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추억의 산행기

청량산의 가을.. 그 육육봉을 아십니까?

산사랑방 2008. 12. 24. 14:43

 

 

청량산의 가을.. 그 육.육봉을 아십니까?


산행지 : 청량산(경북 봉화군)

일   시 : 2004. 10. 24(일)맑음

산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산행코스 : 입석-응진전-산꾼의집-청량사-의상봉-자소봉-경일봉

                -청량사-입석-축융봉-입석

총 산행시간 : 청량산 5시간 30분(08:30-14:00) 거리?

                   축융봉 왕복 1시간 30분(14:10-15:40) 4.4km

 

 

 

청량사에서 바라본 금탑봉

 

 

 

축융봉에서 바라본 청량산


 


청량산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재산면. 안동시의 도산면,예안면에 위치한 도립공원이자

낙동강의 시원. 즉 태백산에서 흘러 와 외청량의 기암괴석을 끼고돌아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그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어

일명 소금강이라고 불리고 있는 명산입니다.


작년 봄에 꼭지와 다녀오긴 했지만 알을 품은 듯

절을 안은 산세의 아름다움이 가슴속 아련히 남아 있어

언젠가 단풍이 물든 가을에 꼭지와 함께 꼭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치악산종주를 계획했는데 해병대아저씨가 또 이런저런 일로 인하여

함께 산행할 수가 없다하니 혼자 가기가 뭐 합니다.

하지만 가을 문턱부터 “청량산!” “청량산!” 하며 노래를 부르는 꼭지의 소원도 들어줄 겸


못이기는 척 청량산으로 단풍구경을 떠나기로 합니다.

사실은 사랑방도 지리나 설악보다 더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종주 때와 달라 무박출발을 하지 않아도 되니 6시30분 느긋하게 출발을 합니다.

 

안동에서 청량산 가는 길은 도산서원방향의 35번 국도로 갑니다.

작년봄에는 도로변에 노란 애기똥풀이 지천에 피어 반겨주더니만

오늘은 야생화대신 풍요로운 들녘이 우리의 마음을 황금물감으로 가득 채워줍니다.


청량산 입구..

절벽을 끼고도는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을 사이에 두고

이국적인 경치의 청량산과 강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예전의 나루터를 지나니

오늘도 가벼운 흥분이 일어납니다.



청량산의 육.육봉


청량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퇴계 이황의 청량산가(凊凉山歌)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조차 아까운 청량산..”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남에게 알려지는 것조차 싫으니

퇴계 이황이 “百鷗(흰기러기) 너하고 우리 둘만 알고 있자”고

청량산가(凊凉山歌)로 노래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凊凉山 六六夆을 아는 이 나와 白鷗(백구)

白鷗야 喧辭(훤사)하랴 못 믿을 손 桃花(도화)로다.

桃花야 뜨지 마라 漁舟子(어주자) 알까 하노라.


즉,

청량산 6.6봉(12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흰기러기) 너 뿐이니

백구 너야 의젓해 시끄럽게 떠들 리가 없으니 소문 안낼 것이고

문제는 저놈의 桃花(복숭아꽃) 로다.

저 도화가 강물에 떨어지면 고깃배(어부)가 그걸 보고 육.육봉을 알까 (걱정)하노라.


▼이제 막 아침햇살이 파고들기 시작하는 청량산의 원경



하여간 그때는 청량산에 복숭아꽃이 많았나 봅니다.~^^*

어쨌든 잠시 예전의 나루터 자리에서 상념을 접고

나룻배 대신 현대식의 콘크리트 다리를  지나니

청량사일주문을 신축하는 지 건축공사가 한창입니다.


그 옆에는 전에 없던 매표소가 있고

청량산의 입장료는 주차요금 없이 일인당 800원을 받는데

아름다운 청량산의 원경을 바라보니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가 않네요.~^^*


오늘은 주차장에서 청량사로 바로 오르는 급경사의 시멘트 길로 오르지 않고

육모정을 지나 입석에서 주차하고 응진전으로 바로 초입에 이릅니다.

약간의 너덜 길로 오름이 이어지니 꼭지의 걸음은 더욱 느려집니다.


▼응진전을 오르며 바라본 들머리 주차장



 

응진전과 동풍석..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습니다.

