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남은 낙동 한 구간 봉좌산을 가다
2010. 11. 7.
이리재 ~ 봉좌산 (왕복 1시간 30분)
대구-포항간 고속도로에서, 때로는 포항에서 죽장으로 넘어가는 31번 국도를
달릴 때 동남쪽 산 능선위로 유난히 오똑한 바위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볼록한 암봉이 참으로 특이하게 생겼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 봉우리
가 바로 봉좌산이었다. 이마 중앙에 붙은 혹처럼 생긴 봉우리
그 봉우리가 봉황새를 닮았단다. 봉황이 앉아 있는 산, 그래서 봉좌산?
봉좌산은 포항시와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경계에 있다. 낙동정맥 마루금에서
약 0.7km 벗어나 있으나 대부분의 정맥꾼들은 봉좌산을 다녀 온다. 낙동14구간을
할 때 조망이 좋은 곳이라 꼭 오르고 싶었는데 그날은 이리재에서 614봉 갈림길까지
치고오르니 체력이 바닥났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늘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왕복 20분이면 될 것을 그때는 20분이 200분처럼 느껴졌다.
음력 10월 첫째 일요일, 오늘은 시골에서 묘사가 있는 날이다. 늦어도 8시까지는
안강 산소에 도착해야 하기에 그 한(?)을 풀고자 예년 보다 2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서포항I.C - 죽장방면 31번국도 - 921번지방도를 타고 이리재에 도착하니 6시다.
어두워서 랜턴을 켜고 오른다. 낙동할 때 올랐던 길인데도 산길은 낯설다.
그때는 무척 힘들었다는 기억 뿐, 두 어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 다음에야 봉좌산
갈림길인 614봉이다. 우측은 정맥 마루금이고 봉좌산은 좌측이다. 여기서부터
봉좌산까지는 능선이 큰 고도차없이 10분여 이어진다.
<봉좌산에서 바라본 운주산(807m) 라인>
작지만 결코 작아보이지 않는 앙증맞은 정상석이 객을 맞는다.
정상석이 아주 멋진 위치에 놓여있다. 매일매일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뒤로는 낙동정맥 운주산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니
그 작은 가슴에 안기지 않을 것이 없어 보인다.
오늘은 안개 때문에 더 이상의 조망은 기대할 수가 없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운주산과 보현산은 물론, 청송 내연산과 4산5대를
품에 안은 안강 도덕산과 포항 호미곶까지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2010.1.24. 정맥길 621봉에서 바라보았던 우측의 봉좌산) 아래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포항 호미곶 방향에서 해가 돋는다.
구절초!
봉좌산 단애 위에 구절초 한 송이가 따스한 햇살에 몸을 비빈다.
그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에야 꽃을 피웠다.
그래서 더욱 경이롭고 아름답게 보이는가 보다.
하늘을 덮은 안개때문에 조망은 없다. 그러나
구절초 한 송이, 햇살에 비치는 황금색의 가을 산빛이 황홀하기만 하다.
멀리 정맥 갈림길인 614봉이 오똑하다. 저곳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아쉬운 작별의 시간, 말 없는 정상석이 더욱 빛난다.
능선길은 옅은 안개와 햇빛이 뒤섞여 온통 황금빛이 되었다.
가을날의 낙동길은 이처럼 낙엽속에 묻힌다.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소리,
마른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더하여 산길이 더욱 호젓하다.
하산길에 뒤돌아본 정맥 갈림길인 614봉
황금빛의 능선과 달리 골짜기에는 하얀 안개가 자욱하다.
처연한 자연의 침묵...
오라는 이 없고 가라는 이 없는데 나만 홀로 분주했나 보다.
갑자기 낙동이 그립다.
산행 들머리 <영천시와 포항시 경계인 이리재>
낙동정맥(한티재-시티재)14구간 봉좌산 산행지도 / 출처 : 사람과 산
ㅡ 끝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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