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가야산

운무속으로 선경같은 야생화 꽃길을 걸으며.. (수도산-가야산종주)

산사랑방 2008. 12. 24. 11:51

       

                                 운무속으로 선경같은 야생화 꽃길을 걸으며.. (수도산-가야산종주)

 

 

 

                                       ▲운무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꽃과 나무들의 유희(두리봉 가는 길)

 

 

산행지 : 수도산-가야산 종주

산행일 : 2006. 5. 7(일)안개속

산행자 : 산사랑방 홀로

교     통 : 자가운전 (대구-수도암 1시간 40분소요)

차량회수 : 꼭지(아내)의 도움을 받음


05:30 수도암 -산행시작-

06:30 수도산(1,316m)

08:30 단지봉(1,326m)

09:15 좌일곡령(1,257봉)

10:10 용두암봉(1,124봉) 등로 주의구간

10:30 목통령

12:10-12:50 무명봉에서 중식

13:05 분계령

13:25 두리봉(1,113m)

13:50 부박령

14:37 산막터

15:30 가야산(1,430m)

17:30 백운동매표소 -산행끝-


총 산행시간 : 12시간 (약 24km) 

              수도암→1.8km←수도산→18km←가야산→4.1km←백운동매표소

 

 



                                                                   ▲수도산-가야산까지의 종주산행경로



수도-가야 종주의 의미


수도산에서 가야산까지 종주한다는 것은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산행을 각오해야하고 일단 종주 길에 들어서면 중간에 탈출로가 여의치 않습니다.

능선에는 식수도 구할 수 없고 이정표 또한 없으므로 모든 것은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어쩌면 수도-가야종주의 매력인지도 모르지요.


목통령에서 우측 개금방향으로 왕복 15분거리에 샘터가 있다고 하는데 확인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종주산행은 늘 변수가 많으므로 식수만큼은 배낭이 무겁도록 충분히 갖고 갔으면 싶네요.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에 가야산 오를 때 엄청 고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등로에는 덩굴나무과 키큰산죽이 많아 긴팔 티와 긴바지를 입는 게 좋습니다.


들머리는 수도암을 선택하든 청암사를 선택하든 개인 취향에 따라 하면 됩니다.

본인은 수도산이라는 이름과 유래가 깊은 수도암이 마음에 들어 계속 수도암에서 시작하고

날머리는 해인사를 원칙으로 하되 차량회수에 따라서 성주 백운동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수도산 동남 능선을 따라가면 단지봉(1,327m)과 두리봉을 거쳐 가야산에 이르는데

능선길 평균고도가 1천m이상이며 고원에는 울창한 수림과 운동장만큼이나 넓은 초원(단지봉)도 있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늘 푸른 산죽길과 얼굴을 할퀴며 달려드는 싸리나무터널, 암봉으로 이루어진

수도산 정상부와 좌일곡령 그리고 용두암봉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조망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수도산 구간을 걸을 때는 차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을 만큼 황홀합니다.

또한 어른 크기만 한 키 큰 산죽 길을 지날 때는 지리산의 동부능선을 헤쳐 나가는 느낌이고

시원하게 뻗은 능선 따라 부드럽고 키 작은 산죽 길을 지날 때는 마치 덕유능선을 걷는 기분입니다.


죄지은 것도 없는데 덩굴나무터널을 두 손을 들고 벌을 서며 지나갈 때는 성가시기도 하여

짜증도 나지만 그 또한 수도-가야종주의 추억으로 두고두고 가슴에 남습니다.

종주길은 올라오고 내려가는 길까지 포함하면 20km가 넘는 구간이고

수도산에서 가야산 정상까지만 보통 8시간에서 9시간이 소요됨으로 산꾼으로서는

한번은 도전해 보고 싶은 선망의 종주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산의 내력


수도산(修導山)은 가야산과 덕유산 중간지점인 가야산 북서쪽 김천시 증산면과 대덕면,

경남 거창군 가북면의 경계에 등대처럼 우뚝 솟은 해발 1,316m의 준봉으로 불령산, 선령산이라고도

하며 비구니들의 참선 수도장으로 유명한 수도암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수도산에는 청암사, 영남제일의 선원 수도암, 백련암, 극락암등의 사찰과 암자가 있습니다.

수도산만 산행할 때는 청암사 입구인 평촌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고

종주산행은 보통 수도암이나 청암사에서 시작하는데 수도암은 도선국사가

신라 헌안왕3년(859)에 창건하였으니 그 역사 또한 깊습니다.


처음 수도암터를 발견한 도선국사는 너무 좋아 1주일동안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하니 명당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수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터가 없을 것이라고 산명을 “수도산”이라 하고

암자를 “수도암”이라 명명한 것을 보면 도선국사의 심정을 이해할만합니다.


