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걸음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 백두대간30 (삽당령-대관령)

산사랑방 2008. 12. 24. 17:32

 

걸음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 백두대간30구간 (삽당령-대관령)



2008.  9.  7 (일) 맑음


산사랑방 홀로


일출 06:00 / 일몰 18:46 / 음력 8.8

 

 


 


▲대관령



▣구간별산행기록


02:30 삽당령   -산행시작-

04:30-04:45 석두봉

07:05-07:15 화란봉

07:55 닭목재

09:26-09:40 왕산1쉼터

10:47 고압송전탑

10:57-11:05 고루포기산

11:43 횡계령

13:03 능경봉

13:25-13:35 영천약수샘터

13:50 대관령    -산행종료-



▣대간종주거리 : 11시간20분 (27.1km) / 누적거리 600.87km (포항셀파 기준)

삽당령→6.80←석두봉→5.40←화란봉→1.95←닭목재→5.75←고루포기산→5.40←능경봉→1.80←대관령

▣ 총누적거리 : 636.87km (접근거리 포함)

▣ 식수위치 : 마땅한 샘터가 없음

▣ 교통 : 대중교통 대구(22:00)⇒강릉(02:00) 북부시외버스 심야 21,000원

강릉⇒삽당령 택시 25,000원 / 대관령⇒횡계 택시 7,000원 (횡계택시 033-335-5596

횡계(14:20) 6,100원⇒원주(16:00) / 원주(16:30) 12,600원⇒대구(19:20)


닭목재 대중교통

닭목재⇒강릉  507번 07:30  13:30  18:20

강릉⇒닭목재  507번 06:00  12:00  17:00 (강릉역+20분)


삽당령 대중교통

강릉-삽당령-고단 : 508번 1일2회 05:40  16:15

고단-삽당령-강릉 : 508번 1일2회 06:20  17:10 / 동진시내버스 033-653-8015

강릉-삽당령-임계 시외버스 : 07:00(강릉출발)~1시간간격


심야우등시외버스 : 대구출발 22:00(강릉-속초) / 강릉출발은 22:20

강릉 무정차시외버스 : 07:00~19:00(1시간 간격) / 고속버스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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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구간은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닭목재를 지나 대관령에 내려서게 된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대관령을 지나면 8구간정도 남게 되어 아쉬움도 따르지만 아름다운 오대산과 설악산국립공원을

통과하게 됨으로 벌써부터 잔잔한 흥분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금지구역이 많아서 산행의 위험부담도 크고, 때에 따라선 도둑고양이처럼 숨어들어

국공파와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구간이기도 하다.

‘금지구역.. 그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그 어려운 숙제는 다음구간에 풀어보기로 하고 오늘만큼은 당당한걸음으로 출발하고 싶다.


삽당령은 자가운전보다는 대중교통이 편리할 것 같아서 저녁 10시에 출발하는 강릉행 심야버스를 탄다.

구간거리(27.1km)도 만만하지 않고 이래저래 고생문이 훤하지만 대간은 대간이니 이어가야한다.

선답자들이 걸음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

그 한걸음 한걸음으로 벌써 이만큼 왔다. 대관령에 내려서면 대간누적거리는 600km가 된다.

그런데 의리 없는 꼭지(아내)가 이 핑계 저 핑계로 쏙 빠진다.


추석에 일하려면 몸을 보전(?)해야 한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혼자 떠나는 길이 조금은 어색하다.

대간 후 처음으로 심야버스를 이용해 강릉에 도착하니 새벽1시50분

간이 정류장에 내리니 거리는 스산한데 택시만 줄을 지어 밤손님을 기다린다.

대동강님이 이용했다는 ‘24시 동아사우나’에서 눈 좀 붙이고 시내버스 첫차(05:35)를 타고 갈까

생각해보았지만 시간이 어중간하여 오랜만에 야간산행으로 밀어붙인다.


택시요금을 물었더니 기사님, 삽당령까지 심야 시간이 어쩌고저쩌고 하시더니 30,000원을 요구한다. 

대간꾼은 돈이 없어서 그렇게는 못갑니다 했더니 25,000원에 태워주겠다고 하여 고맙기도 하다.

백두대간 하는 것이 큰 벼슬도 아닌데 지금까지 뒤돌아보면 택시기사님들이 많이 도와주시는 것 같다.

기사님 마음 변하기전에 얼른 택시에 오른다.


                                                                      


 

▲삽당령의 빛바랜 백두대간 안내판

 


삽당령은 고갯길의 지세가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되어있다 하여 삽당령이라 불린다.

02:30 휑하니 사라지는 택시를 바라보면서 캄캄한 밤중에 산길을 혼자 가려니 길을 잃지는 않을까,

멧돼지는 만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산행준비를 한다. 바로  그때

콜벤 한 대가 티륵티륵~~ 올라오더니 차를 세운다.


‘오~~! 틀림없이 대간꾼? 든든한 동지를 만난듯 기쁨에 차서 혼자 중얼거린다.

