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 향기에 취한 낙동정맥7구간 (휴양림-백암산-아랫삼승령)
2009. 9. 20. (일) 11~19℃
산사랑방 홀로
일출 06:08 / 일몰 18:23 / 음력 8.2
▲백암산(1004m)
▲백암산 흰바위의 가을꽃..
▣ 구간별 산행기록
06:10 검마산 휴양림 -산행시작-
06:27 휴양림 갈림길
07:08 갈미산
07:40 검마산 주봉(1017m)
08:17 검마산 2봉(삼각점)
08:36 금장지맥 분기점
10:23 백암산 갈림길
10:38-10:53 백암산(1004m)
10:56-11:10 백암산 흰바위
11:27 백암산 갈림길
12:40-13:04 942봉
13:35 921봉(폐헬기장)
14:00 윗삼승령
14:45 굴아우봉(굴바위봉 / 747봉)
15:18 아랫삼승령
-산행종료-총 산행거리 : 19.4 km / 약 9시간 ( 휴식, 접근거리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17.9 km / 누적거리 113.4 km
검마산휴양림갈림길→3.5←검마산→5.7←백암산갈림길→0.6←백암산,흰바위→0.6←백암산갈림길
→4.7←윗삼승령→2.8←아랫삼승령=17.9km
▣ 총 누적거리 : 118.4 km (접근거리 1.5km)
▣ 식수위치 : 없음
▣ 교 통 : 자가운전 (대구칠곡I.C-남안동I.C-영양-31번-영양 일월 가천리-아랫삼승령 170 km / 약 2시간50분)
차량회수 : 아랫삼승령-검마산휴양림 45,000-5,000원 / 수비개인택시 017-805-9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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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정승의 유래를 간직한 아랫삼승령
앞으로 당분간은 산행을 혼자서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꼭지가 몇 일 전부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무슨 정치인도 아닌데 웬 단식?
몸을 만들기(?) 위해 3일간 단식을 한다고 한다. 무슨 몸을 만들지는
지나고봐야 알겠지만 3일간 나도 참아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꼭지와 함께 산행을 할 수도 없는 일..
원장님이 무리한 등산을 하지말라고 하셨다는데
그 영향이 아닌가 싶다. 알람소리에 눈을 뜨니 새벽2시, 혼자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니
꼭지도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준다.
2시 50분쯤 집을 출발해 진보에 도착하니 벌써 5시다.
어제 저녁에 예약한대로 수비택시 기사님께 전화하여 아래삼승령 진입도로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차를 날머리인 아랫삼승령에 세워두고 택시로 들머리인
검마산휴양림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다.
▲좌측 시멘트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영양 기산리 저시마을이고 우측 임도는 아랫삼승령 가는 길
'아랫삼승령'의 유래는
아마도 지도상 747봉인 굴바위봉과 삼승바위에 기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봉화가는 31번국도에서 88번 한티재가는 도로와 만나기 2km 전 쯤
우측으로 가천리 이정표가 있는데 이곳에서 계속 들어가면 하늘아래 첫 동네인
기산리 저시마을이다. 지리산보다 더 하늘이 낮은 것 같다.
아랫삼승령은 저시마을에서 1.5km정도 임도길을 더 올라가야 한다.
비포장이지만 승용차는 통행이 가능하다.
▲아랫삼승령 임도에서 바라본 울진방향.. 울진방향이 길이 더 좋다고 한다.
가천리 입구에서 택시를 뒤따라 들어가니 도로는
1960년대와 2000년대를 오고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2차선 아스팔트로 쭉쭉 달리다보면 좁은 시멘트포장이 나타나고 잠시후에는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이 번갈아 나타나며 승용차 교행이 어려워지는 좁은길이다.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나 싶을 정도다.
옛날 먼지 폴폴날리는 시골길이 생각나는 곳..
아랫삼승령에 차를 세워두고 들머리인 검마산 휴양림에 도착하니 시계는 6시를 넘고있다.
요금은 45,000원이지만 단골(3번?)이니 40,000원만 달라고 하신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산행준비를 하며 등산화 끈을 묶는다.
가을이 성큼 다가선 검마산
06:10 검마산 휴양림을 출발해
지난번에 꼭지와 내려왔던 임도 갈림길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다.
먹구름이 낮게드리워 산마루에 걸터앉아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지만
산악날씨는 워낙 변덕이 심하니 알 수가 없다. 방풍자켓을 배낭에 넣었다가 설마 비가 오겠냐며
집에 두고 온 것이 후회 막급이지만 비상용 비닐우의가 하나 있으니 일단은 안심이 된다.
▲휴양림 갈림길 임도에 풍기는 어둑한 분위기가 어째 으스스하다
▲잊고 지냈는데 벌써 가을인가 보다
▲영글어가는 가을.. 검마산 다람쥐는 게이름뱅이
▲부드럽고 아늑한 낙동길
갈림길을 올라서니 가파른 오르막이다.
갈미산까지 고도를 300m 치고 올라야 하니 초반부터 힘이든다.
