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서 만난 대간꾼
2012. 6. 10.
저 계단을 올라서면 과연 어떤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녹음 짙게 내려앉은 능선과 하얀 구름이 몰려다니는 덕유의 하늘...
지난 2월의 조망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지만 변하지 않으면 신선함도 없다.
무룡산 가는 길...
꼭지 뒤로 한 젊은이가 키 만한 배낭을 매고 계단을 오른다.
그는 백두대간을 지원없이 단독으로 연속종주 중이었다. 3박 4일 동안
지리산~여원재 구간을, 지금은 여원재~덕유산 구간을 4박 5일 일정으로
진행하며 백두대간종주라는 거산의 벽을 넘고 있는 대학생이다.
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 오랜만에
온몸이 전율하는 듯한 대간의 기운이 느껴진다. 지금 이순간 만큼은
육체의 고통이나 두려움과 외로움도 그에게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의 인생자체가 안개속을 헤쳐가는 것이 듯이 한 치 앞을 모를 때가 있고
당장 내일 무슨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대간을 이어가는 그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울테지만 매일매일 만나는 풍경
들은 아름답고 신기할 것이다.
그 긴 여정을 학생이 무탈하게 이어가길 빌 뿐이다.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얻는다기 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자신과의 대화에 집중하여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백두대간종주가 그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꽃들의 밀어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환한 미소에 발걸음이 가벼워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험난한 봉우리들을 넘고넘어 부지런히 걷다보면 자연과 내가
하나됨을 느낄 것이고 대자연의 웅장함에 감동할 것이다. 아마도 그는
'백두대간연속종주' 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지 않을까...
그의 안전산행을 빌면서...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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