수도암의 샘물 또한 해발 900여m의 고지에 있지만 110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할 정도로 물이 좋기로 소문나 있고 수도암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계류가 흐르고 있어서 늘 물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수도산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성주

대가천을 따라 유명한 무흘구곡의 비경을 연출하며 성주 댐으로 유입되어 낙동강으로 흘러듭니다.



산행기


이번이 세 번째 떠나는 수도-가야종주길입니다.

종주산행은 한번 다녀오면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지는데 수도-가야만큼은 지리산만큼이나

자주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본인은 통상 봄에 계획을 잡는데 4월말경이나 5월초가 되면

늘 꿈꾸듯 기다리는 산행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작년처럼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을 청해보지만

소풍가는 아이마냥 마음이 설레에 쉽사리 잠이 오질 않습니다.

겨우 잠이 들었을까 알람소리에 퍼뜩 눈을 뜹니다.


하지만, 저녁에 몸살 끼가 있다던 꼭지(아내)는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일단 수도산까지는 꼭지와 함께하기로 하고 수도산에서 꼭지의 컨디션이 좋으면

둘이서 끝까지 종주하기로 계획을 세웠었지만 등을 돌린 채 곤히 자는 꼭지를

깨우기가 미안해 혼자  떠나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저녁에 먹었던 미역국을 데워서 밥을 조금 말아먹고는 집은 나섭니다.

안개 속으로 간간이 이슬비가 차창을 적시니 행여나 비가 내리지나 않을까 애가 타지만

서서히 밝아져오는 여명 속으로 성주 대가천 무흘구곡의 비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수도암 들머리


대가천따라 김천시 경계를 지나 <대덕 9km>작은 표지판을 지나니 새로 단장된

<청암사/수도암>이정표가 반겨줍니다.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Y자 갈림길인데

수도암은 동네가 있는 좌측 길로 들어서야 하고 청암사는 직진입니다.


마을을 지나 계곡 따라 7km나 먼 거리 해발900m에 위치한 수도암에 도착하니

하늘은 무엇이 못마땅한지 잔뜩 찌푸린 채 안개비를 내리고 있고 그저께가 석가탄신일이라

사찰 경내에는 소원을 담은 연등이 빼곡히 걸려있습니다.


부처님 앞에 서면 어느 누구 상처 없는 이 있겠습니까 마는 부처님의 자비로 그 아픈 상처들

다 치유되길 빌어봅니다. 고풍스러운 단청이 아름다운 대적광전과 동, 서에 서로 나란히 마주보며

서있는 삼층석탑을 지나 수행하시는 스님들께 방해가 될까 발걸음조차 죽이며 초입에 이릅니다.

 



                                                   ▲천년이 넘게 샘물이 마른적이 없다는 수도암의 풍경입니다.

 

 


 

                                                                              ▲수도산가는 길



운무속의 수도산


작년에 일출이 장관이었던 헬기장에 올라서니 여전히 안개가 걷히지 않아 조망이 없습니다.

청명한 하늘, 조망의 호사스러움을 누리지 못하는 대신 좌우에서 반겨주는 진달래꽃에 위안을 받습니다.

그런데 앞서간 발자국이 눈에 띄어 궁금하기 짝이 없네요.

“나보다 더 미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떤 분일까 더욱 궁금해집니다.


단지봉과 가야산이 잘 보이는 암봉에 올라섰으나 보이는 것은 운무뿐입니다.

날씨만 좋으면 이곳에서 단지봉과 좌일곡령 그 너머 가야산까지 막힘없이 조망될 텐데..

그 대신 오늘은 수도산에서 멋진 운해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걸음을 빨리합니다.

 


 

                                     ▲수도산가는 길의 진달래 군락지.. 능선은 비슬산과 개화시기가 비슷한듯 합니다. 

 

 


 

                                                                      ▲수도산정상부의 돌탑과 운해

 

 


 


갑자기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위를 쳐다보니 커다란 삼각대를 짊어진 세분의 산님들이 보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지나가며 생각하니 비온 후 수도산에서의 운해를 찍으러 온 

전문 출사 꾼 같았는데 아쉽게도 하루 종일 운무가 가득했으니 무척 실망했을 겁니다.


비온 후에 지난번 육화산에 갔을 때는 멋진 운해를 보았습니다.

굳이 운해가 아니더라도 비온 후의 맑고 청명한 하늘과 탁 트인 조망만 있어도 행운이지요.

큰 기대를 안고 수도산에 올랐지만 여전히 안개속이라 전혀 조망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개가 걷힐 때 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지라 서둘러 단지봉을 향해 내려섭니다.