응진전은 1300여 년 전 의상대사가 세운 절인데

응진전 뒤 절벽위에는 지금도 떨어질듯 말듯 위태위태한 한 아름 크기의

바위돌이 얹혀 있는데 <동풍석>이라고 합니다.


▼응진전과 그 뒤 절벽위쪽의 한 아름 크기의 동풍석



여기엔 재미있는 전설이 있으니

의상대사가 이 절을 창건할 당시에 달랑달랑 얹혀있는 절벽위의 바윗돌을 보고

저 아래 절을 짓기는 지어야겠는데..


“에고~@ 저 밑에 절을 지었다간 바윗돌 굴러 떨어지면 절도 부서지고 나도 죽겠다”

생각하고 올라가 아예 그 큰 돌을 땅에다 내려놓습니다.

하지만 아침만 되면 돌이 절벽위에 올라가 있고

또 내려놓으면 아침엔 또 올라가 있고 그러기를 여러 번..


“요놈 바라, 요것이 나를 뭐로 보고..” 하며 이번엔 아예 잠 안자고

밤새도록 지키고 있으니, 밤중에 바위돌이 스스로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지라

의상대사도 명세기 도인이 아닙니까?


뜻을 알아차리고 그 돌을 <동풍석>이라 이름 짓고

그 아래 응진전이란 절을 지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그 돌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제자리에 얹혀있으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응진전을 지나 금탑봉의 허리를 감아 도는 오만바람이 지나다니는 풍혈대..

오늘은 처녀 봄바람대신 가을의 산들바람이 단풍잎사이로 불어옵니다.


▼풍혈대.. 그 속으로 가을날의 산들바람이 스며듭니다.


 

풍혈대를 내려서면 청량산 최고의 전망대 어풍대입니다.

어떻게 어풍대란 이름이 명명되었는지 모르지만 가만히 그 위에 서니

보이지 않는 어가를 보는 듯 장엄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어풍대..

 

청량사를 가장 조망할 수 있는 곳

병풍 같은 기암괴석에 들러 싸인 청량사..

그 평화로움이 절로 가슴에 다가옵니다.

임금님어가의 바람인가

짜릿한 전율이 느껴지는 산사의 어우러짐


청량산 6.6봉의 기암..

응진전과 동풍석..

어풍대에서 바라보는 청량사의 아담한 풍경.

산꾼의 집..

이 모두가 청량산을 움직이는 살아있는 그림들입니다.


▼1300여 년 전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청량사의 풍경


▼어풍대에서 바라보는 병풍 같은 청량산과 그 속의 청량사


▼어풍대 맞은편의 부처님 얼굴을 닮았다는 연화봉

 

▼청량사가는 길.. 단풍터널을 지나며 꼭지는 그저 좋아 어쩔 줄 몰라합니다. 


▼청량산 연적봉아래 문수봉에 맺힌 가을 빛


▼카메라맨의 포즈


▼카메라맨 그 렌즈속의 청량사 풍경


어풍대를 지나 청량사와 경일봉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을 합니다.

역시 산사의 풍경은 조용할 때가 좋은지라 먼저 청량사에 들러

절 뒤쪽 등산로로 올라 의상봉-자소봉-경일봉으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산꾼의 집..


청량사 가는 길..

도예가 이대실선생님이 속세를 떠나 은둔(?)하고 계시는 초막입니다.

모든 등산객과 방문자에게 무료로 약차를 제공하고 계시는데

차를 마시고 컵만 닦아 제자리에 놓아두면 됩니다.


아직도 건강하신 모습의 이대실님을 뵈니 반갑기만 합니다.

가볍게 인사를 드리고 이름 모를 향긋한 내음이 코끝에 스미는 약차를

한 잔 마시며 꼭지와 잠시 쉬어갑니다.


▼도예가 이대실 선생님의 산꾼의 집


▼산꾼의 집.. 거꾸로 가는 세월의 보물창고(?)



청량사..


9월 말 경이면 이곳에서 유명(?) 가수들이 참여하는 산사 음악회가

열린다고 하는데 아쉽게 올해도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TV뉴스에서 언듯보니 황홀한 밤하늘의 산사풍경..


신부님과 수녀님, 스님이 어우러져 그 노래 소리가 청량산을 울렸다고 하는데

고운 단풍색깔만큼이나 아름다운 밤이 되었을 겁니다.

