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5.
<가야산 얼레지>
얼레지가 이세상에 나와서 꽃을 피우는데는 5년이 걸린다.
위의 얼레지는 꽃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2~3년 차 정도로 보인다.
서정주는 한 송이 국화꽃이 피기까지는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어야 하고,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어야 된다고 했다.
그만큼 얼레지도 꽃이 피기까지는 겨울의 모진 눈바람, 서리을
견더내야 했을 것이다. 그것도 5년이나...
그러니 어설프게 핀 한 송이 들꽃이라도 어찌 허틀게 바라볼 수 있으랴.
<2011. 4. 10. 금남호남정맥 팔공산의 얼레지>
이른 봄에 피는 얼레지는 5년차가 지나면 잎과 꽃대가 동시에 올라온다.
어느 정신대 할머니에 부쳐
박남준님이 쓴'그 곱던 얼레지꽃'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솔나루님이 소개해 주셨는데
정신대 할머니의 아픔과 애환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하다.
- 그 곱던 얼레지꽃 -
박남준 詩
다 보여 주겠다는 듯,
어디 한번 내 속을 아예 들여다보라는 듯
낱낱의 꽃잎을 한껏 뒤로 젖혀 열어 보이는 꽃이 있다.
차마 눈을 뜨고 수군거리는 세상 볼 수 있을까
꽃잎을 치마처럼 뒤집어쓰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아직은 이른 봄빛,
이 악물며 끌어 모아 밀어올린 새 잎에
눈물자위로 얼룩이 졌다 피멍이 들었다.
얼래꼴래 얼레지꽃 그 수모 어찌 다 견뎠을까.
처녀로 끌려가던 연분홍 얼굴에
얼룩얼룩 얼레지꽃 검버섯이 피었다.
이고 선 매운 봄 하늘이 힘겹다 참 고운 얼레지꽃.
대부분 식물의 땅속줄기는 땅속에서 양분을 저장해 커나가지만
얼레지는 잎이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들어 덩이줄기에 저장한다고 한다.
이듬해 그 덩이줄기가 양분을 모태로 올려 보낸 뒤 죽고 나면 또 그 부분에
새로운 덩이줄기가 생겨 다시 한 해의 양분을 비축하게 된단다.
따라서 얼레지는 일반 식물과는 달리 나물로 먹겠다고 잎을 채취하고
나면 살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얼레지가 매년 덩이줄기에 한해 살아갈
것만을 저장해 사용한 뒤 죽고, 다시 만들어지기를 거듭하기 때문에 잎을
모두 따 버리면 내년에 꽃을 만들 양분을 비축할 방법이 없어져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산나물이 포기의 눈(芽)만 살려 놓고 잎만 따면 얼마든지
새로운 잎을 얻을 수 있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고 한다.
자료참고 : 이유미(국립수목원 연구관)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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