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8. 지리산 반야봉
1년 만에 꼭지와 다시 찾은 '지리산'
돼지평전 내려서기 전, 지리산을 녹일 듯한 붉은 기운이 천왕봉에서
뿜어져 나온다. 지리산의 여명은 언제나 장엄하고 열정적이다. (스마트폰)
반야봉과 천왕봉
그래서일까
지리의 새벽빛은 어디에서 보든 가슴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꼭두새벽에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산이든지 우리에게 추억이 없는 곳은 없지만 그래도 지리산은
산초보 때부터 특별한 곳이 아니었나 싶다.
꿈에 그리던 화대종주, 죽음의 도장골 탐사, 백두대간의 시작,
아마 삶을 통두리째 체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리산...
그러나 지나고 보면 빛 바랜 사진 속의 작은 추억으로 남를 뿐이지만
지리산에서만큼 가슴 벅찬 행복을 맛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꼭지와 성삼재에서 반야봉까지
원점회귀하기로 했다. 그래도 7~8시간은 족히 걸릴테니 폭염을 피해
하루를 지리의 품에 안길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추억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왕초보 때 해병대부부와 성삼재에서
천왕봉-백무동으로 당일종주했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무려 23시간
이나 걸었으니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노루목에서 30분 정도 오르니 조망이 트인다.
아직 구절초는 몇 송이 피지 않았지만 이질풀과 산오이풀이
등로와 산사면을 가득메우고 고운자태를 뽐낸다.
이쯤에서 뒤를 돌아보면 반야봉 최고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매일매일 저 풍경을 바라보며 눌러앉아 살고싶을 정도로...
멀리 천왕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지리산 반야봉 (1732m)
하산길...
맑은 하늘에 갑자기 흰 구름이 몰려와 산정을 휘감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람과 흰구름의 춤사위, 산꾼들이 여기저기
환호성을 지른다. 지리의 작별인사가 너무 요란한 듯...
우리는 약속한다.
꽃들이 속삭이는 밀어처럼
보고싶을 때는 언제나 말없이 다시 찾아오겠다며...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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