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동산 풍력발전단지' 낙동정맥9구간 (울치재-황장재)
2009. 10. 11. (일) 7~14℃ 가을하늘
산사랑방 홀로
일출 06:28 / 일몰 17:55 / 음력 8.23
▲잘려나간 맹동산상봉에서 바라본 풍력발전단지
▲명동산 사면의 군락을 지은 자주쓴풀
▣ 구간별 산행기록
06:10 울치재 -산행시작-
07:10 풍력발전단지
07:32 오케이목장
08:20-08:30 맹동산 상봉(807m)
09:00 임도와 산길 갈림길
09:20 봉화산(773m)
10:25-10:40 명동산(812m)
11:13 박짐고개
11:40-12:00 포도산 갈림길
13:10 여정봉(632봉)
15:15 화매재
16:28 시루봉(532m)
16:55
황장재 -산행종료-총 산행거리 : 26.5 km / 10시간45분 ( 휴식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26.5 km / 누적거리 154.8 km
율치재→3.3←오케이목장→2.0←맹동산상봉→4.7←명동산→3.7←포도산3거리→8.6←화매재→4.2←황장재 = 26.5km
▣ 총 누적거리 : 159.8 km (접근거리 없음)
▣ 식수위치 : 없음
▣ 교 통 : 자가운전 (대구칠곡I.C-남안동I.C-진보-34번(영덕방향)-황장재 휴게소 135 km / 약 1시간40분)
차량회수 : 황장재-울치재 35,000원 / 진보 석보택시 011-815-8057, 054-682-8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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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개요
오늘 진행하는 울치재에서 황장재구간은
26.5km의 장거리구간이다. 꼭지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야 꿀떡같지만
홀로 진행하기로 했다. 같이 갔다간 일주일 내내 사람잡네 어쩌네 달달 뽂일것이니
일찌감치 해방되는 것이 상책..
다음 구간은 국립공원 주왕산구간
그때는 꼭지가 따라나설 것이다. 가을날에 주왕산을 통과하기로 일정을 맞추었는데
계획대로 되어가는 것 같아서 느낌이 좋다. 가을날의 주왕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새벽 4시쯤 꼭지가 사주는 도시락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도로위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행운이 따른다면 오늘도 멋진 운해를 볼 것 같다.
안동을 지나 진보에 들어서니 안개는 더욱 짙게 깔린다.
차를 날머리인 황장재에 세워두고 어제 예약한 석보택시
기사님을 만나서 지난번에 하산했던 울치재로 향한다. 양구리에서 울치재까지는
1.5km정도 덜컹거리는 비포장 길이라 기사님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환경파괴인가? 녹색혁명인가?
06:10 울치재에 올라서니 날이 서서히 밝아온다.
하지만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자켓을 입는다.
등로에는 이미 낙엽이 가득하여 내 딛는 발걸음이 부드럽다. 이른 아침, 산속의
상쾌한 기운이 전신에 스며든다. 산꾼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다.
옻나무와 단풍나무에는 이미 가을빛이 완연하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새끼줄이 쳐진 당집이다.
축구공만한 말벌집이 반토막이 나서 하나는 처마에 매달려 있고 다른 하나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말벌은 보이지 않는다. 웬 횡재? 줏어갈까 생각하다가 혹시 벌이
달려들지 몰라서 포기하고 자리를 뜬다. 인간의 욕심이란 그 끝이 어딜까?
동해방향으로 하늘이 붉게 열린다.
...................
능선에 올라서니 영양방향으로는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울치재에서 1시간 쯤 숲길을 걸었을까 갑자기 하늘이 트인다.
백두대간 매봉산과 대관령에서 보았던 풍력발전기가
이곳에서도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영양군 석보면 맹동산 자락에 위치한 '풍력발전단지'
녹색산업이라는 미명아래 24만제곱미터의 산림이 훼손된 곳이다.
녹색혁명? 환경파괴?
어느것이 정답인지는 나중에 후손들이 평가해 줄 것이다.
