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석산장-천왕봉-백무동 (늘 처음같은 지리산!)
ㅡ 1부에서 계속 ㅡ
▲ 이른 새벽 촛대봉에서..
2009. 8. 15. (토) 14~22℃
▣ 구간별 산행기록
05:00 세석산장 -산행시작-
05:30-06:08 촛대봉 일출
07:34-08:40 장터목
10:00 천왕봉
11:00
장터목14:30 백무동 주차장 -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3km ( 휴식포함 9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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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에서 잠 못 드는 밤
지리의 하늘을 지붕삼은 하룻 밤
아~ 얼마만에 맞이하는 지리산의 밤이던가.. 혼자 콧노래를 부른다.
이슬이 조금씩 내리고 날씨가 약간은 쌀쌀하지만 오히려 상쾌해서 좋다.
별빛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지리와 나누고 싶은 말들이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건만..
괜히 잠이 오지않아 뒤척이기만 한다.
옆에 자리를 깔았던 한 분은 벌써 꿈나라도 가셨는지 기척이 없다.
공단직원들이 텐트를 치지 못하게 한다. 텐트 뿐만 아니라 폴대가 들어간 것은 모두
걷으라고 한다. 그래서 2인용 텐트를 갖고가신 분도 폴대를 빼고
그냥 텐트를 뒤집어쓰고 잔다. 이래저래 마찬가지건만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어째 씁쓰레 하다.
▲세석의 새벽 달, 별빛은 유난히 초롱한데..
새벽 3시30분,
몸이 으스스하여 눈을 뜨니 조그마한 새벽달이 환한 웃음으로
"잘 잣니..?" 인사를 건넨다. 작지만 밝다.
별들도 여기저기서 토닥토닥 인사를 한다. 구슬처럼 영롱한 빛.. 바로 그 빛이다.
밝은 그들을 보니 오늘도 멋진 일출을 보겠구나 싶다.
달빛에 별빛에 취하다보니 잠이 올리 없다.
5시쯤 배낭을 정리하고 꼭지와 촛대봉을 향해 세석을 나선다.
늘 처음 같은 지리산!
촛대봉에는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파도처럼 넘실대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명의 장면들.. 시간의 흐름은 쏜살같지만
지금처럼 그 순간의 흐름이 가장 잘 느껴질 때는 없을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
넓고 넓은 우주라는 화선지 위로 무엇인가 분주하게 흩뿌리며 채색되는 느낌..
창조주의 손길이 바쁘다.
▲옛날 빨치산이 바라보았던 그 동부등선 웅석봉 위로 해가 돋는다.
▲자연은 사람과 어울릴 때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운해위로 멀리 덕유산 주능선이 꿈틀대고..
▲노도와 같은 흰구름이 낮은 산릉을 골라 타고 넘는다
▲섬진강 건너에는 지리의 영원한 벗 백운산이 자기도 끼워달라며 고개를 내민다
시간의 흐름까지도 감지되는 일출의 순간들..
때로는 노랗게, 하얗게, 때로는 푸르게 변하는가 싶더니
금방 홍조를 띤 새색시처럼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자 하얀 스카프를
펄럭이며 크고작은 능선들이 꽃처럼 피어오른다.
눈부신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아침
산중에서 맞이하는 새벽만큼 큰 기쁨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 있을까.
우리는 숨죽이며 그들을 바라본다. 지리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늘 처음처럼 황홀하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늘 처음 같은 지리산!
▲촛대봉 구석구석 햇살은 파고 들고
▲아이들도 좋아라 하며 연신 V자를 그린다
▲꼭지는 운해가 더 신기해 보이는가 보다
▲한신계곡 방향
▲옥 구슬같은 영롱함.. 세상의 어떠한 보석이 이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연하선경 속으로
지리의 주 능선에 골고루 햇살이 비쳐들 때까지
촛대봉에 머물렀다. 촛대봉골과 도장골에 햇살이 깊게 파고들 쯤
우리는 연하봉으로 발길을 옮겼다.
연하선경은 비내리는 날의 가을이나,
지금같은 이른시간도 좋다. 하얀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만개하는
9월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아무 때나 가도 좋은 곳,
그곳이 연하선경이다.
▲도장골 방향.. 연하선경1
▲연하선경2
▲연하선경3
▲연하선경4
▲연하선경5
▲연하선경6
▲연하선경7
▲연하선경8
▲장터목에서..
07:35 장터목, 갑자기 배가 출출하다.
라면을 끓여 어제 저녁에 남은 밥으로 아침을 먹으며 1시간 가까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천왕봉을 오를 때도 배낭을 내려놓고 갈 생각이다.
제석봉과 천왕봉에서도 빈 마음속에 채워야 할 풍경들이
참 많을 것이기에..
어제 경남 밀양의 낮 최고기온이 38.5도, 서울은 34도였다고 한다.
가히 살인적인 더위다. 그런데 지리산 주능선의 기온은 20도를 채 넘지 않았다.
밤에는 추워서 달달떨어야 했으니 이 만한 피서지는 없을 것이다.
꼭지과 제석봉을 오른다.
올해는 제석봉과 천왕봉 사면에 유난히 산오이풀이 많다.
예전에는 하얀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많았은데 그들의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다.
▲제석봉을 오르며..
▲산오이풀 너머 파란 하늘속.. 아직도 미련이 남은 하현달
▲인생이 뭐 별건가 싶다
▲동자꽃과 삼신봉 능선.. 여름 꽃인 범꼬리는 이미 시들어버렸다.
▲깊고 깊은 칠선게곡
▲영원한 모델 꼭지
▲중산리 방향
▲ 빨치산의 전설을 간직한 달뜨기 능선과 웅석봉
▲중봉과 지리산 동부능선
▲천왕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이틀동안 호흡을 함께해왔던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때로는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거침없이 달려드는 지리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며
온전히 그들과 함께 했다. 그리움에 마음이 다하고, 가슴에 사무치도록 보고싶을 때
우리는 다시 지리의 품에 안길 것이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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