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깃털처럼 날아라. 백두대간31 (대관령-노인봉-진고개)

산사랑방 2008. 12. 24. 17:41


 

깃털처럼 날아라. 백두대간31구간 (대관령-노인봉-진고개)



2008.  9.  21 (일) 맑음


꼭지(아내)와 둘이서


일출 06:11 / 일몰 18:23 / 음력 8.22

 






▲노인봉에서 백마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구간별 산행기록


04:50 진고개 -산행시작-

06:15-06:30 노인봉

06:34 무인대피소

07:46 소황병산 공원지킴터

07:55-08:20 소황병산초지에서 알바

08:30-08:40 휴식

10:32 매봉

11:30 전망대대피소(쉼터)

12:07-12:20 곤신봉

13:13 선자령 갈림길

14:30 대관령 -산행종료-



▣대간종주거리:산행시간(휴식포함) 9시간40분 (25.80km) / 누적거리 626.67km (포항셀파 기준)

대관령→5.65←선자령→3.25←곤신봉→4.25←매봉→5.10←소황병산→3.70←노인봉→3.85←진고개

▣총누적거리:662.67km (접근거리 포함)

▣식수위치:소황병산에서 매봉방향 30분(대간길 옆에 있는 계곡수)

▣교통:자가운전 (대구칠곡I.C~진부 I.C~진고개) 305km 4시간소요

▣차량회수:대관령⇒진고개 / 택시 30,000원 (횡계택시 033-335-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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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정식? 서두이야기


오늘 진행하는 대관령에서 진고개구간 중, 매봉-소황병산-노인봉 8.8km구간은

2008.3.1부터 10년간 자연생태계보호목적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그 중간지점인 소황병산의

감시초소에는 공단직원이 상주하여 지키고 있다하니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설악산 황철봉구간에는 “대간꾼들이여 보십시오.” 하며 다음과 같은 현수막을 걸어놓았다고 합니다.

“환경을 훼손하면서 까지 금지된 대간 길을 꼭 가야합니까?”라고


법을 지키기 위해 이런 방법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진고개에서 노인봉은 원점회귀하고, 다시 대관령으로 이동하여 매봉까지만 산행을 한 후

삼양목장으로 하산하여 택시를 타고 대관령으로 이동하여 차량을 회수, 대관령~진고개구간을 마무리한다?

어때요? 그렇게 중간에 끊어진 길을 남겨놓으면 대간 하나마나가 아닌가요.


어떠하든지 대간을 이어가고 싶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야하고, 금지구역을 지나가다 국공파에 붙잡혀 맞아죽더라고 대간길은 이어져야 하고..

그러다보니 국공파는 대간꾼들은 다 범법자로 간주해서 아예 산꾼 취급을 안 한다나 어쩐다나.

ㅋㅋ.. 그래서 걸리면 절대 용서하지 않고 딱지를 뗀답니다.

대간을 이어가는 것이 무슨 큰 죄가 되는 것인지 에고~~ㅠㅠ


선답자들의 기록에 의하면

초소에는 직원이 24시간 상주하는 것이 아니어서 9시전에 그곳을 통과하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9시도 불안하여 1시간 일찍 아침 8시전에 통과하기로 마음을 먹고 시간을 계산해보니

대관령에서는 밤 12시에 출발하여 야간산행을 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네요.


대관령에서 소황병산구간은 알프스의 목장을 발불케하는 이국적인 풍경과 조망이 탁월한 곳이랍니다.

야간산행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코스이기에 ‘덕유평전’님처럼 진고개에서 남진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새벽 4시30분쯤 진고개를 출발, 노인봉에서 일출을 보고 8시전에 소황병산 초소를 통과한다?

어때요? 이 정도면 나름대로 만족한 산행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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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잠에 빠져있는 진고개 휴게소


새벽 00시 30분, 집을 나서니 또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예감이 영 좋지 않다.

평소에 아무리 좋던 날씨도 대간하는 날만 골라서 비가 내리니 하늘까지도 대간꾼을 미워하나보다.

우의를 챙겨 넣는데 그때까지 잠 안자고 있던 아들놈이 “아빠! 비 오는데 또 산에 가?”

맨 날 비만 오면 산에 가는 애비를 보고 약을 올린다.

“걱정마라 산에는 비 안 온다.”


대충 둘러대고 24시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고, 고속도로를 달리니 꼭지는 금방 꿈속으로 곯아떨어지고

오다 말다를 반복하는 빗속을 1시간쯤 달려 안동쯤에 이르니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도 잠이 쏟아진다.

