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행복.. 낙동정맥13구간(가사령-한티재)
2009. 12. 27. (일) -2~2℃ 맑음
산사랑방 홀로
일출 07:34 / 일몰 17:16 / 음력 11.12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태화산 돌탑
▲가야할 침곡산과 멀리 구름아래는 보현산
▣ 구간별 산행기록
08:33 가사령 -산행시작-
09:30 709봉 헬기장(비학,내연지맥 분기점)
10:16 사관령(788봉)
11:27 배실재
12:05 고도650 우측전망바위
12:50-13:10 침곡산(725m)
13:27 고압선철탑
13:33 서당골재
14:10-14:15 태화산(산불감시초소)
14:52 먹재
15:07 한티재
15:11 한티터널 -산행종료-총 산행거리 : 17.7 km / 6시간 40분 (휴식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17.7 km / 정맥누적거리 218.2 km
가사령→2.5←709봉→2.8←사관령→2.9←배실재→3.9←침곡산→5.6←한티재 = 17.7km
▣ 총 누적거리 : 241.6 km
▣ 알바주의구간 : 없음
▣ 교 통 : 자가운전 (북대구I.C-서포항I.C-31번청송-69번상옥-가사령 = 117 km / 약 1시간 30분)
차량회수 : 꼭지의 차량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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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행복
올해 유난히도 더웠던 6월 28일
태백의 매봉산에서 시작했던 낙동정맥이 오늘로서 절반을 이어가게 되었다.
강원도 태백과 삼척, 경북 봉화를 경계로한 석개재-답운치구간은 맑은 날인데도
우의를 입고 진행한 추억의 산길로 기억에 남았다.
육지속의 섬이라 일컫는 오지의 산길 영양 구간은
접근거리와 차량회수가 힘들었지만 검마산에서 맞이한 운해가 큰 위로가 되었고
맹동산 풍력발전단지는 환경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을 일깨워주었다.
단풍이 아름다웠던 가을 날, 꼭지와 함께 진행한 국립공원 주왕산 구간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제 두 어 구간만 지나면 이름있는 명산들이 줄지어 있다.
경주 단석산과, 고헌산, 가지산 영남알프스를 지나 부산의 금정산을 가로질러
몰운대 바다에서 낙동은 멀고도 먼 대장정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산행의 열정과 감동은 대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한 구간이 끝나면 금방 다음구간으로 떠나고 싶은 욕구가 발걸음을 재촉했고
대부분의 구간이 단조로운 산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걷고 또 걸어도 싫증나지 않은
아름다운 낙동이었다. 이제 낙동정맥 그 절반의 행복을 넘어 몰운대까지
더욱 즐겁고 아름다운 산행을 기대해 본다.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과 상옥리를 이어주는 69번 지방도인 '가사령'
7시쯤 집을 나섰다.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시간이다.
감기끼가 있어서 산에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아프더라도 산에가서 아파야지 하며
배낭을 꾸리고 감기약을 먹었다. 그랬더니 꼭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감기약 먹어가며 꼭 산에 가야 되냐며.. 투덜거리면서도 들머리까지 태워주겠다는
꼭지의 고마움을 뒤로하고 차를 몰고 한티재로 길을 나섰다.
꼭지와 같이가면 더 없이 좋겠지만 겨울 찬바람과 맞서
걷는다는 것 자체가 꼭지에게는 즐거움보다는 고통의 연속이다. 피부가 약한 탓도
있지만 예전에 동상에 걸린 피부가 겨울산행을 힘들게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차를 날머리인 한티재에 세워두고 택시를 타고 가사령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북영천 I.C를 지나면서 기계택시에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해서 전화를 받지않았다. 어쩔 수 없이 산행 후에
차량을 회수하기로 하고 가사령에 도착하니 08시30분이다.
가사령에는 25인승 버스가 한 대 세워져있고 산악회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산꾼들이 산행준비를 하고 있다. 울산에서 오신 분들이었는데 이분들과 하루종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행을 함께하게 되어서 오랜만에 외롭지 않은 산행이었다.
기온은 영하 2도, 포근한 날씨에 낙엽위로 깊숙히 파고든 햇살이 따스했고
밟으면 서걱대는 낙엽소리가 하루종일 귀를 간지럽혔다.
▲709봉 헬기장 (비학지맥과 내연지맥 분기점)
가사령에서 1시간쯤 부드러운 낙엽길을 걸으니 709봉 헬기장이다.
좌측은 비학산과 내연산으로 이어지는 비학, 내연지맥 마루금이고 정맥은 우측이다.
709봉을 내려서면 마루금은 600~750m을 유지한 채 고만고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낙엽 덮힌 산길, 길은 숨었지만 자신을 다 숨기지는 못했다.
그 굴곡에는 그리움이 녹아 있었다. 앙상한 나무들이 서로 살을 비비며 일렁인다.
그들을 깨우는 바람, 나뭇가지에 매달린 비련의 낙엽들이 파르르 몸을 떤다.
홀로 이러한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비우고 비워야할 가치들을 찾아나서는
수행의 발걸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가 자다가 깨어나면 낙동이 그립다.
그리고 걷고 싶다.
▲788봉(사관령)
사관령(788m)은 령으로 불리지만 오늘 구간 중 가장 높은 봉우리다.
사관령에서 정맥은 좌측으로 꺾인다. 경사를 내려서니 산사면에는 벌목한 나무들이
나딩굴고 있고, 굴참나무와 신갈나무에 붙은 여러종류의 버섯이 눈길을 끈다.
발가벗은 닭, 나비와 조개껍질 같이 생긴 버섯, 종이처럼 벗겨지는 나무껍질,
비록 카메라의 조작이라고는 하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낙동정맥 중간지점인 '배실재'
▲가야할 침곡산
▲침곡산(725m)
▲기북방향
▲보현산 천문대 방향
산불지역, 앙상한 나뭇가지사이로 언듯언듯 비쳐드는 갈색톤의
산마루가 장관이다. 그 아래 구석구석 자리잡은 정겨운 산골마을..
저 깊은 곳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오지의 마을이지만
파란색 지붕들이 생동감을 불어넣고 골짜기 마다 사연이 녹아든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태화산
▲가야할 한티재 방향
▲산불감시초소 옆의 태화산 돌탑
▲비학산 방향
▲기북 방향
▲한티재 (리본따라 좌측으로 진행하면 기계방향 한티 터널)
▲포항 기계에서 죽장으로 넘어가는 31번국도 한티터널 (들머리는 좌측 깃발 옆으로..)
먹재를 지나 삼각점이 있는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도로 절개지가 시야에 들어오는 한티재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오늘 구간은 길이 좋아 거의 휴식없이 걸었더니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것 같다.
곧이어 꼭지에게서 전화가 온다.
지금 기계읍내를 지나고 있다고 하니 10분후면 도착할 것이다.
낙동이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고.. 대구에서 여기까지 꼭지가 차량을
회수해주러 온다고 하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더해진다.
이제 절반을 넘어선 낙동길.. 오늘 행복을 한티재에 남긴다.
▲가사령-한티재 산행지도 / 출처 : 사람과 산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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