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上
- 尹東柱 -
거리가 바둑판처럼 보이고,
강물이 배암의 새끼처럼 기는
산 우에까지 왔다
아직쯤은 사람들이
바둑돌처럼 버려 있으리라.
한나절의 태양이
함석 지붕에만 비치고,
굼벙이 걸음을 하든 기차가
장차장에 섰다가 검은 내를 토하고
또 걸음발을 탄다.
텐트 같은 하늘이 무너져
이 거리를 덮을까 궁금하면서
좀더 높은 데로 올라가고 싶다.
길이 막혀
- 韓龍雲 -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건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칩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읍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ㅡ 2012. 9. 23. 가야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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