길 위에는 낙엽이 소복하고 도토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딩굴고 있다. 등로옆의 나무잎새들도
서서히 단풍이 물들고 있어서 벌써 가을인가 싶다.
▲갈미산(918m)
갈미산에는 정상석 대신 '갈미산'이라는 비닐표지가 나뭇가지에 달려있고
정맥은 좌측으로 이어진다. 10분쯤 내려서니 임도길이고 다시 또 오름길이다.
아마 검마산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갈미산을 내려설 때는
하늘이 걷히려나 했는데 임도에서 20여분 올라서니
운무가 산정을 휘감는다.
▲조금씩 조금씩 가을에 심취해가는 낙동
▲검마산 직전의 임도
07:40 검마산(1017m) 주봉
운무로 조망은 없고 기온은 영상11도, 안개비까지 내린다.
젖은 나뭇잎이 바지에 스치는 감촉이 섬득할 정도로 쌀쌀한 날씨,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분위기다. 바람이 잦아드는 안부에 내려서서 아침을 먹는다.
안개비는 우거진 나뭇잎이 막아주지만 능선을 휘감고 지나는 바람은
거침없이 달려든다.
▲검마산(1117m) 주봉
▲검마산 사면의 시들어가는 구절초
▲<준.희>님 방갑습니다.~^^*
검마산 2봉을 오르는 길목에서
'낙동정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하는 <준.희>님의
팻말에 눈길이 간다. <준.희>님을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우리는 산길에서 자주 만난다.
봉우리에 이름표를 달아주시고 분기점이나 주요지점에 걸어놓은 안내판을 볼 때마다
산님들을 배려하는 그분의 마음씨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재작년에 꼭지와 육십령가는 길에 힘들게 백운산을 올라서니
'수고하셨습니다.' 하며 이정목이 인사를 건네왔었다. 산행 피로가 가시는 듯 기분이
참 좋고 감동적이었는데 오늘 <준.희>님에게서 또 그 감동을 맛본다.
08:17 검마산 제2봉
잡목과 짙은 운무때문에 조망은 없다.
두 개의 삼각점이 있고 나뭇가지에 걸린 검마산이라는 비닐표지가 정상석을 대신한다.
하산길은 포근한 낙엽길이다. 도토리가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나 줏어가~~라." 하고
약을 올리지만 "갈 길이 멀다." 하며 못 본채 지나친다.
▲삼각점이 두 개인 검마산 제2봉
▲금장은 좌측, 낙동은 직진
▲아기자기한 바윗길도 지나고
조금씩 단풍이 물들고 있는 신갈나무 터널을 지나니
<준.희>님이 걸어놓은 '금장지맥분기점'아라는 팻말이 걸음을 잡는다.
나는 언제쯤 9정맥을 끝내게 될까. 정맥이 끝나고 나면 나도 <준.희>님이나 <신경수>님 처럼
산하 곳곳을 누비며 듣기도 생소한 무슨 기맥이니 지맥이 하는 길을 걷게될까 싶다.
분기점에서 지맥은 좌측, 정맥은 리본이 많은 직진길이다.
길은 뚜렸하지만 한동안 리본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이길이 맞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운무가 사라지자 하늘이 열리고 멀리까지 산마루가 조망된다
▲가을의 전령 구절초
▲멀리 백암산라인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서히 운무가 걷히는가 싶더니 조망이 트이고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등로옆으로 구절초와 투구꽃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구절초의 진한 향기가 코끝에 스민다. 독특하면서도 감미로운 구절초 향기..
그들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쉬엄쉬엄 걸음을 옮기니 백암산이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백암산은 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기 때문에 대분분 그냥 지나치는
구간이지만 조망이 좋다하니 꼭 올라보고 싶었다.
지나번 뫼향님이 올려주신 백암산 산행기를 보고나서 마음을 굳혔다.
10:23 백암산 갈림길
이정표는 없으나 부산토요산사랑회에서 걸어놓은 <백암산 갈림길>이라는
비닐표지가 보인다. 고도가 200m정도는 더 올라야 할 것 같지만 망설임없이 백암산으로 향한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검마산의 마루금이 환상적이고 일월산도 선명하다.
▲백암산 갈림길
▲백암산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일월산이 또 아는체를 한다. 검마산에서 지나온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암산 흰바위의 가을꽃
10:38 백암산(1004m) 정상
넓은 헬기장으로 된 정상부에는 울진 온정면 청년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고
쑥부쟁이가 곱게 피어서 정상부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준다. 사방 막힘이 없다. 동해바다가
시원스레 보이고 가야할 맹동산 풍력발전단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울진군 온정면 청년회에서 세운 정상석과 백암산(1004m) 정상부
▲가야할 마루금.. 우측은 942봉, 중앙은 921봉, 좌측 멀리는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맹동산이 가물가물
▲정상부의 쑥부쟁이
▲동해바다
▲흰바위 이정목
흰바위산이라는 백암산의 유래는
정상 아래쪽에 있는 흰바위에서 기인한다. 흰바위에 햇살이 비치면 바위가 하얗게
빛난다고 하여 백암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니 그 흰바위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백암산에서 불과 3분거리에 있는 흰바위에 내려서니 구절초와 쑥부쟁이,
산부추가 화원 동산을 이루어 가을이 깊어감을 느끼게 해준다.