요즘은 운전대만 잡으면 1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잠이오니 이것도 나이 탓인지 모르겠다.

젊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원~~


안동휴게소에서 잠간 눈을 붙이고 단양휴게소, 평창휴게소에서 또 쉬고 진부I.C를 빠져나오니

다행히 비는 그치고 강원도에만 오면 늘 따라다니던 안개도 오늘은 보따리 메고 친정으로 쫓겨났는지 보이지 않는다.

진고개에 도착하니 예정보다 10분 늦은 4시40분, 휴게소는 깊은 잠에 빠져있다.

화장실도 문까지 걸어 잠근 채 쿨쿨 잠들어 있어서 볼일도 못 보게 한다.

참 인심이 고약한 휴게소다.


잠 안자고 꼭두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은 역시 산꾼밖에 없나보다.

관광버스가 2대보이고, 승용차도 여러 대 주차되어있어서 불 꺼진 휴게소와 대조적이다.

버스에서 내린 사 오십 명의 산님들이 도깨비불을 켜고 산행준비를 하고 있어 주차장에는 활기가 넘친다.

저 많은 인원이 대관령까지? 우리처럼 남진하는 대간꾼일까? ㅋㅋ~ 뭐 눈에는 뭐 밖에 안 보인다더니..

하지만 그분들은 노인봉에서 소금강계곡으로 하산하는 산악회 회원들이었다.


앞서 출발한 산악회 따라 우리도 들머리로 걸음을 옮긴다.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 거리는 4km, 오름길이라 2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대부분 선답자들의 기록에는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궁금증은 산행을 하면서 곧 사라졌다.

진고개의 고도가 960m, 노인봉의 고도는 1,338m, 고도차가 불과 400m밖에 나지 않았고

20여분 가파른 나무계단이 힘들었을 뿐 등로는 편안했다.


나무계단을 지나 능선안부에서 휴식을 취하던 산악회를 추월하여 올라서니

서서히 어둠이 걷히는지라 랜턴을 끈다. 오묘한 새벽빛을 받으며 노인봉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오대산의 정기가 궁금하여 길게 심호흡을 한다. 역시 상쾌함과 짜릿함이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향긋하게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기운이 있을까.

삼거리 이정목을 지나 완만한 오르막의 돌길을 성큼성큼 오른다. 지금은 힘듦도 달콤한 즐거움이다.



다시 찾고 싶은 노인봉


커다란 바위, 암릉위에는 벌써 몇 사람의 웅성거리는 산님들이 보인다.

저곳이 노인봉인가 보다. 바위를 기어오른다. 그런데 이름이 왜 하필이면 노인봉일까?

금강산계곡의 빼어난 풍광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소금강, 소금강은 율곡이이와 마의태자의 자취가

어려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움에 우리나라 명승지1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한다.

소금강계곡을 품에 안은 노인봉은 화강암봉우리가 멀리서 보면 마치 백발노인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노인봉은 그 이름에 어울리듯이 넉넉하고 편안할 뿐 아니라 어디를 둘러보아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꼭지의 느린 걸음으로 진고개에서 1시간25분밖에 소요되지 않을 만큼 오르는 길도 순하고 부드러웠다.

정상부는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막힘이 없고, 가야할 대간 마루금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주문진 방향


 



                                                        

▲노인봉에서 백마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아침 해는 옅은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백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또 어떤가.

옅게 깔린 실안개가 운치를 더하고, 여명의 빛을 받아 깨어나는 계곡과 산마루의 신비스러움..

너무나 환상적이다. 새벽의 이러한 오묘한 빛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눈 비비며 아침 일찍 산에 오르나 보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진다.


옆에는 꼭지가 있어서 나의 마음을 더욱 기쁘게 한다.

어찌 몇 장의 사진이 그 장엄한 순간들을 표현할 수 있을까마는 부지런히 셧더를 누른다.

이것은 나중에 추억이 되고 기쁨이 되고.. 두고두고 펼쳐볼 수 있는 우리의 마음이 될 것이다.

조망이 일품인 태백산, 함백산, 두타산구간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며 운무속으로 지나왔고

백복령-삽달령구간에서는 하루종일 비를 맞았기에 그 조망에 대한 갈증은 어느 때보다 절실했었다.