이 시간에 산에 드는 사람은 간첩 아니면 대간꾼일 것이다. 아니라 다를까 콜벤에서 하나 둘.. 산꾼들이 내린다.

무려 6명의 산꾼들.. 반가웠다.

서울에서 오셨다는 대간꾼이었는데 대관령까지 가신다기에 졸졸 따라붙기로 했다.


부드러운 봉우리를 넘으니 좋아하는 산죽길도 나타나고

얼마가지 않아 임도를 만나고 10m 정도 진행하다가 다시 길은 좌측 산으로 붙는다.

이때부터 이분들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꼭지와 둘이서 다니면 앉아 놀고 사진 찍고 세월아 내월아..

천천히 다니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분들은 완전 고수? 따라가기가 벅차다.


대간꾼 체면에 천천히 쉬어갑시다 할 수도 없고 자켓 벗을 시간도 없어서 땀깨나 흘리게 되니 조직이란 이런가 보다.

잡목으로 녹음이 우거져있지만 간간이 하늘이 비치고 밝고 영롱한 별빛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린다.

무수히 많은 별들의 잔치.. 참 오랜만에 보는 별빛이다.


만복대 구간을 가기위해 꼭지와 성삼재에서 바라보았던 그 별들도 이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같았다.

걸어가면서 꼭지에게 문자를 보낸다.

삽당령에 무사히 도착해서 일행을 만나 산행을 잘 하고 있다고.. 그런데 무언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다.

함께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아내 없는 산길은 쓸쓸하고 외롭다.

부부란 그 존재가치 보다는 늘 함께 있어야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가 보다.


어느덧 잡목이 옷깃을 잡아당기는 방화선 구간에 접어든다.

무성하게 자란 억새과 딸기덩굴이 등로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진행하기가 힘들고 이슬이 바지를 적신다.

하지만 차가운 감촉이 싫지는 않다. 싱그러운 풀내음과 서늘한 밤공기가 가슴을 짜릿하게 하고

길은 순하고 부드러워 좁은 시골길을 걸어가는 느낌처럼 상쾌해서 좋다.


방화선구간을 지나 부드러운 산죽길이 이어지는 안부에서 잠시 휴식한다.

‘출발 1분전’하며 산행대장의 외침소리에 서로들 배낭을 매고 이내 길을 재촉한다.

이분들은 이제 네 구간만 남았다고 한다.

설악산구간을 마쳤다고 하시기에 황철봉을 어떻게 넘어가셨냐고 물으니 요즘 단속이 심해서

그곳은 생략하고 마등령까지만 진행하였다고 한다.

2주전에 가야산에 갔을 때 담배피우시던 몇 분이 공단직원에게 사진 찍히고 스티커를 받는 것을 보았다.

가을이 되면 단속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어둠속에 잠든 석두봉(982m) 안내판 


 

04:30 석두봉에 오른다.

역시 캄캄한 어둠만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

정상석은 없고 석두봉이라는 나무표지를 메달아 놓아서 이곳이 석두봉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山봉우리도 공부(?)를 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석두봉’이라는 고약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나보다.

오르기도 힘들었지만 내려올 때도 돌(?)이 많아서 넘어질까 조심조심 내려간다.

 

 




 

서서히 날은 밝아오지만 마음속에 품었던 일출의 아름다움은 잡목들이 다 차지해버렸다.

향기와도 같은 부드러운 아침햇살이 그립다. 나뭇가지사이로 언듯언듯 비쳐드는 햇살에 얼굴을 비비고 싶다.

손을 내밀어 잡아보고도 싶다. 이른 아침의 햇살은 이렇게 가슴을 찡하게 한다.


안부에 내려서니 우측계곡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제법 크게 들린다.

계곡은 조금만 내려서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비박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소리 들리는 안부를 지나니 포근한 산죽길이 이어지고

곧이어 꽃동산처럼 부드러운 능선을 오르니 화란봉이다. 비쳐드는 햇살이 참으로 따스하다.


 

                                                                                               


▲화란봉



                                                               


▲멀리 옥녀봉 산사면의 고랭지 채소밭

 


모두들 간식을 먹으며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는 닭목재로 내려선다.

10분여 지나니 조망이 트이고 소나무들이 온갖 포즈를 잡으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너럭바위에 닿는다.

등로에서 약간 비켜나 있어서 선두는 그냥 지나치고 한 분이 그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는다.

멀리 평화로운 대기리마을이 시야에 들어오고 사면에는 구절초가 곱게 피어서 가을을 노래한다.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대기리 마을 풍경



                                                                       


▲가을을 노래하는 백두대간의 구절초



                                                                      


▲닭목재 직전의 잘 다듬어진 묘지를 지나고... 

 


닭목재에 내려서니 7시55분, 삽당령에서 5시간 남짓 걸린 셈이다.

이분들은 이곳에서 아침을 해먹고 천천히 간다고 하시기에 인사를 나누고 혼자 길을 나선다.

초입부터 계속되는 임도길..

