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와 함께한 가야산 소리길
2013. 11. 16.
막바지 따스한 가을 햇살, 늦 단풍을 놓치지 않으려고 꼭지와 가야산
소리길을 찾았다. 바쁜 일상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꼭지와 함께하는 걸
음이 아닌가 싶다.
가야산 소리길의
'소蘇'자는 '깨어나다, 소생한다'는 뜻이 있고 '리利'자는 '화합하다, 통하다'
는 뜻이있어 불가에서 '소리'를 극락으로 가는 길이란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구구절절 좋은 말이라 우리도 소리길을 걸으며 극락행을 꿈꾸기로 했다.
축전주차장에서 해인사까지는 약 7km 구간으로 두 시간 남짓 걸린다.
멀리 가야산릉이 시야에 들어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계곡의 청아하고
맑은 물소리는 속세의 온갖 상념들을 씻어준다.
늦 단풍이 꼭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힘차게 뻗어내리는 가야산릉... 그 사이로 길게 흘러내리는 홍류동계곡...
소리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이 순간 만큼은 속세의 잡다한 마음들을 내려놓고 혜가스님이
찾아 헤매던 그 빈 마음을 찾아 걷는 것도 좋다.
불가에서 말하는 그 '빈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
다리 저 너머에 있을까...
계류의 물소리에 잠겨 있을까...
'산벚나무' 꽃과 잎까지 그려놓아 지금까지 본 팻말 중에 제일 마음에 든다.
소리길의 명물 '농산정'이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제자들과 시를 짓고 은둔하여 수도하던 곳으로
정자 건너편 세시석이라는 석벽에는 고운의 칠언절구 둔세시가 전한다.
'농산정'이라는 정자 이름은 후손들이 그의 시 끝 구절 '농산'이라는 두 글자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狂奔疊石吼重巒 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 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 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 고교류수진롱산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
ㅡ 최치원 둔세시 ㅡ
선생은 늘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워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
다고 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소리'라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진리로 남아있는 시구절이 아닌가 싶다.
분옥폭에 이르자 물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세상의 온갖 소리를 잠재우려는 듯...
그래서 극락으로 인도하는 소리길...
소리길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 '길상암'
길상암에서 다시 마음을 씻으면 바로 해탈이다.
이 가을... 찬란했던 영광을 아무 미련없이 내려놓는 나무들을 보면서
'비움'이란 끝없이 고뇌하고 깨달아야 하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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