 



 

   ▲노인봉에서


 



                                                                        






▲가야할 대간길인 소황병산 방향 


 



                                                                       

▲무인대피소를 향한 노인봉 하산길

 


예상했던 일출은 볼 수 없지만 가야할 소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대간능선에는 운무가 넘나들고

조금씩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백마봉능선은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오라며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오늘 이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접할 수 있음은 행운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소금강계곡을 거쳐 저 능선도 함 걸어봐야지.. 잠시 후에 산악회회원들이 우르르 정상으로 몰려든다.

조용하던 노인봉이 갑자기 시끌벅적하더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가 된다.


06:34 무인대피소

한 무리의 산님들이 식사중일 뿐 공단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대피소 앞에는 간이 화장실이 있고, 그 옆에는 출입금지 목책이 쳐져있는데 대간은 목책너머로 이어진다.

대간꾼에게도 일말의 양심이 있지만, 지금은 몽땅 버리고 목책을 넘어 금지구역에 들어선다.

첫 느낌은, 길이 나무나 반질반질하다는 것이다.

표시기는 걷어냈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아 불안하긴 하지만, 길이 뚜렷하여 알바 할 염려는 없을 것 같다.

금지구역 때문인지 한 걸음씩 내 딛는 걸음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무인대피소



                                                      

 

▲무인대피소 앞에 목책으로 막아놓은 대관령 들머리


 


                                                                                    

 

▲뒤돌아본 노인봉


 





등로 좌우에는 멧돼지가 온통 흙을 파헤치고 땅을 갈아엎어놓아서 밭고랑 같다.

이러한 멧돼지의 짓으로 자연이 훼손될 수도 있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도 계절은 속일 수 없는지 키가 작은 잡목과 단풍나무는

조금씩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이 처럼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오는데 싶어 인생의 덧없음을 느낀다.


우측으로 하산 길 같은 희미한 갈림길을 지나니 숲은 짙은 안개로 가득 찬다.

조금전 노인봉에서 바라보니 하얀 운무가 소황병산 능선을 휘감아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 운무 같았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깊은 숲속, 앞서가는 꼭지의 발걸음만이 귓전을 울린다.

바로 그때,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리며 한 사람이 다가온다.


혹시 공단? 꼭지가 앗~! 하며 걸음을 멈춘다. 공단직원인줄 알고 놀랐나 보다.

그 분도 우리를 보더니 멈칫 걸음을 멈추고는 인사를 건넨다.

이분은 야간에 감시초소를 통과하려고 어제저녁에 대관령을 출발했다가

밤에 폭우를 만나서 ‘공원지킴터’ 그 호랑이굴에서 비박을 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한다.

앞서간 대간꾼들은 벌서 초소를 통과하였다고 하여 우리도 걸음을 재촉한다.



알바까지도 아름다웠던 소황병산


07:46 소황병산 공원지킴터

조금씩 오름길이 이어지더니 드디어 10m전방에 우려하던 감시초소의 뒷모습이 보인다.

목책을 넘어 살금살금 다가가 고개를 들어 창문 안을 들여다보니 예상대로 아무도 없다. 안도의 한숨..

이래서 사람은 죄짓고는 못사는가 보다. 대간은 좌측 초지경계 따라 이어지는데

100m정도 진행하니 좌측에 출입금지라고 막아놓은 목책이 보인다.


저곳이 들머리가 틀림없다 싶어 목책을 넘어서려다가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 같아서 다시 뒤돌아 나온다.

그때, 공원지킴터 맞은 초지위에 사진에서 많이 본 ‘소황병산’ 정상 표지판이 보여서

그쪽 능선으로 길이 이어지는 줄 알았다. 정상부에 올라서니 온통 사방이 목초지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와~~~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꼭지가 어쩔 줄 몰라 한다.

겨울에 눈이 덮이면 더욱 장관을 이룰 것이다.



                                                                     

     

▲10m전방의 소황병산 공원지킴터


 


                                                               


▲초원위의 그림같은 집이었으면 좋으련만..


 
                                                                         


▲알바의 시작점 소황병산

 


풀을 베어내어 비닐로 산 건초더미가 곳곳에 쌓여있고 삼양목장에서 세워놓은 초지조성 안내비문에는

삼양식품그룹이 1972년부터 10년에 걸쳐 버려진 1,600여 헥타의 원시잡목 넝쿨지대를 현재의

초지로 개발하여 젖소 3,000두를 사육하는데 성공했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감상에 젖이 있을 수만은 없다.

길을 찾아야 하는데 희미한 운무가 산마루를 덮고 있어서 어디로 가야할지 아리송하다.


