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백두대간11 (추풍령~국수봉~큰재)
2008. 1. 20. 흐리고 눈
꼭지(아내)와 둘이서
일출 07:34 / 일몰 17:38 / 음력 12.13
▲국수봉 하산 길
▣ 구간별 산행기록
06:35 추풍령
09:10 사기점고개
10:35-10:50 작점고개 정자에서 점심
11:53 갈현(4거리 안부)
12:18 움막(수도원 갈림길)
13:45 용문산(710m)
15:35-15:40 국수봉(763m)
17:05 큰재(320m)
총 산행시간 : 19.67km( 10시간 30분) 홀로 산행시는 8시간정도
▣ 대간종주 거리 : 19.67 km / 누적거리 216.81km
추풍령→2.65←502봉→4.19←난함산 갈림길→2.05←작점고개→5.16←용문산→2.47←국수봉→3.18←큰재
▣ 접근(하산)거리 : 없음
▣ 총 산행거리: 19.67km / 누적거리 242.61km
▣ 식수위치 : 큰재 백두대간 안내도 옆
▣ 위험구간 : 없음
▣ 교통 : 대구-추풍령 1시간 (80km)
▣ 차량회수 : 큰재-추풍령 20,000원(추풍령개인택시 011-492-3939)
백두대간의 미운오리.. 중화지구대
흔희들 추풍령에서 화령까지 54km구간을 중화지구대라 부른다.
마루금을 경계로 상주에 속한 6개면 중 중모현(모동,모서)과, 화령현(화동,화남,화서,화북)을
합하여 '중화지구대'라 부르는데 백두대간 구간 중 가장 고도가 낮으며 분수령의 산세가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대간꾼들 사이에서는 가장 걷기싫은 구간으로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큰 산이래야 고도가 700m정도인 용문산, 국수봉, 백학산 정도다.
겨우 백두대간의 체면만 유지할 뿐이라고 하니 어찌 미운오리라고 말하지 않으랴.
그렇다고 명세기 백두대간인데 생략할 수도 없고 또한 피할 수도 없다.
그래서 대간꾼들은 이 구간을 대부분 마음을 비우고 무심으로 지난다고 한다.
지리산에서 힘차게 달려온 백두대간 또한 숨을 고르며 잠시 쉬어가는 구간이기에
별로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대간은 대간이었다.
용문산과 국수봉, 고도가 낮으나 오르고 내리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았다.
오름길에는 힘들어하는 꼭지를 스틱으로 잡아당긴다고 고생을 했으나
경사가 급한 내림길에서 엉덩이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꼭지를 보니 마음이 흐뭇했다.
그동안
꼭지가 덕유산구간에서 무릎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후
빼재에서 추풍령까지 혼자서 눌루날라 진행하여 보니 처음에는 모든 것이 맘대로니까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인가 빠진듯하고 허전하고 외로웠다.
부부가 같이 살다가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과 같은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옆에서 치근대는 꼭지라도 있었으면..
▲용문산 가는 길
▲용문산에서 국수봉 가는 길
▲미끄러운 국수봉 하산 길
06:35 추풍령
꼭지는 추풍령에서 큰재까지 20여km를 걸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하지만
이 구간은 길이 대체로 부드러워 진행하기가 수월하다며 꼭지를 안심시킨다.
하지만 지나온 길 뒤돌아보면 어느 한 구간이 쉬운 구간이 없었다는
것쯤은 꼭지도 이미 알고 있는 터..
요즘은 해가 길어져 낮의 길이가 10시간정도 되니
야간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11시간정도의 산행은 넉넉히 할 수 있다.
아무리 꼭지가 느려도 어둡기 전에 큰재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고
컨디션이 영 좋지 않으면 작점고개까지만 끊어서 할 수도 있으니 부담 없이 출발한다.
추풍령에 도착하니 아직도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카리브모텔에서는 대간하는 분들의 차는 모두 무료라고 한다지만
그래도 공짜 주차하려니 뒤꼭지가 땡긴다.
뒤쪽에 있는 후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오랜만에 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번 노래비옆에서 찍은 사진으로 금산들머리는 시멘트길 따라 계속 직진
노래비 맞은 편 동네 가는 시멘트길 따라 계속 직진하는데 개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개소리가 제대로 들리는 것을 보니 길은 맞는 것 같다.
선답자들 대부분 개소리가 난다고 했으니.. 오늘 산행은 개소리로 시작하는구나.~^^*
좌측 우사 같은 건물을 지나니 길은 좁아지고 드디어 산문이다.
이제 일상의 세속을 벗어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등로에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있고 리본은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걸려있다.
날씨는 흐린 후 한 두 차례 비 또는 눈이 내린다고 했는데 역시 하늘은 잔뜩 찌푸리다.
금산을 오르는 우리의 마음 같다.
