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정맥/백두대간(완)

生死의 문턱에서.. 제27구간 (피재-댓재)

산사랑방 2008. 12. 24. 16:53


生死의 문턱에서.. 백두대간 27구간 (피재-댓재)



2008.   8.   3. (일) 오전에 비 조금


꼭지와 둘이서


일출 05:35 / 일몰 19:28 / 음력 7.3




 
구부시령에서 자암재 가는 길 


 

 


▣구간별 산행기록


05:06 피재(삼수령)   -산행시작-

07:55-08:15 건의령

08:21 푯대봉 삼거리

08:23-08:30 푯대봉

08:33 푯대봉 삼거리

11:33-11:50 구부시령

12:07 덕항산

13:16 환선봉

14:13 자암재

15:20 귀네미골 안부(광동댐이주단지)  -산행종료-


▣대간종주 거리:19.90km(피재⇒귀네미골) / 누적거리 519.97km (포항셀파 기준)

피재(삼수령)→6.40←건의령→6.80←구부시령→1.20←덕항산→5.50←귀네미골 안부(광동댐이주단지)→4.70←황장산→1.50←댓재

▣총산행시간 : 10시간 14분 (19.90km) / 누적거리 : 555.97km

▣식수위치 : 없음

▣교통 : 자가운전 서대구I.C-영주I.C-봉화-현동-태백-35번-피재 216km / 4시간소요

▣차량회수 : 귀내미골⇒피재 20,000원(태백택시 011-372-3076)



2008. 8. 15. (금) 비 오락가락 / 산사랑방 홀로


06:00 귀네미골 안부 -산행시작-

06:20 큰재

07:30 황장산

07:40 댓재  -산행종료-

▣ 산행시간:1시간 40분 (6.20km) 피재-댓재 구간 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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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과 死


초저녁에 눈을 좀 붙이고

밤 12시 10분경에 집을 출발하여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잠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미 꼭지는 꿈나라로 간지 오래..

운전대 잡고 1시간만 지나면 그때부터는 잠이 와서 비몽사몽이 되니 이것도 병이 아닌가 싶다.

휴게소에 들락거리며 자다 말다, 커피 빼먹고 화장실가고 온갖 난리굿을 쳐도

잠이란 놈이 도대체 떨어져 나가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태백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은 새벽 4시 30분경


태백 시내를 빠져나와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38번국도로 두문동터널을 지나 정선 고한으로 넘어가는 길이고

피재는 하장방향 35번 국도로 우측으로 가야하는데

몽롱한 정신으로 직진하다보니 38번 두문동터널로 넘어가는 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갑자기 끝이 보이지 않는 두문동터널이 차를 집어삼킬 듯이 입을 벌린다.

“에쿠~~! 이게 뭐야 두문동터널이잖아.”

그제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송면님이 대간할 때 두문동터널이 무너질까바 살살 걸었다는 기억이 난다.

밟으면 터널이 무너질 정도로 한 등치(?)하는 분도 아니고, 그렇다고 터널이 그 정도로

부실하게 지어 졌을 리는 없을 텐데 어쨌든 바로 그 길고도 긴 터널인 것이다.


그때서야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을 알았고

차선이 2차선으로 넓어서 순간적으로 왕복차선인줄 착각하였다.

가도 가도 터널 끝은 보이지 않고 중간쯤 가니 우측으로 비상주차대 넓은 공터가 보인다.

“멀리까지 갈 필요 있겠나. 이쯤에서 차 돌리지 뭐.” 혼자 중얼거리고

차를 돌려 뒤돌아 오는데 맞은편 양쪽차선에서 승용차 두 대가 라이트를 껌뻑거리며 달려온다.


“제들이 미쳤어? 터널 안에서 웬 추월이야.” 투덜대며 (미치긴 내가 미쳤는데..)

속도를 줄이는데 그 중에 택시 한 대가 손을 흔들며 우리 차 앞으로 서서히 막아선다.


그때서야 우리가 터널안에서 위험천만한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껏 운전해오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차를 다시 돌리고..


그때 만약 택시기사분이 차를 멈춰주지 않았으면 계속 진행했을 것이다.

대형 사고를 예방해준 그분에게 경황중이라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복 많이 받으시길 빌어드린다.


대간을 하면서 오늘로서 세 번째 죽을 고비를 넘긴 셈이다.

