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서리꽃
2011. 1. 30. (07:10~10:50)
수태골-서봉-동봉-수태골
서리꽃
- (宵火) 고은영 -
생의 한계를 넘어서서
수정 같은 영혼의 시편을 그려내는
그것은 시리고 투명한 압화다
대롱대롱 이슬이 머문 자리
무형의 기억으로 유동 된
황홀한 일기다
하얗게 엉긴 월 삯의 꽃
빙점에 비로소 심장이 베이고
서러움이 피는 찰나 완성된 초현실주의
하얀 피를 흘리는 그리움의 배후에
끝내 말 못한 눈물의 결정으로
섭섭한 혼을 열어 날개를 펴는
슬픈 유언이다.
시인들의 시선은 영혼의 울림처럼 신비롭다.
그들이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겨울나무에 맺힌
서리꽃만큼이나 날카롭고 섬세하면서도 부드럽다.
팔공산에 가면 그 눈물겹도록 비애에 젖은 서리꽃을 만날 수 있을까.
햇살이 비쳐들자 찬란했던 밤의 향연도 막을 내리고
후둑후둑 떨어지는 유리알 같은 꽃무리, 하얀 피의 바다에 내가 섰다.
온 산정에 벚꽃이 피면 이 보다 더 아름다울까?
ㅡ EN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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