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는 눈 (팔공산 속의 가산)
2011. 4. 3. (07:30 ~ 10:40)
진남문-남포루-가산바위-유선대-치키봉-진남문
초입부터 생강나무 노란꽃잎이 살랑살랑 춤을 춘다.
봄빛은 노란물결로 흔들리다 초록으로 물든다. 들에는 개나리와 산수유가, 산에는
생강나무가 먼저 봄 소식을 전한다. 봄은 꽃보다 더디게 오지만 꽃은 결코 게으름을 피지 않는다.
가끔은 계절을 추월할 때도 있지만 비가오나 눈이오나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는다.
집을 나서면 이미 봄은 내안에 있다. 촉촉히 젖은 솔숲에는 실안개가 피어오르고
보송보송한 솔까리가 덮힌 산길은 한 없는 부드러움을 풀어놓는다.
봄은 봄인데
고도 700m쯤 올라서니 봄은 간곳 없고 갑자기 눈밭의 겨울이다.
나뭇가지에는 하얀 눈이 쌓여 고즈넉한 설경을 연출한다.
얼떨결에 흰 눈을 뒤집어쓴 생강나무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발톱이 다섯 개라면 ???
무표정한 눈길위로 산새들과 짐승들의 발자국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몽롱한 안개속 신비로움을 더하는 중문이 휑한 눈으로 객을 반긴다.
복수초는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로 하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자리엔 봄을 시샘하는 눈이 소복히 쌓였다. 매년 4월 초순이면 넓디넓은
산성의 습지가 복수초로 노란 꽃동산을 이루어 우리를 유혹했는데
아직은 봄이 온줄 모르는가 보다.
<작년에 만났던 가산의 복수초 2010. 4. 11.>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온갖 산새들이 지저귀는 낙엽송 숲길도 눈으로 덮혔다.
생강나무 뒤로 늘 무뚝뚝한 표정의 할매할배바위도 놀랐으리라
거역할 수 없는 계절의 순환 때문일까?
눈속에 묻힌 순박하고 청초한 괭이눈이 추위에도 아랑곳않고 고개를 내밀었다.
귀한 꽃인데 여기저기 군락을 지어서 피어난 걸 보니 대견스럽고 기특하다.
봄이 왔다며 앞장서서 아장아장 걷던 까투리, 꽁지 깃털을 세우며 포즈까지 취해준다.
상큼한 생강향
흐느끼듯 꽃물결을 이루는 생강나무의 고운 자태 앞에
아룸다운 봄을 시샘하는 건 어찌 눈 뿐이랴 싶다.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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