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지리산

지리산 종주 1부 (성삼재-반야봉-세석산장)

산사랑방 2009. 8. 16. 14:27


 

성삼재-반야봉-세석산장 (인생은 아름다운 것)  



2009.  8.  14. (금) 14~19


꼭지(아내)와 둘이서 


일출 05:40 / 일몰19:14  / 음력6.24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음이 변하는 지리산이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우리의 가슴을 쥐어박으며 울렁이게 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어쩌면 이보다 더한 장면들이 많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이 나에게는 생애 최고일 뿐이다

  

 


▣ 구간별 산행기록


04:20 성삼재   -산행시작-

05:30-06:00 노고단  

07:30 임걸령 

07:55 노루목 

08:24 반야봉 

08:45 노루목 

09:18 삼도봉 

09:46 화개재 

10:32 토끼봉

12:10-12:40 연하천산장 

13:26 형제봉 

14:17 벽소령산장 

15:56 선비샘

17:00 칠선봉

17:55 영신봉 

18:10 세석산장  - 1박 -


총 산행거리 : 약22km (휴식포함 13시간 50분)


▣ 교      통 : 자가운전 (서대구I.C-함양I.C-백무동 140 km / 약 2시간 30분)

      차량회수 : 백무동개인택시(장터목 산장식당) 011-678-5330 백무동-성삼재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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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운 것

 

 

꼭지와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가 조금 넘은시간, 성삼재의 하늘은 언제나 별들의 잔치다.

은하수를 에워싼 별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재잘재잘 무슨얘기를 하는걸까?

소쿠리로 콱 쓸어담았으면 좋으련만..

행여 그들이 빛을 잃을까 랜턴을 끄고 돌길을 오른다.

 

노고단 산장에 올라서니 이미 그곳은 산꾼들로 분주하다.

이 세상에 노는사람(?)치고 산꾼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꼭지와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일출시간까지는 아직 30여분이 남았다.

사람들의 걸음에 여유가 있다. 지리의 정기를 다 넣어가려는 듯 키보다 높은

배낭을 짊어진 젊은이들.. 가벼운 옷차림의 아이들과 어른들..

일부는 임도길로 또 가파른 돌계단으로..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해가 돋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경이로움, 산정에서 맞이하는 일출 풍경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처음같다. 붉은 기운에 갑자기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저러한 숨막히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생애 두 번 만나기 힘든 풍경

 

 

 

 

 

 

 

 

 

 

 

 

 

밤새 잠들었던 원추리의 꽃잎도 열린다.

왕시루봉 아래, 섬진강은 이미 구름바다가 되었고 그 운해위로

백운산이 섬처럼 오똑 솟아 올랐다.

 

하루에도 변덕이 죽끓듯 하는 지리산의 마음이지만

이렇게 우리의 가슴을 쥐어박으며 울렁이게 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아니 그동안 이 보다 더한 장면들이 많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이 나에게는 생애 최고일 뿐이다.

 

 

  

 

일출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돼지평전 가는 길

하얀 어수리가 곱게 손을 흔든다. 그 너머로 왕시루봉능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계속 이어지는 지리의 아름다운 풍경들..

 

 

 

 

 

 

 

대간이나 낙동할 때는 산행중에 사람을 만나기가 힘드는데

지리산에 오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그들은 꽃과 나무와 더불어

 지리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는 자연스런 모델이다.

 

 

 

 

 

 

화원동산의 반야봉

 

 

임걸령샘터에서 식수를 보충한 후

노루목에서 꼭지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먼저 걸음을 옮긴다.

반야봉을 다녀오기 위해서다. 오늘 같은 날 반야봉에 오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다. 노루목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임걸령 샘터

 

 

 

▲노루목에서 나도 노루처럼 목을 길게 빼고..

 

 

산꾼에게 있어서 배낭은 결코 몸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다.

배낭은 땀의 결정체로 산의 정기가 담긴다.

배낭을 내려놓으면 마음을 내려놓는 것 같아서 싫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다.

텅빈 마음으로 오르고 싶다. 그 빈속을 반야가 아름다운 풍경들로

다 채워줄 것이라 확신하기에..

 

제 작년 이맘 때,

대간을 하면서 반야봉을 꼭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비와 운무가 훼방을 놓는바람에 못 본 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미안했다.

하지만 반야는 "너 왜 그때 그냥 갔느냐."며 꾸중하지 않는다. 

  

 

 

 ▲원추리..  "힘 내세요.!."

 

 

  

 

가파른 돌길을 올라서니 시야가 트인다. 

반야봉 사면에는 노란 원추리가 꽃잎을 열어젖히며 인사를 건넨다.

적갈색의 산오이풀은 정열적인 몸짓으로, 하얀 구절초는 가을의 전령으로, 동자꽃은

그 해맑은 미소로, 이질풀은 부끄러움으로 모두들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품으며 반긴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풍경들이다.