“내년에는 꼭지와 꼭 가봐야지~~@”


▼연화봉을 배경으로 잡은 노란단풍과 청량사 5층 석탑


▼이른 아침.. 고요의 정정이 감도는 5층석탑. 행여나 잠에서 깨어날까

  아침햇살이 훔쳐보듯 금탑봉 너머로 고개를 내밉니다.



이제 청량사를 뒤로하고 의상봉-자소봉으로 오르기로 합니다.

청량사 뒤쪽으로 지 능선에 오르기까지는

30여분 가파른 길을 치고 올라야 합니다.


지 능선에서 좌측으로 의상봉까지는 1.2km 40여분 거리이고

좁고 험한 협곡을 오르락내리락 두어군데 땀깨나 흘리며 통과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꼭지는 전망 좋은 능선에서 그냥 기다리겠다 하니 사랑방 혼자 의상봉으로 향합니다.


오늘 같은 날 해병대가 있으면 좋은 동무가 델 터인데..

에궁~~@ 복도 지지리도 없네..

혼자 푸념하며 좁은 협곡으로 철사다리를 내려섭니다.


▼의상봉 가는 길에 바라본 학을 닮은 선학봉.


선학봉 능선 길은 오를 수 없는 암벽이라 우회 길로 로프를 타고..

그것도 모자라 철사다리를 내려서니 끝없이 아래도 이어집니다.

“어어~~ 이건 하산로가 아닌가?“ 백할까 어쩔까 망설이다 그냥 계속 내려서니

우측사면으로 다시 등로가 이어집니다.



▼의상봉 가는 길의 좁은 협곡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청량산의 주봉인 의상봉(870m)


▼의상봉에 세워진 청량산 12봉의 안내도


 

의상봉을 내려와 다시 백하여 자소봉으로

낙엽이 소복히 쌓인 등로를 밟습니다. 의상봉에서 자소봉까지는

1시간여 거리이며 마지막 경일봉까지는 1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능선길 상수리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없으나

곳곳에 단풍나무가 유난히 붉은 색깔로

마지막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좌측의 연화봉과 우측 향로봉


▼마치 붓을 뽑은 듯 한 탁필봉(문필봉)을 보니 선비의 기개가 느껴집니다.


▼경일봉 가는 길의 단풍터널인데 꼭지의 걸음과 소복히 쌓인 낙엽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돌아본 자소봉에 빼곡히 올라선 등산객의 모습


▼자소봉의 풍경이 아름다워 또 돌아보며..

 


경일봉을 내려와 다시 청량사에 들릅니다.

서쪽으로 기우는 금빛 햇살이 비치는 금탑봉과 5층 석탑이 또 보고 싶어..

역광이 비치는 아침과는 또 다른 전망이라 그 황홀함에 넋을 잃습니다.


▼오후에 다시 찾은 청량사 5층 석탑과 햇살이 가득찬 단풍이 물든 금탑봉

 



청량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축융봉.


입석에 내려와 집으로 바로 갈까 어쩔까 망설이다

언제 또 이러한 기회가 오게 될지 모르고 그냥 가기가 맹송해

배낭은 차에 내려놓고..


혼자 털럭털럭 축융봉을 답사하기로 합니다.

등산로가 능선으로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웬걸

지프차가 다니는 끝없는 지루한 임도 길로 이어집니다.


▼축융봉오르는 길의 걷기 싫은 지루한 임도



기다리는 꼭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 빠른 걸음으로

1.3km 정도 30여분 헥렉거리며 오르니 임도 우측으로

축융봉 900m 이정표가 나오는데 임도는 공민왕당(200m)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임도를 버리고 우측으로 올라 억새군락지를 지나고

약간의 오름을 오르니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지 능선에 이릅니다.

전망도 트이고 이제야 전형적인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10여분 능선의 낙엽을 밟으며 청량산의 전모(?)를 감상하며 축융봉에 오릅니다.

외청량을 끼고도는 강물과 멀리 고랭지 채소밭이 한눈에 들어오고

청량산의 6.6봉중 이곳 축융봉을 제외한 11봉우리..


아련히 작은 새의 깃털처럼 보이는 청량사.

금탑봉 단애의 절벽을 지키며 외로움에 떠는 응진전과 동풍석..


오늘은 종주산행 대신

청량산의 그 비경을 바라보며

가을날 따스한 햇살보다 고운 단풍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축융봉에서 바라본 조망


▼축융봉에서 바라본 청량산의 풍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