대간은 조금 전에 지나왔던 초지경계의 출입금지목책을 넘어가야 했는데 소황병산 정상부에서

엉뚱한 데로 길을 찾으니 보일리가 없다. 이때부터 끝없이 펼쳐진 초지위에서 길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보이는 것은 하늘아래 초지뿐이라 능선위로 희미한 흔적의 임도가 연결되어 있어서 “그곳인가?”

한참을 내려가다 생각하니 육감에 ‘이 길은 아니다’ 싶어 다시 되돌아 올라간다.

그러면서 조금 전에 지나온 그 목책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ㅋㅋㅋ.. 운무 속 행복한 알바 시작 중 


 


                                                 

     

▲저어기 건초더미까지 갔다가 다시 뒤돌아오느라 힘들어하는 꼭지

 


정상으로 올라오면서 휴대폰을 켜니 안테나가 뜬다. 다행이다.

먼저 운해님에게 전화를 하니 처음에는 연결이 안 되더니 곧 전화가 터지고 반가운 운해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조금 전에 지나온 출입금지 목책이 들머리가 맞고 그 쪽으로 가다보면

물이 흐르는 계곡 따라 한참동안 등산로가 이어진다고 한다.

ㅎㅎㅎ.. 육감에 의지하다가 육감에 단한 꼴이 되다니 씁쓰레 웃는데 꼭지가 알바시켰다고 호되게 꾸중을 한다.

“쳇~~! 저 푸른 초원이 어쩌고저쩌고 춤을 추며 좋아할 때는 언제고..”

 



                                                                         

          

▲다시 돌아온 매봉 들머리의 목책 


 



                                                                                


▲등로따라 이어지는 계곡


 


                                                                               

        

▲매봉이 시야에

 


다시 목책을 넘어 30여분 내려서니 물이 제법 많이 흐르고 있는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이 대간능선에 붙어서 이어지고 있어서 신기하게 느껴진다. 비박장소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 한숨 자고 새벽에 소황병산을 넘어간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으리라..

등로 옆에는 이미 곱게 물든 단풍나무가 새색시 같은 수줍음의 미소로 손을 흔든다.

작년 이맘때는 덕유산에서, 올해는 오대산에서 가을을 맞는구나..

이제 위험(?)구간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꼭지와 퍼질고 앉아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니

가슴 졸이며 지나왔던 순간들이 흐르는 계곡물처럼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초원위에 펼쳐지는 파노나마


계곡에서 30여분 숲길은 벗어나니 우측으로 광활한 초지가 펼쳐지며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대간은 좌측 키 작은 나무사이로 이어지고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깊 섶에는 구절초가 만개하여 가는 길 내내 동무해주니 알프스의 초원이 이런가 싶다.

바위틈구석구석에도, 그늘이 드리워진 소나무 숲에도, 땅위 온 천지에 구절초가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일찍이 이렇게 많은 구절초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얀 꽃길은 매봉까지 이어졌는데 지리산 연하선경을 방불케 할 정도로 운치가 있었다.

 


                                                                                        


▲대관령 삼양목장







 


                                                                       

       

▲구절초 향기 진동하는 매봉 가는 길  


 
                                                                                  

10:32 매봉

금지구역을 알리는 마지막 목책을 넘어선다. 몸도 마음도 이제는 자유의 몸이다.

정상석이 없는 매봉은 넓은 공터로 되어있고 잡목에 가려 조망이 없다. 옆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목책만이

대간꾼의 마음을 쓸쓸하게 할뿐이다. 매봉을 내려서니 일출전망대로 이어지는 대간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뭉게구름 둥실 떠가는 하늘 아래로는 푸른 초지가 또 끝없이 펼쳐지니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 진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매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황병산


 



                                                                       

 

▲매봉직전의 출입금지안내판



                                                                                




 

▲매봉에서 전망대 가는 길 1


 

11:30 일출전망대에는 삼양식품로고가 새겨진 버스2대와 견학 온 학생과 어른들이 많이 보인다.

비포장 임도길인데도 대형버스가 올라올 수 있다니 뜻밖이다.

전망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릉방향으로도 조망이 트여서 새해일출지로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곤신봉은 아직도 40여분을 더 가야하고 꼭지의 걸음은 서서히 느려지는데

힘내라며 풍력발전기가 날개로 바람을 가르며 큰 소리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꼭지가 무릎 때문에 지난주에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퇴행성관절염이라며

아직은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무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수영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되 등산은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지만 꼭지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중에 수술을 할 때 하더라도 대간은 끝내겠다고 하니

대간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간다.