이러한 발전기는 현재 맹동산 낙동정맥 마루금에 41기가 설치되어 있다.
전기 생산량은 1기당 3,900mw(약 1,5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량)로
완공시에는 40만mw의 전기를 생산해 1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완공후에는 101기? 그렇다면 60여 기를 추가로 더 설치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60여기의 발전기를 더 설치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산마루가 깎여지고
사라질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이곳은 낙동정맥 통과구간이라 원래는 산림이 훼손될 수 없는
산림보호구역이었다. 그러나 예외 규정이라는게 있어서 18만 제곱미터에 훼손허가가 났지만
환경청에서 측정한 실제면적은 24만제곱미터나 되었다고 한다.
무려 6만제곱미터의 산자락이 더 훼손된 셈이다.
그래서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기고 했다.
이제는 언론도 무력하다. 특히 지방언론은 아예 대찬성이다.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돌탑..
시그러운 광음에도 불구하고
영문도 모르는 달맞이꽃은 그저 싱글벙글이다
예전의 OK목장으로 보이지만 삭막하다
농장위에도 산골 주민이 살고있는 집 뒤에도
발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간다. 아마 대부분 주민들은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지붕위에서 시끄럽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소리에 살 수가 없었을 테니..
영양군은 풍력발전단지가 완공되면
유지 관리에 필요한 연간 200여명의 지역주민을 채용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한우, 양떼목장 등 인근 자연경관과 어울려 풍력발전단지에
해맞이공원 조성, 산나물채취 체험장, 산악마라톤 코스 개발, 은퇴자 도시건설 등
사람들이 사계절 즐겨 찾을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사업 내용은 거창해 보인다.
그러나 환경파괴가 뒤따르는 개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
뒤를 돌아보니 좌측으로 멀리 일월산이 아는 체를 한다.
터벅터벅 임도길을 걷는다.
억새 너머로 산마루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영해 방향이다.
영해 형제봉 능선 같기도 하고.. 바람은 저 골을 타고 넘어와 발전기를 돌린다.
겨울에는 이곳의 바람이 대단하다고 했지만 오늘은 고요하다.
살수차가 한바탕 물을 뿌리며 지나간다.
마음속의 먼지를 씻으라는 듯이.. 그때, 좌측 산쪽으로 리본이 손짓을 한다.
사진으로 낯익은 기다란 나무 정상석이 보인다. 올라선다.
반틈 잘려나간 맹동산 정상부
멀리 백암산과 지나온 마루금이 하늘에 닿아있고
가야할 마루금도 시야에 들어온다. 조망이 좋은 곳인데 보이는 것은
잘려나간 산의 흉칙한 모습이 더 크게 다가온다.
<해발 807m 맹동산에서 바라본 주왕산 방향>
절개지 위에는 겨우 정상석이 앉을 공간만 남았다.
'노랑무늬붓꽃 보금자리'라는 작은 안내판이 쓸쓸하다. 전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자생한다는 노랑무늬붓꽃은 환경보호식물이자 멸종위기 2급식물이다.
그 군락지가 있는 정상부의 반틈은 도로를 개설하면서 잘려나갔다.
그 도로 위에는 지금도 공사차량이 다니고 살수차와 덜덜거리는 불도져도 다닌다.
이것이 녹색산업이라니.. 어이가 없다.
임도 때문에 가야할 마루금이 가늠되지 않는다.
마루금은 도로가 차지하고 있고 멀리 주왕산 라인이 시야에 들어온다.
앞으로도 임도길을 30여분 더 걸어야 발전단지를 벗어날 것이다.
임도 삼거리에 도착하니 씁쓰레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진다. 이제 풍력발전단지는 끝이나고 정맥길은 전방의 마지막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지점에서 좌측 산길로 이어진다.
리본들이 머리위에서 반긴다.
아! 숲이다. 무엇에 쫓기듯이 얼른 숲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내가 산짐승도 아닌데 숲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평산지기'님의 리본이 반갑기만 하다.