임도길에서는 늘 신경이 쓰인다. 산으로 붙는 표시기를 놓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옆에는 무밭이 있고 팔뚝보다 굵고 곱게 자란 무를 바라보니 농부들의 환한 미소가 떠올라  흐믓하다.

좋은 가격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좌측으로 꺾어지는 임도길에서 표시기 따라 산으로 붙는다.

산죽길을 지나면서 허기가 밀려와 나무그늘에 앉아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늘은 도시락 대신에 식빵을 가져왔는데 먹어도먹어도 기운이 없고  체력이 떨어진다.

역시 한국 사람은 빵으로는 살 수 없나보다.

 



                                                                                    





 

▲닭목령(닭목재)



                                                                        


▲닭목재에서 시작되는 임도길


 


노송들이 서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부드러운 산길을 걷는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멀리 산마루가 조금씩 가슴을 드러낸다. 저곳이 옥녀봉인가 보다.

매봉산처럼 산꼭대기를 개간하여 만든 고랭지 채소밭이 보이고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가파른 시멘트임도 따라 5톤트럭이 몇 대 느릿느릿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니 수확을 하는 것 같다.


우측에 보이는 맹떼기농장(지도상)에서도 배추인지 무인지 멀리서 구분이 안되지만 수확이 한창이다.

작은 자동차도 보이고 일하는 인부들도 보인다.

뒤를 돌아보니 여인의 엉덩이 같은 두리 뭉실한 화란봉이 또 오라며 손짓한다.

왕산 제1쉼터에서 빵을 먹으며 또 휴식을 취하고, 제2쉼터에서 또 쉬고 그래도 몸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20여분 가파른 돌길을 헉헉대며 올라서니 송전철탑, 철탑을 지나니 ‘고루포기’산이지만 조망이 없다.

 



                                                                       


▲채소수확이  한창인 맹때기 농장



                                                                                  


▲뒤돌아본 화란봉




                                                                                          





 

▲왕산 제1쉼터


 


                                                                                         


▲고루포기산



                                                                   


▲고루포기산에서 능경봉 가는 길

 


‘고루포기산’? 산이기를 고루 포기한다는 뜻인가?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석두봉’에 이어 ‘고루포기(?)’산이라.. 어쨌든 이름이 괴상하다.

고루포기산 구간에는 인부들이 물 흐름 방지로 기존에 나무로 되어있던 것을 걷어내고

다시 돌로 쌓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멀쩡한 침목들을 왜 교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대관령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10분여 내려서니 오목골 1.6km 갈림길, 이곳에서 능경봉까지 4.9km라고 적혀있다.

하루 종일 빵 몇 조각만 밀어 넣었더니 몸이 뿔이 났는지 말은 듣지 않는다. 다리에 힘도 풀리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대관령 전망대에 올라선다. 전망대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잡목에 가려서 조망이 별로다

잡목너머로 횡계마을과 가야할 대간능선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오목골1.6km 갈림 길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횡계마을(대관령 전망대에서)

 


횡계는 황태덕장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대관령 덕장 황태는 명태 내장을 제거하고 12월말부터 4월초까지 영하10도 이하인 대관령의 덕장에서

두 마리씩 엮어놓으면 밤낮으로 꽁꽁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속살이 노랗고 연하게 부풀어 오른다고 한다.

그것이 대관령황태인데 맛이 산 더덕과 같이 부드럽고 쫄깃하다하여 더덕북어로 불린다고 한다.


이정목(고루포기산 1.4km / 능경봉 3.7km / 왕산골 2km)이 세워져 있는

안부(횡계치)를 지나 한 시간쯤 오르니 행운의 돌탑이 소원하나 얹어놓고 가라고 한다.

대간꾼의 소원은 무엇일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그래서 백두산까지 대간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행운의 돌탑에 소원하나 빌며 너덜지대를 올라서니 능경봉이다.

 



                                                                                        


▲횡계치?


 



                                                                

▲서로 다른 나무가 손을 잡았네.  연리지의 사랑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행운의 돌탑



                                                                                          


▲잡목이 우거져 조망이 없는 능경봉



                                                                      


▲임도를 지나 뒤돌아본 능경봉


 


                                                                    




 

▲천왕봉에서 600km의 종착지 대관령

 


예전에는 동해 일출을 볼 수 있을 만큼 전망이 좋았다는데 지금은 잡목이 웃자라서 조망이 없다.

서쪽으로 발왕산은 물론이고 고려말 우왕이 머물렀다는 제왕산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능경봉에 해 돋는 광경을 능정출일(能政出日)이라 하여 그 아름다운 경관을

횡계팔경(橫溪八景)의 하나로 일컬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가 없다.

대관령에서 올라오는 산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능경봉을 내려와 임도옆의 영천약수터에서 꽤째째한 얼굴을 씻고 나니 일상의 세속이다.


그 후 대관령에서 횡계택시를 호출하여 횡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원주로

원주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대구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산행 11시간, 차타는 시간 10시간..

힘든 하루였지만 마중 나온 꼭지와 재회하니 피로가 다 씻은 듯이 풀리는 것 같다.


   

- 끝 -  감사합니다.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