 

 

 

 

 

  

 

뒤를 돌아보면 불무장등과 왕시루봉의 장대한 능선이 시야에 가득찬다.

반야봉 정상부, 예전에 커다란 돌탑과 키가 훌쩍한 정상석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말끔히 치워지고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망이 더 좋아졌다.

 

 

 

 

 

 

옛날 그  작고 앙증맞은 정상석은 변함없이

천왕과 눈길을 마주한 채 반야봉을 지키고 있다. 돌탑이 없으니 일망무제..

왕시루봉 방향으로 노고단으로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가야할 천왕봉으로 지리의 연봉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민다.

그 황홀함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구절초와 산오이풀, 그리고 왕시루봉 능선

 

 

 

 ▲ 아! 지리산!

 

  

노루목에 내려서니 꼭지가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렸냐고 물으니 20분정도 기다렸다고 한다.

생각보다 꼭지의 컨디션이 좋아보인다.

지리의 정기를 받은 때문일까..

 

 

 

 

 

 

▲삼도봉에서

 

 

 

▲늘 시원하게 느껴지는 화개재 550게단 

 

 

나이를 먹어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화개재 550계단,

더 늘어나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다. 그 엄청난 550계단을 내려선다.

오늘은 웬일인지 꼭지가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이 골을 타고 올라오는 화개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까..

 

 

 

▲화개재

 

 

 

▲화개재에서 바라본 백운산과, 덕유산 서봉, 남덕유산, 삿갓봉, 무룡산, 향적봉까지 선명하다

 

 

 

▲토끼봉을 오르며.. 나의 단골 포인트와 모델?

 

 

 

지리산 천혜의 원시림속으로

 

 

초록빛이 가득하여 더욱 시원한 숲길..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나뭇잎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눈을 감으면 그 원시림속으로 자신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람들은 연하천을 지리산 최고의 원시림을 간직한 숲길이라 일컫는다.

연하천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초록빛이 고운 지리산 최고의 원시림 연하천 숲길

 

 

 

▲연하천 산장

 

 

유난히 파란 하늘의 연하천 산장

마치 산장이 하늘에 닿은 듯 하다. 지금시간이 12시를 조금 넘은시간..

산행 후 벌써 7시간이 지났으니 앞으로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꼭지의 체력이라면 벽소령까지가 한계일 테지만 오늘은 꼭지가 잘 걸어준다.

어쨋든 세석까지는 가야한다.

그래야지 내일 새벽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고 이른 아침에 깨어나는

연하선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봉에서.. 벽소령 산장이 보이고 이제 천왕봉도 지척이다

 

 

 

 ▲의 좋은 형제바위 사이로.. 난 이 풍경이 좋아 여기선 늘 꼭지가 모델이 된다

 

 

 

▲벽소령 산장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저께 저녁이었나 보다.

꼭지가 갑자기 지리산에 가고싶다고 했다.

 지난번 낙동정맥 때 통고산에서 애미랑재 내려서는 길에 꼭지에게 넌지시 운을 떼었다.

"올해 우리도 지리산 종주 한 번 할까?"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 해~~!" 묻는 타이밍이 나빳는지

일언지하 거절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던 꼭지가 지리산에 가고 싶다니..

더 이상 망설일게 없었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랐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는지라 비박 장비들만 주섬주섬 배낭에 넣었다.

열차 예약도 산장 예약도 하지 않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그냥 차를 몰고 달렸다.

우리가 처음 지리와 대면했던 백무동으로..

 

5년전 해병대부부와 처녀종주할 때 탔던

그 백무동 택시기사님을 꼭두새벽에 호출을 했다. 그리곤 "일찍 미안합니다."라는

한 마디 말로 죄송함을 대신 한 채 성삼재로 향했던 것이다.

 

 

 

 ▲지리산 구석구석을 빛내주며 하루종일 함께해주는 하얀 어수리와 원추리, 그리고 홍자색의 이질풀  

 

 

 

 

 

 

 

 

 

 

 

 

 

 

 

 

 

 

 

 

 

 

 

 

▲오늘의 종착지 세석산장

 

 

 18:10 세석산장

산장은 평일인데도 산꾼들로 넘쳐난다.

꼭지가 춥다하여 라면을 끓이고 밥을 짓는다. 집터(?)가 없어 샘터내려가는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는 내릴 것 같지 않다.

오늘 이곳에서 초롱초롱한 별들과 얘기를 나누며 지리에서의

꿀맛같은 하룻밤을 보낼 것이다.

 

 

 

▲달과 별.. 그들과 함게할 오늘 잠자리

 

 

공단직원이 여인네들은 산장안으로 들어와도 된다고  한다.

꼭지는 침상을 배정받아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통로옆에 자리를 잡았다.

밤 10시, 지리도 잠에 빠진 시간, 침랑속으로 들어갔지만

쉬 잠이 들지 않는다.

 

 

 

ㅡ 2부에 계속 ㅡ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