‘금산’
왜 이름이 금산인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금이 많았던가?
그래서 산이 반 동강이 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얼마 후면 그 속의 창자까지 쏟아질 것 같다.
“황금을 돌같이 보라.” 했으니 돌이 즉 금이다?
어쨌든 채석으로 금산이 이 모양 이 꼴로.. 참으로 씁쓸한 마음이다.
백두대간 이런 데가 또 있다고 하니 빨리 자병산에도 가 봐야겠다.
절개된 금산을 우회하니
직각의 낭떠러지위로는 나무 팬스가 쳐져있어 위험을 알리고 있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지도상의 502봉을 지나면서 고도는 평균 500m를 유지한 채 계속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이 북진하는 백두대간 200km 지점을 통과하는 구간이라 하니 감회가 새롭다.
대간을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km?
200km기념잔치라도 해야지.
추풍령에 가서 도르비님이 맛있다고 추천한 짬뽕이나 먹어야겠다.
부드러운 오솔길이라서 그런가 꼭지가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다.
이건 대간이 아니라 동네 뒷산에 온 기분이다.
난함산에 기대 선 철탑이 시야에 들어오고 ‘운해’님의 ‘산줄기이어가기’ 리본이 보인다.
대간을 시작하고부터 오늘 처음 만나는 운해님의 리본이다.
너무 반가워 그 옆에 우리 것도 하나 걸어둔다.
산꾼은 산에서 만난다고 했는데 영남알프스에서 덕유산에서 우연히 운해님과 만났었다.
그런데 오늘은 리본만 보았는데도 바로 앞에서 만난 것처럼 반가운데
우연히 어느 산길을 걷다가 마주치면 그 얼마나 반가우랴.
인연이란 곧 만남인 것이다.
곧이어 홀대모 ‘황악바람’님의 하얀 리본도 시야에 들어온다.
너무 반가워서 리본 한 번 더 쳐다보고~~^^*
▲잡목으로 아무런 조망도 없는 중화지구대
▲운해님의 산줄기 이어가기 리본.. 반가워 그 옆에 우리것도 하나 걸어두고
▲난함산과 철탑
▲별 특징없는 사기점고개
사기점고개에 도착하니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묵은 임도길이다.
대간은 임도를 버리고 우측으로 이어지는데 서서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비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높은 봉우리도 없을뿐더러 등로도 동네 뒷산수준으로
편안한 오솔길이었지만 철탑으로 오르는 시멘트도로를 건너니 급경사 오르막이다.
길은 남함산 능선까지 계속 이어지나 했는데 5부 능선쯤에서 좌로 급하게 꺾인다.
이곳이 선답자들이 말하는 난함산 갈림길 같다.
눈이 내려 미끄러운 경사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니 또 시멘트 임도다.
꼭지는 이거 다시 왔던 길 가는 거 아니냐며 의아해 한다.
그럴 리는 없지만 방향감각이 없어져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 느낌이다.
시멘트길따라 10여분을 걸으니
나뭇가지에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대간은 다시 산으로 이어진다.
표시기가 없으면 길 찾기가 애매하겠으나 중요지점 곳곳에 리본이 걸려 있어 길 찾는데는 문제가 없다.
산에서 내려오면 또 시멘트길이고 그것이 반복되다보니 어느 작은 지맥길을 가고 있는지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지 아리송하다.
우로는 신애원정신병원인지 큰 건물이 보이고 좌로는 잘 다듬어진 묘지가 보인다.
길은 다시 산길로 붙더니 김천과 영동의 경계인 작점고개에 도착한다.
이젠 어디로 가야하나 어리둥절해 있는데 우측에 육각정자가 보여 일단 쉬어가기로 한다.
대간은 정자 옆에 있는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작점고개 내려가는 시멘트길
▲시멘트 길에서 또 산으로 가는 길목.., 찬 바람 서리 맞아가며 우리를 위한 기다림이 너무나 고맙다.
▲멀리 큰 건물이 신애정신병원?
10:35 작점고개
점심을 먹기에는 때가 이르지만 눈이 내리고 있어서 미리 먹고 가기로 하고
보온통에 넣어온 소고기국과 밥을 꺼내고 김치까지 꺼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밥도 먹었겠다 오늘 그만 갈까?”하고 넌지시 꼭지에게 물으니
꼭지 왈 “왜? 벌써 그만두게?”
헉~~ 아직은 팔팔한가 보네. 그래서 당초계획을 접고 계속 고~~
작점고개에서 1시간거리에 있는 갈현고개를 지나
용문산오름길이 시작되니까 우려했던 꼭지의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미 '갈현고개'를 30여분 지난 뒤지만 꼭지에게 다시 돌아갈까 물으니 계속 가잔다.
다음에 중도에서 어떻게 올라오겠냐며..