 



                                                            ▲단지봉 가는 길에 뒤돌아본 수도산

 



                                                                        ▲덕유산과 양각산 방향의 운무

 

 


 

                                                                    ▲단지봉 가는 길에 뒤돌아본 풍경

 

 


 

                                                            ▲이제 막 시작되는 대지의 새 기운과 봄의 향기


능선에는 수목들이 이제야 싹을 틔우고 있어 연초록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수도산에서 단지봉가는 길은 낙엽 깔린 포근한 오솔길입니다. 산 사면으로는 이제야 봄빛이 흐르고

때로는 진달래가 군락을 지어 꽃길을 열어주며 각종 야생화들이 반가운 웃음을 지어줍니다.


걷기도 편안하고 좋아 누구든지 이 길을 걸으면 감탄사를 자아낼 것입니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산죽길이 운치를 더하고, 덩굴나무와 잡목을 헤쳐 나갈 때 마다

선행자가 없으니 거미줄이 얼굴에 달아 붙어 곤욕을 치루지만 그 또한 싫지가 않습니다.


심방갈림길을 지나니 등로 좌우에는 금방 파헤친 듯 한 멧돼지 흔적이 뚜렷한지라

아무래도 오늘은 멧돼지와 조우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앞섭니다.

크윽~~ 긴장감속에 걸음을 옮기는데 아니라 다를까 우측사면에서 부스럭 소리가 납니다.



고라니와의 조우


“에구~ 죽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놀란 표정으로 얼굴을 돌리는데 어미사슴만한 큰 고라니와 눈이 마주칩니다.

“휴 다행이다.” 그 순간 고라니도 놀랐는지 기다란 다리를 껑충거리며 산 아래로 도망칩니다.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고라니를 놀라게 했으니 그 죄가 크건만 속죄할 길이 없네요.


멧돼지 흔적은 계속 앞으로 이어집니다.

이놈이 나를 앞서가며 장난을 치는 느낌이 듭니다. “흠 만나기만 해봐라.”

오싹오싹한 긴장감속에서 급경사 단지봉을 치고 오릅니다.

사면에 피어있는 처녀치마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겨 힘든 줄도 모릅니다.

 


 

                                                ▲아직 잎이 나오지 않아 지나가기가 수훨한 덩굴나무 터널

 

 


 

                                                                          ▲단지봉사면의 처녀치마

 

 


 

                                                       ▲헬기장도 있고 운동장만한 초원이 펼쳐져 있는 단지봉

 

 


 

                                                         ▲지리산 동부능선을 연상케하는 키 큰 산죽 길


운동장만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는 단지봉.. 여전히 운무는 걷힐 줄 모르고 애를 태우네요.

오전에 개인 다든 일기예보와는 달리 계속 안개비가 내리는 운무속입니다. 비로 조망이 없어도

한정된 시야 안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정경은 그 나름대로의 신비로움으로 다가옵니다.


단지봉에서 좌일곡령 가는 길입니다.

키가 작고 부드러운 산죽길이라 덕유능선을 걷는 것처럼 룰루날라 휘파람을 불며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번엔 회초리로 맞는 것 같은 따가운 싸리나무터널입니다.

이때는 더 이상 뺨을 맞지 않으려고 스틱을 세워 헤치며 통과합니다.


그들이 있기에 더욱 운치가 있고 티격태격 싸우다 보면 그 다음엔

억새 숲이 쉬었다 가라며 자리를 펴 위로해 주지요.

비록 산죽 길을 헤쳐 나가느나 이미 바지는 빗물에 다 젖었지만

다행이도 신발 안에까지 물이 스며들지 않아서 걸을만하니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좌일곡령의 진달래1

 

 


 

                                                                                ▲좌일곡령의 진달래2

 

 


 

                                                           ▲덕유능선이 생각나는 부드러운 산죽 길


좌일곡령에서의 불심검문(?)


어느덧 40여분 걸었을까.

암봉으로 이루어진 좌일곡령(1257봉)이 떡 버티고 서서 앞을 가로막습니다.

오르기가 약간 까다로운 구간이기는 하지만 맑은 날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그만입니다.

어째서 “봉”이 아닌 “령”으로 이름이 붙여졌는지 알 수 없지만 늘 이맘때가 되면

이곳은 진달래로 꽃동산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오늘은

불심검문(?)을 한답니다.

“너 오늘 이곳까지 오면서 쓰레기 버렸어? 안 버렸어?”

움찔! “저요? 하나도 안 버렸는데요.”

다음에 올 때는 이곳 쓰레기 좀 주워 갈 거냐 안 갈거냐?” 완전히 협박조로 닦달합니다.

“네~~^^*”

“통과!!”

크윽~~ 이곳에서는 우회로가 없으므로 도망갈 때도 없습니다.

