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보려다가 가야산에서 동태 될 번한 이야기
한파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느 산에서든지 일출은 봐야하지 않을까
이것이 어줍잖은 산꾼의 생각.
"올해는 어데서 일출을 볼까?" 하고 꼭지가 중얼거린다.
들으라는 소린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혼자 머리를 굴린다.
'지리산과 덕유산은 너무 번잡하고 태백산은 춥고'
"흠흠~~ 갈 때가 없네.. 우리 동네 함지산에가서 일출이나 보자."했더니
꼭지의 반응이 우째 시쿤둥 하다.
지리산에 갔을때는 사람들로 정체되어서 정상에 올라서기도 전에
해가 뽕 솟아오르고 말았었다.
덕유산은 줄서서 곤도라 타고 올라야 하는 것이 싫기도 하지만
일출과는 인연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태백산에서는 일출보려다가 온 몸이 동태된 적이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도 양 손가락은 겨울이면 작동이 시원찮은 상태.
그래서 생각한 곳이 대구에서 가장 가깝고 높은 가야산으로 정했다.
더 좋은 것은
백운동주차장에서는 성주군 주최로 해맞이 행사를 한다고 하니
일출도 보고 떡국도 먹고
........
그런데 하산했을 때는 이미 행사가 끝난뒤라 떡국은 커녕
식당에 가서 촌두부와 막걸리로 꼭지와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새해첫날을 비몽사몽간에 보내고 말았다.
1년의 계획은 새해첫날에 세운다고 했는데 ㅉㅉ..
<정상 300m 남겨놓은 지점.. 더 이상 오르기를 포기하고 일출을 기다린다>
백운동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꼭지의 걸음으로 3시간 30분쯤 넉넉하게 잡고 3시에 집을 나섰다.
대구에서 1시간 10분쯤 걸려 도착한 백운동 주차장은 해맞이 행사준비로 어수선하다.
기온은 영하 11도 꽤나 추운날씨다.
백운1교, 2교, 3교를 지나 보너스로 다리 2개를 더 지나니
기온은 5도나 뚝뚝떨어진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한데도 눈발이 날린다.
"뭐 이런 날씨가 다 있어~"
정상 300m 남겨놓은 바위지점
칼바람에 철 난간을 붙잡지 않고서는 서 있기조차 힘들고
안반위를 건너갈 때는 바람에 날려갈 것 같다.
기온은 영하 21도 살인적인 추위다.
꼭지와 손을 잡고 겨우 건너서 바위구석에 웅크리고 바람을 피한다.
더 이상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서 바위틈에 몸을 기대고
시간을 보니 6시30분이다.
"에구~ 해뜨려면 아직 1시간이 더 남았네.. 어 추워~~!"
그 와중에도 보온통의 따듯한 물을 부어 컵라면을 끓인다.
금방 식어버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따뜻하다.
몸에 조금 열기가 돈다.
일부 등산객들은 죽기아님 살기로 정상으로 오르고
몇 몇 분은 일출보려다가 얼어죽겠다며 하산을 서두른다.
우리는 중립을 지킨다.
발도 시리고 손가락이 꽁꽁얼어서 카메라 셧더조차 누르기 힘들다.
그래도 카메라는 시룩시룩~ 작동을 한다. 다행이다.
야야~~ 하는 환호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일출이 시작되고 기축년의 새해아침은 그렇게 밝아오고 있었다.
세상에 어떠한 빛이 이보다 아름다울까.
추위에 움추린 꼭지의 등 뒤에서도
수 억년을 침묵해온 바위위에도..
모진 칼바람을 견디는 겨울나무어깨에도
고사목이 내려다보는 만물상 능선위에도
어김없이 새해 새 빛이 비쳐든다.
동살의 아름다움에 취하며 잠시의 기다림을 갖는다.
그리고 소원을 빈다.
올 한해 우리 모두에게 저 아름다운 빛이 비쳐지기를
희망의 빛이
........................
백운동 하산 길.. 한 해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가야산 일출 산행
2009. 1. 1. (목)
꼭지와 둘이서
걸은시간 : 04:10 ~ 09:00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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