작년에는 귀가길 88고속도로에서 졸면서 중앙선을 넘어가 달리다가 사고를 당할 뻔했고,

꼭지가 덕유산 할미봉 근처 암릉구간에서 미끄러져 절벽으로 떨어질 번한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자가운전으로 대간하기가 목숨을 담보로 할 정도로 이렇게 힘이 드는데

이송면님은 차량회수를 위해 오토바이까지 싣고 다니면서 대간을 마쳤으니 기인(?)이 따로 없다.

어디서 그만한 투지와 힘이 나오는지 대간이란 것은 참으로 오묘하기만 하다.



고약한 구부시령, 그리고 탈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벗어나 피재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피재는 삼척지방 사람들이 난리를 피하기 위해 넘어오는 고개라 하여 피재라고도 하고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로 삼수령이라고도 한다.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옥황상제의 명으로 빗물 한 가족이 땅으로 내려왔다.

더불어 아름답게 살겠노라고 다짐했건만 하필이면 내린 곳이 한반도의 등마루인 태백의 준령 피재였다.

이들은 여기에서 헤어져야만 했는데 아버지는 낙동강으로 흘러 동해로 ,

어머니는 한강으로 흘러 서해로, 아들은 오십천으로 흘러 동해로 제각기 헤어져 살게 된다.

 




                                                                                      

▲삼수령(피재)

 


그것을 증명하듯 세 개의 물방울을 연상시키는 상징탑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아름다운 정자가 쉬어가라며 객을 맞이하는데 대간 길은 정자 옆으로 열린다.

오전에 호우주의보 오후에 개인다는 일기예보가 딱 들어맞는지 소나기성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휴게소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빼먹으며 기다려도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우의를 입고 산문에 들어서니 이미 속세의 일은 잊혀 져 간다.


10분여 숲길을 걸으니 임도길이 나오고 조금 지나니 길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날은 서서히 밝아오고 쏟아지던 빗줄기도 잦아든다.


우측으로는 낙엽송이 울창하여 조망이 없으나 운무가 낮게 드리워진 탓인지

바다위에 오똑 솟은 섬처럼 크고 작은 산마루가 나뭇잎사이로 언듯언듯 비쳐들며 장관을 이른다.

조망처가 없는 것이 아쉬워 ‘저 능선들이 낙동정맥 일거야.’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마치 추풍령의 중화지구대를 걷는 기분이다.

중화지구대는 평균고도가 400~500m 정도로 나무들이 키가 작고 구릉지대가 많으나

이곳의 고도는 900~1,000m로 결코 낮은 높이가 아니지만 마을이나 도로가 가깝게 보여서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의 지형을 ‘東高西低形’지형이라 하기도 하고 ‘東急西緩形’지형 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숲길의 아름다움과 수목들의 생육은 중화지구대와 현저히 차이가 난다.

한 아름이 넘는 소나무와 신갈나무, 키가 큰 낙엽송, 이름 모를 고산식물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숲이 아름답고 깊어서 운치 있는 원시림을 걷는 기분이다.

 




                                                        

▲서쪽은 마을과 도로가 발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낮은 지형


 



                                                                                

▲건의령가는 길


 



                                                                                    

▲건의령 500m


 



                                                                           

▲건의령의 백두대간 안내판 


 



                                                                                       

▲푯대봉 삼거리


 



                                                                   

▲마루금에서 100m 벗어나 있는 푯대봉


 



                                                                        

▲푯대봉에서 바라본 동해방향

 


오락가락하는 빗속을 천천히 걷다보니 건의령에 도착한 시간이 7시55분

건의령은 고려 충신들이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며 이곳에 망건과 도포자락을 걸어놓고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전하는 곳인데 지금은 백두대간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차량은 통행할 수 없으나 임도 따라 서쪽으로 10분정도만 내려서면 35번국도변 상사미동에 닿을 것 같다.


‘東高西低形’이라 서쪽 정선방향은 마을과 도로가 아주 가깝게 보인다.

조금만 달려 내려가면 바로 민가에 내려설 것 같은 얕은 지형이기에 고도가 높게 느껴지지 않지만

동해방향은 산세가 깎아지른 산비탈처럼 직각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게 느껴진다.

푯대봉에 올라서니 멀리 동해 쪽으로 조망이 트이긴 하지만 바다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구부시령 가는 길은 너무 힘들어~ "


 



                                                                                 

▲구부시령은 멀기만 하고...


 



                                                                           

▲흐미~ 벼락맞은 나무?


