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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사계4부(종) '한 마리 새가 되어'

산사랑방 2009. 6. 14. 08:42

 

 

백두대간의 사계 4부(종) '한 마리 새가 되어'

31~37구간(대관령~진부령)

 (2008. 9. 21. ~ 2009. 6. 7.)

 

 

2008. 9. 21. 

 덕유산에 이어 두 번째의 가을

그 가을은 대관령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풍이 아름다운 오대산에서의 가을맞이는 대간의 백미였다.

물론 오대산에서 가을을 만나기위해 강행군을 한건 사실이지만 한없이 기뻤다.

밤새도록 운전을 하고 달려와 꼭두새벽에 산행을 시작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

 

 

 

 

어디서 그러한 열정이 솟았는지 자신도 의아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대간병'이라며 간단히 일축해 버리지만

자신을 어딘가에 그토록 몰입시킬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었다.

 

 

 

 

대관령부터는 곳곳이 금지구역이라 산행이 쉽지 않았다.

가을이라 단속은 더욱 심해졌다. 대관령-진고개구간은 감시초소의 눈을 피해 남진을 하기로 했다.

소황병산 초소를 8시전에 통과하기로 하고 진고개에서 4시 50분에 출발했다.

이른새벽, 처음 올랐던 노인봉에서의 조망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소황병산의 광할한 초지와 매봉능선의 구절초군락지에서는

그 이국적인 풍경에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세상에서 어떤 화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 그림같은 풍경들이 눈 앞에 현실로 펼쳐졌을 때

우리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때의 가슴시린 풍경은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매봉 사면의 구절초>

 

 

 

<선자령의 벌개미취>

 

 

 2008. 9. 28.

밤12시30분에 대구를 출발하여

진고개까지 300km를 달려와 5시10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일출 1시간전, 동이 틀 무렵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미친짓이라고 할테지만 대간꾼에게는 그냥 일상에 불과했다.

무엇이 그렇게 노도와 같은 열정속으로 빠져들게 하였을까..

지금 생각하면 山과 우리는 하나였을 것이다.

서로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동대산~두로봉~구룡령 구간에서는

큰 조망은 없었으나 산길이 참 아름다웠다.

숲은 마치 수목전시장을 방불케 했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나니

저들도 영혼이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너머 간간이 비쳐드는 설악의 장대한 능선들..

정말 다시가고픈 산길이었다.

택시비를 8만이나 내놔라 할 만큼 차량회수도 힘들고 어려운구간이었지만

한 구간을 이어갔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2008. 10. 5.

구룡령에서 조침령구간은 오대산과 설악산 중간지점에 있었다.

국립공원이 아니어서 마음편하게 산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난번 구간처럼

별다른 조망은 없었지만, 대신 단풍이 아름다운 숲길이었다.

 고운 단풍과 유순한 길 위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백두대간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숲길이 아니었나 싶다.

나무들은 5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가을잔치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 꼭지가 있었다.

정감록이 기록한 은둔의 땅, '3둔4가리' 그들을 품에안으며

힘차게 북으로 달리는 대간길을 걸었다. 

 

그 아름다운 길 위에서 서울서 내려온 코카콜라 대간팀을 만났다.

꼭지와의 신혼생활,  젊은시절의 직장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지난 추억에 젖기도 했다.

 

 

 

 

 

이 목계단을 내려서면 조침령,  다음 구간은 점봉산

 

 

2008. 10. 12.

점봉산 또한 금지구역이라 산행이 힘들었다.

그래서 점봉산 대신 설악산 공룡능선을 먼저 타기로 했다.

 

 

 

< 설악의 끝청 오르는 길에 뒤돌아본 점봉산 >

 

꼭지의 체력을 고려하여 환계령에서 미시령구간을 두 번으로 나누어서 하기로 했다.

먼저 공룡을 타고 마등령에서 소공원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새벽3시에 한계령을 출발했는데도 등산로에는 산꾼들로 인산인해 였다.

 

 

 

  < 귀때기청봉과 가리봉 >

 

"가을에는 절대 설악산에 안 갈거야." 하고 꼭지가 혀를 내둘럿다.

그만큼 한계령에서 올라서는 등산로에 정체가 심했다.

'산거북이'카페 방장님이 동행을 해주어 큰 힘이 되었고 희운각에서는

원호님과 진아우 대간팀을 만나서 반가움의 포옹을 했다.

  

 

 

 

가야할 공룡능선과 황철봉..

그 다음은 진부령, 드디어 대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1275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신선봉>

 

 

 

<공룡능선에서 바라본 대청과 중청>

 

 

 

< 마등령에서.. 뒤돌아본 공룡능선과 대청에서 흘러내리는 화채능선 >

 

  

2008년 10월 25일 토요일

겨울이 다가올 즈음 2주만에 다시 한겨령을 찾았다.