등로도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정도로 미끄럽고 진행하기가 더디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꼭지를 스틱으로 잡아당기며 오른다. 오늘도 고생문이 훤하구나.
하지만 그것도 오랜만에 하니까 힘도 별로 안들고 기분이 괜찮다.
▲작점고개
▲갈현고개(양쪽으로 마을로 탈출할 수 있는 4거리안부
▲문이 개방되어있어 비박 좋아하시는 분께 적극 추천 하고픈 움막
▲용문산 가는 길
▲용문산(710m) 정상부
용문산(710m)
정상부는 헬기장이고 작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정상석이다. 주위의 잡목을 베어내어 조망을 트이게 해놓았지만
운무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용문산에서 국수봉가는 길은 눈도 많이 내리고 있어 꼭지를 더욱 힘들게 한다.
눈으로 길은 사라지고 없다. 간간이 보이는 리본과 그 희미한 길의 흔적을 찾아 진행한다.
폭설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선답자들의 발자국이 지워지고 없지만
리본 표시기가 군데군데 우리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고마운 리본들..
▲꼭지는 좋겠다. 스키도 타고
▲때로는 엉덩이 썰매도 타고.. 이럴 때는 즐거운데~^^*
▲어휴~~ 올라갈 때는 넘 힘들어~~ㅠㅠ
▲이곳인가? 저곳인가? 용문산에서 국수봉가는 길의 미로
▲구세주같은 이정표.. 근데 웬 용문산이 두 개? 넘 힘들었는지 또 있는 것 아니냐며 주저앉아 버리는 꼭지..
15:35 국수봉
국수봉정상에는 백두대간 안내판과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날씨가 좋으면
상주의 너른 들판과 지나온 황악산 그리고 민주지산 등 주변의 산들이 첩첩이 전개된다고 한다.
맑은 날은 상주 문경구간의 시원한 백두대간 마루금과 소백산도 조망된다고 하는데
눈이 내리는 오늘은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국수봉은 금강과 낙동강의 수계가 갈리는 분수령이기도 하지만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큰재부터는 김천과 영동은 서로 이별하고 마루금 좌우가 완전히 삼백의 고장 상주땅이다.
대간 마루금으로 나누어지는 지역경계공식이 큰재에서 부터는 통하지 않는다.
분수령이 낮아서 군계나 시계는커녕 면계역할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리라.
‘국수봉’의 유래는 수계가 갈리는 분수령이라는 뜻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석에 표기된 고도는 763m, 안내판의 고도는 795m?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국수봉에서 큰재까지는 1시간 20여분이 소요된다고 하니
꼭지의 걸음이 아무리 느려도 어둡기 전에는 도착할 것 같다.
▲국수봉 정상부
▲국수봉 하산 길.. "어휴 장난이 아니네."
▲역시 대간이 좋긴 좋네요. 낙동에도 요런 안내판 있나요?
▲이제는 여유를 부리며 엉덩이 썰매도 타고.. 아까운 바지만 고생
▲"너무 힘들어.." 꼭지에게도 끝까지 미운구간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 고개치고는 진짜 운동장만한 넓은 큰재?
국수봉을 내려서니 경사가 심하여 등로는 더욱 미끄럽다.
정화사업으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무릎이 약한 꼭지가 걱정이다.
편편한 경사길에서는 꼭지가 엉덩이썰매를 타며 내려온다.
힘든 중에서도 꼭지의 환한 웃음이 좋다. 하지만 좋아라 할 만큼 계속 내리막은 아니다.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린다.
“하산길이 뭐 이래” 꼭지에겐 끝까지 미운? 구간이다.
큰재에 도착하니 역시 ‘큰재’다. 펑퍼짐하고 넓어 진짜 학교운동장으로 쓰이고 있을 정도로 큰..
택시기사님이 고생했다며 친절하게 배낭까지 벗어주신다.
그 고마운 손길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택시 기사님이 오늘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20km를 걷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대간산행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상하네.. 모두 건너 뛰었나?"
기사님께 부탁, ‘도르비’님이 추천한 ‘우리식당’ 중국집에 세워 달라하여
200km 통과기념을 자축하며 소문난 짬뽕을 시킨다.
창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 비 오는 날의 짬뽕 맛도 기가 막힌다.
아~ 소주생각이 간절하구나.
- 끝 -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9정맥 > 백두대간(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풍가는 기분으로.. 백두대간13 (지기재-윤지미산-화령재) (0) | 2008.12.24 |
---|---|
대간의 자존심.. 백두대간12 (큰재-백학산-지기재) (0) | 2008.12.24 |
바람의 산, 백두대간10 (우두령~황악산~추풍령) (0) | 2008.12.24 |
서리꽃에 취한 백두대간9 (부항령-삼도봉-우두령) (0) | 2008.12.24 |
첫눈속의 백두대간 8 (빼재-대덕산-부항령) (0) | 2008.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