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과 가산산성' 복수초 이야기
2009. 4. 5. (일) 맑음
산사랑방 홀로 (05:30~08:40) 3시간 10분 소요
진남문(주차장)-동문-가산바위-용바위-가산-할배바위-진남문
<가산의 복수초 군락지>
복수초(福壽草)는 복과 장수를 뜻하는 꽃으로 '영원한 행복'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봄마다 행복이 널려있는 곳이 가산이라는 뜻인데..
<가산산성 진남문>
가산(架山)은
경북 칠곡군 가산면과 동명면에 위치해 있으며 팔공산 도립공원에 속해있다.
경상도 지리지 팔거현조에 명산 가사산 (加士山)재현북(在縣北)이라 하였다.
즉, 가산은 팔공산 연봉 서북쪽 끝에 위치한 산이란 뜻이다.
팔공지맥이 서쪽으로 달리다가 잠시 고개를 들고 틀어앉은 곳으로 '가사'란
가장자리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인 갓(邊末)을 음차해 한자화 한 것이라고 한다.
<가산산성 동문>
오늘은 11시 조카 결혼식에 가야함으로
9시까지 집에 돌아오기로 하고 영원한 행복? 복수초를 찾아 가산으로 향했다.
집에서 30분이면 들머리에 도착할 수 있는데다
산행도 3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아서 였다.
휴일날 산에 안가면 일주일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이것도 병인가 보다.
'가산'의 복수초
아직은 추운지 봉우리를 쫑긋거리며 세상구경을 할까말까 망설이고 있다.
<동문에 세워진 산행 안내도>
들머리인 진남문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30분,
고도가 450m쯤되는 것 같다.
시내는 벚꽃이 활짝 피었지만 주차장의 벚꽃은 봉우리만 볼록볼록 하다.
다음주 쯤에나 벚꽃이 만개할 것 같다.
새벽이 밝아오는지 길이 훤해 렌턴을 끄고 오른다.
임도를 버리고 가장 빠른 길인 계곡으로 치고 오르니
멧돼지가 '꾸엑꾸엑'거리며 소리를 질러댄다. 나는 그들에게 불청객이다.
새끼들에게 신호를 보내는지, 나 혼자라고 얕잡아보는건지..
그 소리가 영 소름끼치도록 시끄럽다.
"돼지야 울어라 나는 간다." 무시하고 오르니 어느덧 날은 밝아오고 동문이 반긴다.
시계를 보니 6시10분? 엥~ 4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너무 빨리 왔나..
약간 어두워서 후라쉬를 터뜨렸더니 꽃들이 화들짝 놀랐는 것 같다.
미안미안..
예전에는 복수초가 가산바위 습지주변에 많았는데 동문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헬기장을 붉게 물들이던 할미꽃은 사라졌지만
복수초가 자기영역을 확대해가니 좋은 일이다. 보호가 시급하지만
그 어디에도 복수초 보호에 대한 안내문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규모의 복수초군락지가
최근에 팔공산에서 발견되었다는 언론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군락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일본에서는 복수초를 중요한 식물종으로 규정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서로 어울려서 피고 있지만
이놈은 큰 나무를 의지한 채 홀로 피어서 외로워보인다.
꼭지가 없어서 나 또한 외롭기는 마찬가지..
<가산산성 중문>
성안의 또 다른 성이다.
진남문을 통과하여 동문을 지나야지 이곳에 당도할 수 있다.
천혜의 요새와 같은 곳, 중문을 들어서면 가산바위 가는 길이다.
습지와 연못, 샘터도 있고..
마치 시골 들판을 걷는 기분이 들어 산에 온건지 들에 온건지 헷갈리는 곳이다.
가산바위에 올라서니 해가 제법 솟아올랐다.
가산바위는 80평정도의 널찍한 바위로 되어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시대 도선이 지기를 다스리기 위해
쇠로 만든 소와 말의 형상을 이곳에 묻어서 지기를 눌렀다고 전한다.
그래서 산도 펑퍼짐한지 모르겠다.
산성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곳에서는 팔공산이 조망되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이다. 유선대에 올라서면 팔공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학명동 방향
습지주변의 복수초군락지
겨울에도 피어있는 꽃..
복수초를 시셈하는 산수국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춘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유선대에서 바라본 용바위와 팔공산
유선대는 가산에서 유일하게 동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이다.
용머리를 닮았다는 용바위에서 바라본 유선대(좌)
진달래가 피면 참 아름다운 곳인데 4월 중순이 되어야 필 것 같다.
팔공산 정상의 실루엣이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마음 같아선 갓바위까지 그냥 내달리고 싶다.
'가산'은 용바위에서 위쪽으로 100m거리
가산(架山 901.6m)은
봉우리가 일곱이라 七蜂山이라고도 불렀다.
봉우리 수 만큼 일곱개의 골짜기를 형성하였다 하여 칠곡이라 불렀으며
오늘날의 칠곡(漆谷)이란 지명은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옷 칠(漆)자를 쓰긴 하지만 옻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은 아니다.
소나무는 별로 없고 거의 잡목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가산'은 겨울 보다는 연두빛의 봄이나 여름, 가을에 더욱 멋진 산이다.
한티재가는 길로 계속 이어지는 성곽
<가산의 명물 할매, 할배바위>
오늘은 표정이 좀 시쿤둥하다.
잠이 덜 깬나 보다. 오후 햇살이라야 웃는 할배모습을 볼 수 있을텐데..
생강나무의 노란 재롱과 오고가는 산꾼들의 인사를 받으면
할매, 할배는 우리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가산산성 진남문>
가산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잇따른 왜침에 대비하기 위하여 축성되었다.
산골짜기를 이용하여 쌓은 石城으로 내성은 1640년(인조18), 외성은 1700년(숙종26),
중성은 1741년(영조17)에 각각 완성하였고, 칠곡도호부를 여기에 설치하여
80년 가까이 군위, 의흥, 신녕, 하양의 네 현을 관장케 하였다.
6.25때는 인민군 제14연대가 이곳을 점령했다.
그때만 해도 성곽은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었으나
연합군의 폭격으로 산은 불바다가 되었고 아군과 적군이 크게 희생되었다.
성곽도 그때의 폭격으로 대부분 무너졌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성을 쌓으며 죽어가고, 전쟁에 죽어가고..
산성치고 어찌 슬픈 사연이 없는 곳이 있을까마는
복수초는 분명 그 원혼들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리라.
ㅡ 끝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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