▲백암산 흰바위에서 바라본 동해
▲산부추와 쑥부쟁이
▲쑥부쟁이와 질경이
▲구절초와 산부추
▲흰바위 사면의 쑥부쟁이와 산부추, 구절초 군락지
작년 이맘때는 꼭지와 대관령에서 진고개구간의 대간길을 걸었다.
매봉에서 소황병산구간의 구절초군락지의 황홀했던 풍경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이곳에서 산님 한 분을 만났는데 지난주에 잃어버렸던 선글라스를 찾으러 오신분이었다.
선글라스는 찾지 못했다. 서로 인사를 건네고 헤어졌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산님이었다.
오르내림이 심해 힘든구간 (942봉에서 굴바위봉)
갈림길로 뒤돌아와 888봉을내려서니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고 지나온 백암산과 흰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지리산 대원사 계곡처럼 길이가 가늠되지 않은 온정리의 깊은 골짜기는 천혜의
원시림이 아닌가 싶다. 빽빽하게 우거진 철쭉나무 군락을 올라서니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942봉이다.
▲뒤돌아본 백암산과 흰바위
▲길이가 가늠되지 않은 온정리의 깊고 깊은 골
▲하늘아래 첫 동네 영양 방향
12:40 942봉
삼각점은 없지만 지도상 942봉으로 추측된다.
이곳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942봉을 내려서니
우측으로 전망바위가 있고 가야할 921봉과 마루금이 선명하다.
멀리 맹동산 풍력발전단지가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 것 같다.
▲리본이 많이 걸려있는 942봉
13:32 921봉
두루님의 낙동 출석부가 걸려있는 921봉 정상부는
벽돌을 깔아놓은 폐헬기장이다. 낙동학교(?)가 학생들로 넘쳐흘러서 출석부에는
더 이상 사인할 때도 없고 하여 초은님 아랫줄에 출석도장을 찍는다.
출석부도 새로 만들고 낙동은 정원초과라 시험을 치고 지원자를 모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921봉에서 20여분 내려서니 윗삼승령 임도길이다.
▲가야할 921봉 방향
▲두루님의 낙동 출석부가 걸려있는 921봉
14:00 윗삼승령
임도에 차단기가 내려져있는 것으로 보아 차량통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낙동정맥 산행안내판이 넘어진 채 방치되어 있고 임도를 올라서니 투구꽃과 참취꽃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힘들 때마다 꽃들이 위안을 준다.
▲차단기가 설치된 윗삼승령
▲참췪꽃과 자기는 이쁘게 봐주지 않는다며 뒤에 숨어서 훌쩍거리는 투구꽃
14:45 굴아우봉(굴바위봉)
<병곡2004재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로 지도에는
747봉(굴바위봉)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나뭇가지에는 '굴아우봉'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굴형님이 어딘가에 있다는 뜻?
이름이 예사롭지 않아보인다.
기산리 주민들에 의하면 굴바위봉 옆에는
삼승바위가 있는데 옛날 옛적에 3정승이 바둑을 두며 놀던곳이라 한다.
삼승바위 위에는 바둑판과 장기판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사람 15-2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있으며, 그 안에는 샘이 있다고 한다. 그 샘에서는 사람 열명이 오면
열명이 마실 물이 나오고 이십명이 오면 이십명이 마실 물이 나온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다. 실제로 그러한 굴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굴아우봉(굴바위봉) 그렇다면 굴행님은 어디에?
▲굴아우봉을 내려서면서 만난 은분취
▲이제는 다왔나 싶었는데 또 오름길이 이어지고
▲아랫삼승령
소백산 신선봉에 가면 희미하지만 바둑판이 그려져 있고,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다갔다는 전설이 있는데 신선은 아니지만 삼정승이
굴바위에서 놀았다고 하니 삼승령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 것도 같다.
굴바위봉을 내려서니 안부다. 이제 다왔나 싶었더니 또 오름길이다.
작은 무명봉을 지나자 길이 부드럽게 이어지더니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 아랫삼승령이다.
▲검마산 휴양림에서 아랫삼승령 산행지도(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출처 : '사람과 산'
후기
오늘 구간은 고도차도 심하고 오름과 내림의 연속이었다.
고도는 650~900m사이로 오르고 내려야 하는 힘든면도 있었지만 백암산과 흰바위에서
탁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바위보다 가을꽃이 더욱 하얗게 빛났던 흰바위..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길에서는 가을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이 아름다운 구간을 꼭지와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굴바위봉에서 삼승바위를 지나쳐서 미련이 남았고 낙동은 두 번 하기 힘든 만큼
다음구간 때라도 시간을 내어 삼승바위와 굴을 찾아보고 싶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9정맥 > 낙동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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