파헤쳐진 산자락에도 가을이 오고 단풍이 든다.
<폐 헬기장인 봉화산>
봉화를 올리던 곳이었는데
축대를 쌓아만든 봉화대의 흔적이 뚜렸하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연기를 피워올려
나라의 위기를 알렸을 것이다. 지금 이 환경의 위기는 무엇으로..
지난번 구간과는 달라서 오늘은 능선이 부드럽고
고도차가 심하지 않아서 걷기는 좋다. 창수령에서 황장재까지 30여km에 이르지만
대부분 하루에 진행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명동산(812m)에서 뒤돌아본 마루금
<명동산 정상>
뒤를 돌아보니 맹동산 풍력발전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앞으로 저곳에서 이곳 명동산까지 60여기의 발전기가 더 들어선다고 한다.
또 산마루가 깍여질 것이고..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감시 카메라가 제 역활을 해줘야 할텐데..
오늘은 꼭지도 없고, 한 분의 산객도 만나지 못했지만 외롭지는 않았다.
맑은 가을 하늘과
고운 단풍이 물든 숲길이 큰 위안이 되었기에..
<무소가 올라 앉은 박짐고개>
<포도산 갈림길>
포도산은 우측이고 정맥은 좌측으로 9시 방향이다.
삼각점과 국토지리원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여정봉>
<약 2.5km에 이르는 산불지역>
오래전에 산불이 났던 곳으로 보인다.
마사토 흙으로 덮힌 등로위로 용담이 군락을 지어 피었다.
마사토 흙길.. 드디어 멀리 주왕산 라인이 시야에 들어온다.
<빈 당집?>
이곳에서 마루금이 헷갈리는 곳이다.
당집 아래쪽 임도에도 리본이 있고 위쪽 마루금으로도 리본이 있다.
어느길로 가도 만나게 되지만..
당집에서 능선따라 가면 위의 묘지로 내려온다.
저곳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알바다. 여기 아래쪽으로 내려와야 우측으로
마루금이 이어진다. 무조건 리본에 의지해야 하는 곳이다.
고도가 550m정도 되는 지점인데 마루금 우측으로
민가가 몇 채 보인다. 정말 하늘아래 첫 동네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평화로운 산골에 풍력발전기는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자주쓴풀의 웃음이 환하다
좌측으로 멀리 황장재 오르는 도로가 보이고
중앙으로 가야할 시루봉이 오똑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황장재까지는 2시간 거리다.
꼭지 생각에.. 또 담쟁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지난번 보다 단풍 색감이 훨씬 곱고 진한 느낌이다.
<화매재>
영덕군 지품면 원전리에서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를
이어주는 917번 지방도로로 포장이 말끔하게 되어있다. 황장재에서 울치재 가는 길도
이 도로를 이용한다. 황장재까지는 1시간 40여분 걸리지만
시루봉을 넘어서면 금방이다.
<시루봉 정상>
왜 시루봉일까 생각했는데
내려와서 뒤를 돌아보니 봉우리가 시루떡같이 생겼다.
시루봉을 내려서니 편안한 솔숲길이 이어지고
다음에 가야할 대둔산과 주왕산 라인이 어서오라며 손짓한다
진보에서 영덕으로 넘어가는 34번국도 <황장재>
예전에는 자동차를 타고 이 길을 수도없이 넘었다. 출장길에도 넘었고
휴가갈 때도 이 길을 이용했지만 황장재가 낙동정맥 고갯마루인지는 몰랐다.
이래저래 오늘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낙동길이었다.
풍력발전기 또한 지면으로만 대했을 때는 녹색산업으로
호감이 갔었는데 그 현장은 너무나 달랐다. 차라리 참혹했다는 표현이 나을성 싶다.
전기를 쓰고싶지 않을 만큼..
ㅡ 끝 ㅡ 감사합니다
▲울치재-황장재 산행지도 / 출처 : 사람과 산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백두대간. 9정맥 > 낙동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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