 



                                                                     

▲계속 궁시렁거리며 도착한 구부시령


 



                                                                                             

▲무제 


 



                                                                   

▲동자꽃이 위로하지만, 구부시령을 지나자 더 힘들어하는 꼭지

 


구부시령가는 길은 소문대로 조망 없는 지루한 숲길이 이어진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고..

수도 없이 반복한다.

작년에 했던 실크로드92의 빨래판 능선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파른 오름길에서는 힘들어하는 꼭지를 매번 스틱으로 잡아당기면서 오른다.


한내리에는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여인이 살았는데 서방만 얻으면 죽고 또 죽고 하여

무려 아홉 서방을 모시고 살았다는 전설에서 구부시령이라 하였다고 한다.

좋은 의미의 고개이름은 아니다..


그 당시 남자들이 장가가기 위해 피재에서 한내리까지 이 능선을 걸어가서

색시와 하룻밤을 치렀다고 가정하면 과연 살 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고약한 길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홉 구자가 들어가는 지명의 산들이나 고개치고 만만한 곳이 있을까?

고개이름에 어울리듯 길도 좌로 우로 꼬불꼬불 돌아야하고

나무들도 기가 빠졌는지 비비꼬이고 구부러진 모양이 예사롭지가 않다.


동자꽃이 군락을 지어 손을 흔든다. 스님은 언제 오냐며 칭얼대지만 꼭지는 못 본채 지나간다.

한 줌의 바람도 인색한 길..

비가 그치고 난 후의 후덥지근한 습기가 더욱 숨 막히게 한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기의 신선한 기운이 부드럽고 아늑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오후가 되면서 산에는 운무가 가득하여 더욱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조망 없는 덕항산


  



                                                                  

▲숲은 온몸으로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려 애쓴다


 



                                                                 

▲저 아래 깊은 곳에는 환선굴이 있다는데..


 



                                                                             

▲환선봉... 무너질라 살살걸어야지 


 



                                                                                        

▲무제 2 

 


자암재가는 길에는 이름 모를 잡초사이로 노란 들꽃과 자주색 범꼬리가 활짝 피었다.

그사이를 걸어가는 꼭지의 무거운 뒷모습이 안쓰럽지만

이번구간은 탈출할 때가 없어서 무조건 끝까지 가야한다며 꼭지를 독려한다.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쉬는 시간이 많아진다.


어제 저녁 출발하면서 사온 김밥은 벌써 쉰 냄새가 나서 조금 먹다가 포기하고

미숫가루를 태워먹으려 해도 물이 부족하여 그만둔다.

이제 남은 식수는 1,000cc

예전에는 2500cc 물이면 둘이서 충분했지만 오늘은 다르다.

샘터가 없어서 물을 아껴 먹다보니 그것도 정신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무제3


 



                                                                                 

▲자암재 가는 길 

 

 








                                                                                     

▲자암재 


 



                                                                    

▲광동댐 이주단지(귀네미골)의 고랭지 배추밭


 








                                                               

▲능선 안부에서 바라본 귀네미골 마을방향 <귀네미골 산행종료> 

 


자암재를 지나니 아니라 다를까 꼭지의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다.

능선의 평균기온은 20~22도, 결코 높지는 않으나 비온 후의 후덥지근한 습도 때문에 덥게 느껴진다.

스틱 2개로 꼭지를 당겨주어도 좀처럼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속도는 더욱 느려지고 계속 산행을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이 들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내려서니

귀네미골 고랭지배추밭이 보이고 일하는 인부들과 임도위에는 주차한 차량도 보인다.

"에라~ 탈출이다." 

택시가 올라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서 하산하기로 하고

지난번에 이용했던 기사님에게 전화를 거니 찾아오겠다고 한다.

댓재까지 남은 6.2km구간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이곳에서 산행을 마감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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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15. (귀네미골~댓재) 


새벽, 연휴를 이용해 꼭지와 아들 셋이서 다시 찾은 '귀네미골 배추밭'

이날은 꼭지와 아들은 내려보내고 우중에 홀로 지난번에 남겨놓은 귀네미골~댓재까지 짜투리 구간을 이어갔다. 

군대서 말년휴가 나온 아들을 유격보다 더 힘들다는 대간종주에 투입시켰는데

댓대-백복령 30여 km구간을 걸렸더니 아들 왈 "대간이 병장 잡네~~"




말년 휴가 나온 아들을 데리고 대간길로~~














 

댓재 휴게소 <산행종료>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