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5.(03:00~11:30)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12.6km / 약 8시간 30분
02:40 한계령 간이매점
간간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계령 주차장은 관광버스와 등산객들로 북적댄다.
산불경방으로 설악이 문을 연지 며칠 되지 않았다. 먼 길을 달려와 추위와 비바람에
맞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산꾼들.. . 설악에 대한 갈증을 달래기 위함이리라...
따뜻한 오뎅 한 그릇 비우고 어둠 속으로 난 계단을 따라 산문에 든다.
귀때기청봉 오름 길... 대청과 중청을 바라보며 털진달래가 꽃을 피웠다.
5월초... 연일 날씨가 포근하다가 5월 5일 날 날씨가 추워지며 이곳에
눈이 내렸다고 한다.
이때 대부분의 꽃봉오리가 말라 떨어지는 냉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털진달래는 피었다. 설악의 봄을 위해...
상처의 아픔이 크지만
그 아픔을 딛고 설악에 꽃을 피운 털진달래... 괜히 가슴이 짠하게 울린다.
귀때기청봉 사면은 온통 털진달래 밭이다. 꽃이 제대로 피었다면 이곳은
연홍빛 천상화원이었을 것이다.
비바람에 고사목의 처연함까지 더하니 털진달래꽃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하지만 늘 응원을 아끼지 않는 가리봉과 주걱봉이 있어 귀때기청봉은 외롭지 않다.
귀때기청봉 사면의 너덜길... 산객들이 정상을 오르다 강풍을 피해
잠시 휴식하는 모습을 보니 함께하지 못한 꼭지 생각이 간절하다.
원래 꼭지와 같이 오기로 했는데 몸이 좋지 않다며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털진달래도 냉해를 입어 제대로 피지를 못했고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혼자 가기도 그렇고 '뭐 볼게 있겠나?'하며 잠시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미 가겠다고 설악과 약속한 터라 산과의 약속도 약속이니 어길 수가 없었다.
22:00 북대구에서 속초행 심야버스를 타고 양양터미널에 내려 택시를 타고
한계령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설악인지라 냉해를 입은 털진달
래를 보는 마음이 아프고 안쓰럽기만 하다.
귀때기청봉 (1578m)
대승령 가는 길... 추위와 거센 바람에 온 몸을 맡기며 산객들이 능선에 줄을 섰다.
산에 들면 우리 모두는 산이 되고 자연이 된다. 비와 바람도 자연의 일부라 했던가...
모든 것을 산에 맡길 뿐이다.
가야할 1408봉(중간봉우리)과 멀리 안산이 어서오라며 고개를 내민다.
귀때기청봉 너덜길을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이곳에서 1408봉 정상까지도
힘든 너덜길이다. 요즘 장거리 산행을 게을리했더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
진다. 무릎도 신통찮은데 장수대까지 어찌갈까 걱정이 앞선다.
연분홍 철쭉이 화사하다.
뒤돌아본 귀때기청봉
늘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 가리봉 능선과 주걱봉
멀리 추억 속의 점봉산이 '그간 잘 있었슈~~~'하며 인사를 건넨다.
대간할 때 '국공파'를 피해 빨치산처럼 숨어 들었던 그 점봉산이 아니던가.
1408봉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아스라하다.
'1408봉 정상'으로 이름을 얻지 못해 무명봉이다. 무릎이 지금까지는
잘 견뎌주고 있다. 이곳에서 대승령까지는 등로가 양호하지만 거리
가 3.2km라 긴장을 놓을 수는 없다.
멀리 안산이 보이고 중간 봉우리를 넘어서면 대승령이다.
백두대간 황철봉 능선도 시야에 들어오고...
드디어 대승령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하산길은 멀기만 하다. 아니라다를까
장수대로 급경사길을 내려서니 무릎이 시큰거려 아프기 시작하고 비까지
오락가락한다. 조심조심...
장수대에서 11시 50분에 통과하는 양양행 버스를 타고 양양에서 강릉으로
이동하여 북대구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내년에는 좀 더 나은 건강한 모습
의 털진달래를 기대하며 오늘의 아쉬웠던 산행을 마무리한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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