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팔공산

팔공산 톱날바위능선

산사랑방 2009. 3. 1. 20:49

 

팔공산 톱날바위능선

 

 

대구시내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팔공산은

대구 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쉴 수 잇는 휴식공간이기도 하지만

기도빨 잘 받는 갓바위 부처님으로도 유명하다.

그 유명새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위해서 갓바위부처님을 찾는다.

 

 

옛날, 매달 보름이나 초하룻날이 되면

어머니는 이른새벽 어김없이 갓바위에 기도하러 가셨다.

아마 시간은 새벽 4시쯤으로 기억되는데 방학이 되면 어머니는 꼭 나를 데리고 가셨다.

형제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말을 잘 들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불평 한 번 없이 눈을 비비며 어머니를 따랐다.

공양드릴 쌀과 양초를 들고..

그때는 버스에 내려서 입구까지도 한참을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어머니의 기도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분명히 자식과 가족들을 위한 작고 소박한 것이었을 것이다.

팔공산과 나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시작되었다.

 

 

 

팔공산 톱날바위 능선에서 바라본 한태재와 가산 방향..

팔공기맥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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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는 저 단애위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꼭지와 결혼을 하면서 나도 종교를 갖게 되었다. 영세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주일이면 성당에 나가 하는님께 기도를 드리고 레지오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고..

간부가 되어 그 활동은 더욱 왕성해 지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열심했던 그 모든것도

갓바위 부처님께 소원을 빌던 어머니의 마음이 되지 못했다.

적어도 나는 새벽에 일어나 기도드리러 갓바위로 향하시는 어머니의 정성에

절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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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티재에서 파계재 가는 길>

 

 

이제 세월이 흘러

지금의 팔공산은 나에게 있어서 스승과 같은 존재다.

아니 어머니와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산'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틈틈이 팔공산능선을 걸으면서 몸은 무엇보다 자신에게 정직하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몸은 스스로 나의 관심에 따라 정신과 일체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 아마 내 체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지리산 화대종주, 덕유산종주, 수도가야종주..

결국은 백두대간종주까지 할 수 있는 체력과 용기를 주었었다.

어찌 스승이며 어머니가 아닐 수 있으랴.

 

 

 

 

덕유환종주를 위해 월봉산으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오늘은 꼭지와 늦게 집을 나섰다.

한티재에 도착하니 10:00

몇 일동안 이런저런일들이 몸과 마음을 흐트러놓아서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었다.

한티재에서 파계재에 이를 때 까지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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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계재에는 말끔하게 생긴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현 위치가 141번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갓바위는 000으로 시작하니

갓바위(13.5km)까지 거리와 비슷하게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목은 주 능선에 100m간격으로 하나씩 설치되어있다.

 

 

 

 파계봉에 올라서니 이제야 땀이 흐른다.

그러면서 몸도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다. 하지만 꼭지는 여전히 무릎이 아프다며 난리다.

 

 

 

파계봉에서 서봉가는 길은 육산으로 부드럽지만

크고작은 바윗길이 많아서 조망이 트인다. 개인적으로도 이 구간을 참 좋아한다.

약간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톱날바위능선에 이르면

팔공산의 진면묘를 만날 수 있다.

 

 

  

  

 

대구시내방향이 박무속에서 희미하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군위 부계방향으로 크고작은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진다.

 

 

 

 

꼭지가 산길 4~5km를 걷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스틱으로 잡아당기며 가산을 오르고 그리고는 서봉과 동봉, 갓바위를 오르고..

그러면서 차츰차츰 거리를 넓혀나가 결국은 백두대간종주까지 나서게 되었다.

지금도 일반산꾼들에 비해서 30%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지만

그것도 꼭지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다.

 

 

 

 

 소나무 사이로 갓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팔공골프장이 생겨나면서 산사면이 흉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갓바위를 바라보는 마음은 언제가 새롭고 뭉클하다.

 

 

 

 가야 할 톱날바위 능선과 서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통신시설물이 점령하고 있는 비로봉(1,192m)도 고개를 내민다.

비로봉은 팔공산 최고봉이지만 군사시설물이 있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다.

 

 

 

 

 톱날바위 능선은 대부분 우회길로 되어있다.

우회길은 북사면이라 3월말까지 눈이 덮혀 빙판이지만

올해는 포근한 날씨와 가뭄때문인지

잔설도 없고 빙판이 아니어서 진행하기가 좋았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한참동안 휴식을 취했다.

시계가 맑은 날은 대구시내는 물론 앞산과 멀리 비슬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서봉에는

정상석이 두개 있는데 삼성봉은 서봉의 또 다른 이름이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