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 대협곡
2016. 5. 25. 흐리고 비. 오전
신선만 여기서 놀았냐? 오늘은 우리도 신선이 되어...
대협곡으로 내려가는 길...
오직 일방통행뿐이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올 수 없는 곳
엉덩이로 미끄럼타고 내려오는 통로
절벽위에서 수많은 계단을 지나 엉덩이 미끄럼으로 계곡에 도착하면
절벽 바위 속에서 솟아나온 폭포수가 '어서 오라며' 반긴다.
보기만해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폭포수... 신기한 건 바위틈에서 솟아 나온다는...
계곡에 들어서니 초록의 싱그러움이 넘친다. 잔도를 조성하지 않았을
때는 절벽과 절벽사이에 꼭꼭 숨어있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이 있
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곳이다.
샌드위치같은 협곡사이로 잔도길이 이어지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돌틈을 비집으며 흘러가는 계류사이로
살아움직이는 음표소리가 들리는 듯...
신선이 내려와 쉬어가던 곳... 이런 곳에 사랑하는 님과 함께라면
무엇이 두려울까...
호남성에서 전해오는 민요에 다음과 같은 노래가 있다.
'부추가 꽃이 피어 야들야들해지면, 내곁에 사랑하는 님만 있으면 가난도
두렵지 않다네. 두 사람의 사랑만 있다면 찬물에 차를 우려도 천천히 진해
진다네.'
협곡에서 동굴을 만났다. 길은 다리를 건너 동굴 속으로 이어진다.
저 동굴을 지나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궁금하다.
예전에 꼭지와 지리산 마야계곡을 도둑고양이처럼 살살기어서
탐방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주 웅장하고 무시무시한 폭포를 만
났었는데 그 폭포(용추폭포)는 동굴을 품고 있다고 했다. 물이
쏟아지는 폭포 안쪽으로 굴이 있는데 그 굴속으로 들어가면 지리
산 무릉원으로 불리는 청학동으로 내려선다고 했다. 사실인지 아닌
지는 알 수 없지만...
<지리산 용추폭포> 꼭지가 폭포 안 쪽에 진짜 굴이 있나없나 들여보고 있다.
갑자기 이 협곡에서 지리산 마야계곡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아마 틀림없이 저 동굴을 지나면 무언가 예상치 못한 장면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 같은 예감...
아니라 다를까 동굴을 빠져나오니 환하게 시야가 트이고 넓은
옥빛의 호수가 반긴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협곡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여기도 무릉원인가...
바닥이 환하게 내려다보이는 유리잔도를 지나면...
배가 무릉원으로 우리를 태워준다.
호수를 벗어나면 신선이 노닐던 대협곡은 끝이 나고 우리의 신선놀음도
일상으로 묻힌다. 무릉원이 따로있나? 무릉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닐까...
ㅡ 끝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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