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팔공산

팔공산 염불암과 설경

산사랑방 2008. 12. 25. 16:51

 

대구에 첫눈이 왔다.

기상청 기록은 아니지만..

 

오전내내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더니 정오가 되면서

비는 눈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럴때는 무엇에 끌리듯이 꼭 팔공산에 가고싶어진다.

점심도 건너 뛴 채 간단히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섰다.

파계사를 지나 해발 400m의 높은 고갯마루에는 눈이 덮혀 미끄러웠다.  

조심조심..

 

 

  

수태골에서 서봉으로 오르려다가 겁이 많은 나는 저녁에 차량회수가 걱정되었다.

저녁이 되면 산간도로는 빙판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를 어찌 끌고가야할지 자신도 없고

어두운 산길 걷기도 겁나고 해서 동화사 케이블카로 향했다.

4시전에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왕복은 6천원, 편도는 4천원이란다.

5시까지는 안 내려오면 지 혼자 내려가삔다나 어쩐다나.. 그래도

편도만 끊으려니 아무래도 손해 같아서..

왕복을 끊었다.

케이블카타고 간다고 했으면 꼭지(아내)가 좋아라 하고 따라왔을 건데..

뒤에 앉은 두 남녀가 열심히 재잘댄다.

이럴 때 꼭지가 없는 외로움의 고통을 맛본다.

다음에는 꼭 꼭지를 델고 다녀야지.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온통 은빛세상이다.

고도가 820m

헤~~^^ 400m정도만 오르면 '동봉'이니

횡재가 따로 없다.

 

 

 

멀리 서쪽으로 운해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간간이  눈발이 날린다.

기온은 영하 5도, 꾀 쌀쌀한 날씨

모자를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ㅉㅉ.. 아까 밀감꺼내면서 차에 두고왔나보다.

맨 날 하나씩은 잊고 다니는구나.

다음에는 또 뭘 잊을런지.. 걱정된다.

 

 

 

멀리 동화사 염불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 폭의 수묵화 같다.

가서 기도하면 머리가 저절로 트일 것 같은 곳이다.

내려다보다가 정신팔려서 그만 미끄러져 떨어질 번 했다. 휴~~

아래는 절벽이었다.

 

 

 

염불암 뒤쪽으로 팔공산 능선이 하늘금을 긋는다.

우측으로 운무가 살짝 덮힌 곳이 갓바위 같다.

  

 

 

하늘이 조금씩 개이기 시작한다.

눈이나 비가 내린 후의 이런 날을 나는 참 좋아한다.

 

 

 

 경사가 급한 봉우리를 올라서면서 뒤를 돌아보니 케이블카 승강장이 외로워 보인다.

꼭지와 같이 왔으면 외로움이 아니라 정겨운 표현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한 시간 반이 걸려 '동봉'에 올라서니 눈발이 세차게 날린다.

겨울나무 넘어 왼쪽으로 케이블카승강장이 희미한 점으로 다가온다.

벌써 이만큼 왔나보다.

 

 

 

 

동봉에서 서봉가는 헬기장 옆에 있는 '석조약사여래입상'

조망이 좋지않아 이곳에서 서봉으로 가는 것을 멈추고

하산을 서둘렀다.

눈으로 덮인 미끄러운 비탈면을 내려서다가

아이젠이 나무뿌리에 걸리는 바람에

몸이 휭~ 앞으로 

어어~~! 하며 공중에 붕 뜨는사이

팔뚝만한 나무 한 그루가 몸을 막아주어 겨우 멈출 수 있었다.

까닥했으면 119를 부를 번 했다.

웬 나무가 병주고 약주고

휴~~ %@  

 

 

 

케이블카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벚꽃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

 

- 끝 -

  

팔공산  

2008.  12.  21. (일)

걸은시간  12:20~15:20

산사랑방 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