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설악산

설악! 아쉬웠으나 행복했던 산행

산사랑방 2013. 6. 18. 06:49

 

 

2013. 6. 15.(02:15~12:10) 꼭지와 둘이서

 

설악산(오색-대청봉-한계령)

 

 

몇일 전 갑자기 꼭지가 설악산 타령을 했다. 대청에 올라 운해 넘실대는

공룡능선을 보고 싶다고... '꿈도 다부지네.... 그럴려면 꼭두 새벽에 오색에서

 대청으로 올라야 하는데 또 오색으로?'  하고 실소를 머금었다. 지난번 해병대

부부와 오색으로 오를 때는 너무 힘들어서 두번 다시 오색 코스를 가지 않겠

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꼭지가 꿈에 그리던 공룡능선>

 

마눌 소원인데 그것도 못 들어주랴 싶기도 하고 오랜만의 설악산행이라

1박 3일로 거창하게 계획을 세웠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토욜 1시까지

오색에 도착하면 대청에서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 한계령으로 하산

하여 속초시내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묵고 일요일 새벽, 설악의 또 다른 구

간을 탐방하기로... 그러나 세상사 다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설악! 아쉬웠으나 행복했던 산행

 

 

오색에 도착하니 새벽 1시 15분,. 예정보다 늦은 시간이라 마음이 조급한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공단에서 03시가 넘어야 산행을 할 수 있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헉! 3시까지..? 그래도 2시가 되면 문을 열어주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2시가 지나고... 결국 여러사람이 사정사정하자 2시 15분쯤

겨우 산행 허락을 받았다. 우다다~~~!! 산문으로 몰려드는 산님들...

 

 

 

 

코가 땅에 붙도록 가파른 오색을 숨을 헐떡이며 치고 올랐으나 이미 해는

중천에 떠버렸고 공룡능선은 몽롱한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뭐 이런일이~~~." 그래도 운무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낫

지 않느냐며 꼭지를 위로했다. 등로 옆에 연분홍 철쭉도 잠시 숨을 고르라

며 빙긋이 미소를 지으니 설악 산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짙은 녹음사이로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연출하는 중청대피소

 

 

 

운해 속에 묻혀버린 공룡능선

 

 

 

설악의 상징이자 많은 산꾼들의 사랑과 애환, 추억이 서린 <대청봉 1708m>

 

 

 

꼭지가 다가서자, 웬걸 서서히 운해가 걷히고 공룡능선이

잠에서 금방 깨어난듯 몽롱한 표정으로 꼭지에게 말을 건넨다.

 

"오색으로 올라오시느라 수고하셨수~  실컷보고 가슈~~~."

 

 

 

멀리 마등령과 활철봉 능선도 모습을 드러낸다. 아래 저 봉우리는

무엇인가? 꼭지가 꿈에도 그리던 공룡능선이 아닌가. 날카롭고 기묘한

수많은 봉오리가 안개 숲에서 막 솟아나는 풍경, 마치 중국 황산을

옮겨다 놓은 듯한 아름다운 풍광이 아닌가...

 

 

 

'좀 더 맑고 쾌청한 날씨'였다면 하는 아쉬움...

하긴, 산이 언제 자신을 다 들어낸 적이 있었던가 싶다.

 

 

 

꼭지가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추억에 잠겼다. 대간을 하면서

산거북이님과 무박으로 한계령에서 저기 마등령을 넘었던 일, 미시령에서

국공파를 피해 황철봉으로 숨어들다 길을 잃었던 일, 황철봉 대너덜길,

그 위에 피어난 털진달래와 철쭉... 산행의 추억은 늘 가슴을 울린다.

 

 

 

 

역시 공룡능선은 걷는 것보다 바라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소청산장에서 바라보면 용아릉과 더불어 환상적인 조합이 될 테지만

꼭지가 지칠대로 지친 몸인데 어떻게 소청을 다녀올 수 있을까...

 

 

 

멀리 하얀 구름을 이고 선 점봉산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붉은병꽃을 시셈이라 하듯이 설악 바람꽃도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중천산장에 내려서니 달콤한 라일락 향기가 코를 찌른다. 중청에 웬 라일락인가

했는데 꽃을 옆에서 보면 '丁'자로 보이고 꽃에 향기가 있으므로 정향나무라 부른

다고 한다. 미국 개량종인 '미스킴라일락'과는 다른 품종으로 보인다.

 

 

 

 

 

 

 

  

 

 

 

 

 

 

 

끝청능선은 조망이 좋아 한계령가는 길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정향나무는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향기를 풍긴다

 

 

 

애교 많은 털쥐손이는 손을 흔들고...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붉은병꽃은 안녕! 안녕! 인사를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눈개승마는 계곡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박새꽃은 시원한 그늘을 좋아해서 주로 우거진 숲 속에서 얼굴을 내민다

 

 

 

삼거리에서 한계령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멀리 귀때기청이

 "잘 가라." 며 인사를 건네오니

 

 

 

설악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비록 기대했던 일출도

보지 못하고 운해 넘실대는 그림같은 풍경 속의 공룡은 아니었지만 산세에 취하고

들꽃들의 향기에 취한, 꼭지와 함께했기에 행복한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양희은의 '한계령'노랫가락이

절로 읊어지는 굽이굽이 감아도는 한계령 고갯길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빈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에 내려서니 마침 12시 35분에 오색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원래는 1박을 더할 예정이었지만 꼭지가 오색을 오르면서 너무 지쳤는지

 집에 가자고 하였다. 오색에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대구로 출발했다.

다음 기회에 또 다른 설악을 꿈꾸며...

 

 

ㅡ 끝 ㅡ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