제발 수도산과 가야산구간에 쓰레기 좀 버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피티병이 너무 많았습니다.


불심검문(?)을 마치고 좌일곡령을 내려섭니다.

좌측으로 바위길이 이어지는데 종주구간 중 유일한 너덜겅입니다.

미끄러운 돌들을 조심조심 밟으며 진행합니다. 행여나 미끄러져 부상이라도 입으면 큰일입니다.

능선은 대체로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아 119도 부를 수 없으므로

홀로산행 때는 안전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길은 다시 능선으로 이어지다가 이젠 우측사면을 돌아 산죽 길로 이어집니다.

 



                                     ▲마을 주민들이 성난 젖꼭지 같이 생겼다고 이름붙인 용두암봉(1124봉)

 

 


 

                            ▲목통령(대구등산학교의 표시기에는 우측 개금방향으로 샘터 왕복 15분이라 적혀있습니다.

 

 


 

                                                         ▲흔하디흔한 제비꽃이지만 이곳에서는 주연입니다.


멧돼지흔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놈은 계속 앞서가면서 나를 놀려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키가 큰 산죽 길, 이곳을 지날 때는 흡사 지리산의 동부능선을 걷는 기분입니다.

반대쪽에서 멧돼지가 온다면 껴안고 포옹이라도 해야 할 만큼 좁은 공간입니다.

산죽 길을 벗어나니 전혀 다른 풍경인 잡목 숲입니다.


이번에는 고라니대신 귀여운 청설모가 바로 앞에서 재롱을 떠네요.

겁이 없는 것을 보니 자기를 해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그때야 도망을 칩니다.



용두암봉(1124봉)과 꽃동산


좌일곡령에서 1시간쯤 걸었을까.

드디어 마지막 암봉인 용두암봉(1124봉)입니다.

성난 젖꼭지같이 생겼다고 해서 마을주민들이 이름 붙인 용두암봉(1124봉)은

오늘도 예전처럼 암봉사이로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서 반겨줍니다.

하지만 로프가 없어서 오를 수가 없네요.

1124봉을 지나 50m정도 진행하니 Y자 갈림길입니다.

주의해야 할 구간입니다.


길은 직진하는 능선길(리본 없음)을 버리고 하산로같은 좌측길(리본 많음)을 선택해야 합니다.

아무생각 없이 능선으로 직진하게 되면 거창 가북면 용암리 방향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종주 구간중 이곳만 조심하면 대체로 길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다른 구간은 모두 능선만 따르면 되니까요.

 


 

                                                                  ▲두리봉 가는 길의 화원동산

 

 


 

                                                         ▲무명봉에서 분계령 내려가는 길의 소나무 숲길

 

 


 

                                                                       ▲아무 표지석도 없는 두리봉


두리봉 가는 길

여전히 운무와 안개비 때문에 가야산과 지나온 능선들이 조망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더 큰 아름다움이 있으니 바로 코앞에서 뽐내고 있는 야생화들의 향연입니다.

산사면 전체를 노랗게 덥고 있는 피나물 군락지는 너무나 환상적입니다.

제비꽃은 

아무 산이나 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만년의 조연이지만

이곳에서는 수줍어하는 새색시..

바로 주연입니다.


매직으로 써놓은 정상석 조차 도망가고 없는 두리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부박령을 향해 내려섭니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키보다 큰 산죽 길을 헤치고 나가니 솔향 은은한 소나무 숲입니다.

잿빛의 산토끼가 깡충깡충 뛰어다닙니다.

선경이 따로 없군요.


삐리릭!! 

드디어 전화가 터집니다.

백운동으로 마중 오겠다는 반가운 꼭지의 목소리입니다.

갑자기 힘이 쏟고 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헬기장이 보이는 것을 보니 가야산이 가까워졌음을 짐작합니다.

조금 후

깨진 기왓장과 벽돌잔해가 있는 산막 터에 도착합니다.

드디어 가야산이 지척입니다.

너덜길이 이어지고 부드러운 산죽길이 마지막 힘을 내라며 위안을 줍니다.

수도-가야종주 그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입니다.

 



                                                                            ▲가야산 상왕봉(우두봉)

 

 


 

                                                                             ▲백운동 하산 길의 풍경1

 

 


 

                                                                             ▲백운동 하산 길의 풍경2

 

 


 

                                                                       ▲백운동 하산 길의 풍경3


수도산에서 가야산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한 외로운 산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선경 같은 운무 속에서 야생화꽃길을 걸으며

고라니와 산토끼, 청설모와 다람쥐, 산새들과 함께한 또 한 번 잊지 못할 종주 길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했기에 결코 외롭지 않았습니다.

비록 운무속이라 아무런 조망은 없었지만

가까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온 산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