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동-서성재-만물상능선-백운동 (약 5.6km)
산사랑방
2013. 10. 27.(05:10~09:00)
이달 초순인가 가야산을 다녀온 후부터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몇일 지나면 나아지겠지하고 기다렸으나 일 주일이 지나도 낫지를 않았지요. 결국
병원을 찾게되었고 원장님 말씀, 퇴행성관절염 시초라고 하더군요. 약도 먹고 물리
치료도 받곤했지만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릎이 아파도 산은 가
야겠기에 오늘도 절둑거리며 간단히 만물상능선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서성재를 지나 상아덤 전망대에 올라서니 막 해가 뜨기 시작하더군요.
투명한 햇살아래로 펼쳐지는 만물상능선의 가을빛에 무릎의 통증도 잊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또 병원에 갔드랬습니다. 원장님 이번엔 악담을...
"그 몸으로 산에 가시다니 아예 다리를 잘라내고 싶으신가 봅니다."
지리산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이 아름다운 풍경... 망설일 게 뭐 있겠습니까?
원장님의 악담도 그냥 우스갯소리로 들릴 뿐이니까요. 그나저나 큰일이네요.
아직 호남정맥은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무릎이 고장이라니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 가을, 시간의 순환 속에 잎을 떨구는 저 나무들처럼 순리대로 살아야죠.
새로 설치된 상아덤의 나무 계단입니다.
어때요? 인위적인 계단이지만 자연스레 물든 단풍과 너무나 잘 어울리죠?
급경사라 겨울에는 가장 위험한 구간이었는데 계단이 설치되어서 다행이네요.
뒤돌아본 상아덤의 철계단과 전망대 풍경입니다.
가슴으로 밀려드는 산너울과 숨막히는 그리움...
단풍사이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기암괴석과
만물의 다양한 형상을 닮은 암봉들의 행진은
보는이로 하여금 오만 상상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기를 안은 성모마리아상은 물론
거북이가 오나 안 오나 뒤돌아보며 쿨쿨 잠자는 토끼와
부지런히 걸어 토끼를 추월해 언덕을 오르는 거북이까지
만물상에는
기쁨을 주는 환한 미소가 있습니다.
마이산을 옮겨다 놓은 듯한 풍경
짝을 잃은 장화 하나
등산객을 흉내내어 뻣뻣하게 선 고사목에 이르기까지 만물상능선은
그 자체로 거대한 군상입니다.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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