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마음으로 보아야 할 것도 많다."
<자장암>
자장암은 금개구리로도 유명하지만
통도사를 짓기 전인 신라 진평왕때 자장율사가 머물렀던 유서깊은 암자다.
그때는 자장이 바위벽 아래에 움집을 짓고 수도하던 곳으로
나중에 회봉화상이 다시 지었다고 한다.
그 당시 자장이 뚫었다는 손가락만한 바위구멍 속에는
금개구리가 살고 있는데 이름하여 '금와보살'이라고 부른다. 그 금개구리는 자장이
머물 때부터 이곳에 살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살고 있다.
불심으로 마음을 비우면 볼 수 있다?
세상은 둥글고 모나지 않다.
극락암의 홍교도 그렇지만 자장암으로 들어서는 극락의 문도 둥글다.
연꽃무늬가 새겨진 돌위에 발을 디디면 여기가 바로 극락이다. 뒤로는 구름 드리운
영축산릉이 길게 뻗어있고, 고고한 자태의 노송이 어우러진 풍경..
암자 아래는 자장동천따라 반석이 이어지는 계곡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영축산을 바라보는 조망이 탁월하다. 통도사 암자중에서 으뜸가는 위치가 아닌가 싶다.
이곳에 서면, 수도자가 아니라도 수도자가 된 기분이 들고 세상사 잡다한
상념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자장암 마애불>
구름이 영축산에 개니 천 길이나 푸르고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가니 만 리나 맑구나
雲收靈鷲千尋碧
水倒洛東萬里淸
- 경봉(鏡峰)선사 -
자장암을 나서면서 극락의 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임을 알았다.
돌계단을 내려와 영축산이 빤히 보이는 서축암에 들렀다. 서축암은 근래에 세운 암자로 영축산의
'축'자와 영축산의 또 다른 이름인 취서산의 '서'자를 합쳐 '서축암'이라 명명하였다는 설이 있다.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다보탑이 영축산릉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다.
<서축암>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서축암 다보탑과 영축산>
.........................
'안양암'
경봉스님이 어머니를 여의고 15살 어린나이로 출가한 곳이
바로 안양암이다. 안양암은 통도사 경내에서 갈 수도 있지만 서축암을 나와 통도사로
내려 가는길 좌측에 안양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주차장 옆에는 약수터가 있고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안양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어디에도 경봉스님의 발자취를 느낄 수 없으나 암자 입구에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감나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안양암 위 약수터 주차장에서 안양암 내려서는 길>
<위에서 내려다본 안양암>
안양암은 통도사에서 가깝고, 통도사 8경중의 하나인
안양동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통도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통도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투정이다.
고개를 길게 빼고 바라보니 가지를 축 늘어뜨린 노송과 노란 은행나무 사이로
통도사 경내가 역시 희미하기만 하다. 지붕들만 조금 보인다. 눈에 비치는 것만 보인다고
말 할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마음으로 보아야 할 것도 많기 때문이다.
안양암 입구에 심어진 감나무
주렁주렁 매달린 감과, 감잎에 물든 단풍이 무척 인상적이다.
요즘 감나무는 단풍이 들기전에 잎이 말라 떨어져버려 단풍을 구경하기 힘들지만
암양암의 감나무는 단풍이 참 곱다. 감나무가 가을을 매달고 있다.
평범한 如如같은 향기
바로 경봉스님의 향기 같다.
<안양암의 모태인 북극전>
안양암은 고려 충렬왕21년 1295년에 창건되었다.
그후 고종 2년인 1865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북극전이 안양암의 모태로
원래 '칠성전'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장수를 도와주는 북두칠성을
봉안하는 불전으로 알려져 있다.
<안양암에 붙어있는 통도사 경내의 주차장과 암자 안내도>
경봉스님을 모셨던 명정스님이
언제나 허리춤에 차고 다니셨던 한 구절
"어느 한 곳에 미쳐봐라 (莫神一好 막신일호), 정말 확 미쳐버리는 그것보다
더 신명나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자신을 어딘가에 미쳐버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莫神一好' 우리에게도 그러한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꼭지와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그 때가 그립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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