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진달래 향연 속으로...' 백운동 - 가야산 정상
2013. 5. 18. (04:00 ~ 06:30) / 산사랑방
오늘은 큰 기대 대신에 작은 소망 하나를 간직한 채 집을 나섰다. 가야산에
털진달래가 피었을테니 오늘은 예쁘고 단아한 그 모습을 꼭 보여달라고...
그러한 마음으로 어두운 밤길을 조심조심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성재를 지나 20여분 올라서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어두운 산빛을
몰아내고 서서히 깨어나는 산마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곳에서 대면하는
가야산의 얼굴이 그날의 풍경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만물상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
일출과 더불어 펼쳐지는 하늘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곱다.
봄날에 보석빛의 유리알 같은 하늘을 만난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나뭇가지 사이로 수줍은 듯 비껴드는 햇살...
밝아오는 하늘빛과 땅의 조화 속에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산객만이 맛볼 수 있는 찬란한 아침녘의 기쁨...
철계단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면 풍경은 쉬임없이 다가선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주고 천천히 오르라며 힘든 호흡도 가다듬어준다.
부드러운 햇살이 만물상능선을 환한 미소로 보듬을 때 산마루는 실안개사이로
첩첩이 이어진다. 이른 아침에 찾는 가야산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드디어 털진달래가 예쁜 미소를 머금고 객을 반긴다.
5월 중순에 피는 털진달래는 가야산의 꽃 중의 꽃이다. 혹한의 맹추위와
뿌리를 뒤흔드는 바람, 살을 깍는 눈보라를 견뎌내고 피워내는 생명의 꽃,
이른 봄 고산의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새잎을 틔울 때는 보송보송한 부드
러운 털을 달고 나온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을 '털진달래'라 부른다.
정상에 우뚝 선 그녀의 화사한 몸짓이 대견스럽다. 비록 요염하고
화려한 자태는 아니지만 이 얼마나 강인하고 눈물겨운 몸부림인가...
신비한 하늘빛이 칠불봉 정상을 휘감는다.
칠불봉에서 내려다보는 금오산 방향의 풍경 또한 환상적이다. 이곳은 늘 운해가 넘실댄다.
낙동강으로 인해 금오지맥능선들이 자주 안개 속에 쌓이기 때문이다.
산아래의 짙어가는 봄빛은 이제 턱밑에 다다랐다. 털진달래가 지고
철쭉꽃과 하얀 물푸레나무꽃이 필 때쯤이면 봄은 재를 넘을 것이다.
안개숲에 머리를 파묻은 산봉우리를 내려다보며 털진달래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정상부 주변에도 털진달래가 제법 많이 꽃을 피웠다.
진달래도 함께 보이고...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꿈결같은 수도가야 능선, 진달래가 그 능선을 굽어보며
말을 건다. '왜 올해는 수도가야종주를 하지 않느냐고...' "나 작년에 졸업했어~~~!!."
일년내내 샘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우비정'
멀리 대구 팔공산자락도 운해 속에 잠겼다.
신선이 살 것만 같은 무릉도원, 그러나 우리가 저 속에 살고있지 않은가...
이제 하산해야 할 시간, 아름다운 하늘빛과 천의 얼굴을 한 기묘한 바위군,
고운 철쭉꽃이 어우러진 만물상능선으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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