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봄날의 산책

'산도화'의 봄마중(함지산)

산사랑방 2012. 4. 20. 23:46

 

 

2012. 4. 20.

 

 

 

 

 

산도화(山桃花)

                                                                            - 박목월 詩 -

 

산은

九江山

보랏빛 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산도화는 이상향으로 알려진 유토피아의 세계로 통한다.

무릉도원이 그렇고 도원향이 그렇다. 그곳이 인간이 꿈꾸는 세계라면

박목월의 '산도화'는 언어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산도화보다 더 진한

향기가 배어나오는... 어느 누가 이보다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절제된 언어로 묘사할 수 있을까.

 

 

 

도화꽃은 예로부터 뭇 문인들의 시상이었다. 삼천갑자 동방삭이

천도를 훔쳐 먹고 3천 년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복숭아와 복숭아꽃은

동양에서 무병장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정조임금은 수원 화성행궁에서 남편

 

사도세자를 여의고 28살에 홀로되신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진찬연을

열었는데 이때 정조는 어머니의 한을 위로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복숭아꽃 3천 송이를 헌화했다고 전한다.

 

 

 

퇴계 이황은 봉화 청량산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청량산가(淸凉

山歌)를 노래하면서 백구(白鷗)와  둘이서만 몰래 알고있자고 했는데

도화가 그만 일러바쳐서 오늘날 온 동네 소문이 난거라나 뭐라나...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훤사(喧辭)하랴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뜨지마라 어주자(漁舟子) 알까 하노라.

 

 

 

어쨋거나 가산 복수초로 시작된 봄은 함지산 산도화를 끝으로

막바지에 이르렀다. 가는 봄이 아쉬워 출근을 산도화 만발한

함지산 길로 잡았다. 두 시간의 꽃내음에 정신이 한결 맑아졌

으니 산도화 삼천 송이 온 동네에 퍼날려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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