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풍경 앞에서는 중국의 왕유(王維)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시인이자
화가요 음악가였다. 이백, 두보와 더불어 중국의 삼 대 시인 중 한 사람으로
당대에 이름을 날렸고, 특히나 계수나무를 좋아하여 춘계문답(春桂問答)
이라는 유명한 시를 남겼다.
春桂問答2
- 왕유(王維) -
問春桂(문춘계) : 봄 계수나무에게 묻기를
桃李正芳華(도리정방화) : 복숭아와 오얏나무 이제 막 향기로운 꽃 피워
年光隨處滿(연광수처만) : 봄빛이 곳곳에 가득하거늘
何事獨無花(하사독무화) : 무슨 일로 홀로 꽃이 없소 하니
春桂答(춘계답) : 봄 계수나무 대답하기를
春華詎能久(춘화거능구) : 봄꽃이 어찌 오래갈 수 있으리
風霜搖落時(풍상요락시) : 바람과 서리 몰아칠 때는
獨秀君知不(독수군지불) : 나 혼자 빼어난 줄 그대는 아는지 모르지
그러나 왕유가 오늘 이같은 풍경앞에 섰다면 과연 춘계문답이라는 시를 지었을까?
수정처럼 맑고 햇살처럼 영롱한 얼음꽃을 피우고 독야청청 고고한 자태을 잃지 않는
한국의 소나무, 오늘 이 기상을 보았다면 그는 붓을 집어 던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春桂問答'이 아니라 '春松問答'으로 더 아름다운 시가 탄생되었을지도...
<사진 : 2012. 3. 25. 가야산 정상부의 氷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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