되어

지금은 지기재로 부른다고 한다. 도둑이 많았으면 부촌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만

고랭지 포도농사로 외화까지 벌어드리고 있으니 부촌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예전에는 도둑이 많았으나 지금은 포도밭이 많은 지기재

 




택시기사님의 말에 의하면

예전부터 상주 모동, 모서, 화동지방의 고랭지포도는 유명하다고 한다.

일반포도에 비해 기격이 배 이상으로 비사긴 하지만 평균고도가 250m이상인

백두대간 자락에서 생산되는 늦포도라 당도가 뛰어나며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고 한다.


미국과 수출계약까지 하여 이곳의 농민들은

한미FTA에 당당히 맞설 수 있으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주하면 三白(누에, 쌀, 곶감)의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앞으로는 포도를 추가하여

‘삼백포?의 고장 상주’로 부르면 어떨까 싶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