 



                                                                                   

 

▲일출전망대


 



                                                                                 

 

▲전망대대피소(쉼터)


 



                                                                  

 

▲우측으로 지나온 소황병산까지의 대간 마루금


 



                                                                                  


▲곤신봉 가는 길


 



                                                                                

                                                                            

▲아쉬움에 또 뒤돌아보고

 

 


12:07 곤신봉에서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는 선자령으로 향한다.

선자령가는 길도 초지 경계선 따라 이어지는데 대간은 임도를 따르기도 하고 좌측 산길로 이어지기도 한다.

꼭지는 무릎과 다리가 아프다며 계속 임도길을 고집한다.

임도 따라 선자령을 우회하여 <선자령0.4km / 대관령4.6km> 이정목이 세워져 있는 초원에 당도한다.

 




                                                                                     

 

▲곤신봉


 



                                                                                     


▲선자령 가는 길 


 



                                                                              

  

▲목장방향의 벌개미취


 



                                                                              


▲선자령 400m 갈림길

 


선자령에 다녀올까 생각하다가 다리도 아프고 하여 그냥 대관령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싫증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조망을 즐겼기에, 선자령의 빼어난 풍광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어느 겨울날,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을 때 그때 다시 선자령을 찾으리라.

대관령가는 길에는 초원위로 자주빛의 억새가 바람에 하늘거리며 춤을 추고

산님들은 삼삼오오 초원위에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운다.

 




                                                              

                              

▲대관령가는 길

 


멀리 지난번 구간에 혼자서 이어왔던 능경봉이 아는 체를 하며 고개를 내민다.

나 또한 반갑기는 매 한가지라 한참동안 눈길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본다. 안다는 것은 이렇게 큰 기쁨인 것이다.

낯익은 산봉우리 하나와도 이러하니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싶다.

새봉이 어디인지도 모르게 우회하여 중계철탑과 통신시설물을 지난다.

성황당갈림길을 지나 다리를 절뚝거리는 꼭지를 부축하여 대관령에 내려서니

국사성황당입구를 알리는 커다란 표석이 반긴다.

 





▲대관령가는 길의 횡계방향


 



                                                             


멀리 대관령 풍력발전기와 그 뒤로는 능경봉


 



                                                                    

  

▲대관령 국사성황당 입구 표지석



대관령국사서낭신의 전설


유명한 강릉단오제에서 모시는 主神

즉, 성황당에는 대관령국사서낭신이 모셔져 있는데 서낭신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양기가 가장 왕성한 때인 음력 5월 5일 단옷날을 전후하여 서낭신에게 지내는 제례가 바로 단오제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단오제는 강릉에서 전해온다.


강릉단오제는 200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단오제에서 모시는 주신(主神)은 바로

대관령국사서낭신과 대관령국사여서낭신이다. 그리고 대관령 산신(山神)도 중요한 신격으로 모신다.

대관령국사서낭신은 신라 말의 범일국사(810~889)를 가리키고, 국사여서낭신은 강릉의 정씨집안 처녀를 가리킨다.

山神은 신라 때 강릉지방에 와서 말갈족을 물리치고 사후에 대관령산신이 되었다는 김유신장군이다.


국사서낭신이 된 범일국사의 전설은 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가집 규수가 현재의 학산에 살고 있었는데 나이가 들도록 시집을 가지 못한 처녀가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우물에서 물을 긷기 위해 바가지로 물을 뜨니 물속에 해가 들어차 있었다.

처녀는 그 물을 버리고 다시 한 바가지 떴으나 여전히 해는 그곳에 있었다.


처녀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그 물을 들이켰다. 그 뒤 처녀는 태기가 있었고 열 달 뒤에 아기를 낳았다.

그러나 처녀의 집안에서는 지아비 없는 자식이라 하여 얼음위에다 버리니 학이 날아와 아기를 덮어 감쌌으며

산짐승들이 앞 다투어 젖을 먹였고, 밤이 되자 하늘에서 상서로운 빛이 비쳤다.

그때서야 처녀의 집안에서 아기를 도로 거두어 길렀는데 아기가 자라서 나라의 큰 스승이 되었으니

바로 신라 말 굴산사와 신복사를 창건한 범일국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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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서낭신의 재미있는 전설을 음미하며 휴게소에 내려서니

휴게소에는 사람과 자동차, 포장가게가 빼곡하여 마치 흥청대는 시골장터를 연상시킨다.

오대산, 국공파가 매섭다고 소문난 소황병산구간을 무탈하게 이어왔음을 꼭지와 오뎅국물로 자축하고

횡계택시를 호출하여 진고개로 향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