지난번에 남겨두었던 점봉산과 황철봉구간을 이틀에 걸쳐 끝내기로 하고

이틀간 휴가를 내고 가긴했지만 두 구간 모두 금지구역..  

 

 

 

 

점봉산은 곰배령의 야생화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꽃 피는 봄에 점봉산을 찾고 싶었지만 세상사 다 뜻대로 되면 사는 맛이 없을 것이다.

점봉산은 남한 자생식물의 보고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존구역으로 

산림청의 허가를 받아야지 입산이 가능한 곳이다.

 

 

 

 

 

새벽의 어둠을 이용해 한겨령에 숨어들었는데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주위가 어둡고 너무 긴장한 탓인지 들머리를 찾지못해 10여분을 헤매었다.

이른 새벽이라 체면불구하고 진아우에게 전화하여 

들머리를 찾아 산문에 들었다. 또한 공단직원이 상주한다는 단목령을 통과하기 위해

대간 교본(?)에도 없는 계곡트래킹까지 감행하였다.

 

 

 

< 망대암산의 기암 >

 

 

 

 < 점봉산에서 바라본 곰배령 방향 >

 

 

 

< 겨우살이 가족과 대청봉 >

 

 

빨치산처럼 숨어든 점봉산

그래도 산은 어줍잖은 산꾼을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었다.

대청봉이 빤히 보이는 능선에는 겨우살이가 군락을 지어 살고 있었다.

겨우살이 꽃은 그때 처음 보았다.

조침령에 내려설 때는 무지개까지 따라와서 전송해 주었으니

진정 축복받은 산행이 아닐 수 없었다.

 

 

 

< 무지개의 환송을 받으며.. >

 

 

이제 황철봉만 끝내면

진부령은 아무때나 떠날 수 있어서 마음이 홀가분 할 것 같았다.

다음날 26일 일요일, 미시령에서 황철봉을 오르려 했으나 공단의 끈질기고 입체적인 단속때문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황철봉! 정말 가슴이 아팠다.

 

 

 

< 황철봉 대신 찾은 늦가을의 십이선녀탕>

 

 

 

 

그냥 되돌아 갈 수가 없어서 미답지였던 십이선녀탕계곡에 들었지만

아름다운 계곡의 풍경도 제대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안산을 거쳐 장수대로 넘어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복숭아탕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산불경방이 해재되는 다음해 5월을 기약하며..

...................

 

 

2009. 5. 24. 

긴 겨울이 가고 드디어 꽃피는 5월이 왔다.

7개월만에 다시 떠나는 대간길 가슴은 설레이고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미시령은 여전히 단속이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야간을 이용해 미시령에서 마등령으로 남진을 선택했다.

03:30 미시령 고갯마루

택시에서 내리니 감시초소에는 이미 직원이 출근해 있었고 

소름끼치는 밤안개까지 우리를 덮쳐왔다. 그렇다고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가 없었다.

 

 

  

<1318봉 너덜길에서 뒤돌아본 미시령을 넘나드는 운해>

 

속초방향의 절개지옆 사면으로 붙어 서쪽을 향해 치고오르면 마루금에 닿을 줄 알았다.

무모하고 위험한 판단이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길을 찾지못해 동이 틀때까지 숲속을 헤매고 다녔다. 대간하면서 그런 고생과 긴장은 처음이었다.

밤안개속의 사투.. 도망다니는 빨치산이 그러했을까..

그런데, 날이 밝을무렵 길이 불쑥나타났다.

그 반가움이란..

그리고 햇살이 비쳐드는 산정에 올랐다. 그때의 가슴벅찬 감동을

어찌 글로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울산바위>

  

 

 

<마등령에서 뒤돌아본 황철봉 방향>

 

 

 1318봉의 너덜은 장관이었다.

사진에서 많이 보아온 터라 낯설지 않았지만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크고작은 바위로 된 너덜은 마등령까지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했으며

꼭지와 무사히 마등령에 안착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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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7. (일)

대간 마지막날.. 아니 새로운 시작이었는지도 몰랐다.

또 미시령을 찾았다. 행운이었을까..

그날은 공단직원들이 출타중이어서 가볍게 미시령을 올라 마루금을 밟았다.

대간을 하다보니 이런날도 있구나 싶었다. 조망이 없는 대신에

하루종일 운무가 동행을 해주며 비경을 연출했다.

 

 

 

 

신선봉에서 펼쳐지던 아름다움..

우리의 산하가 너무나 위대하게 보였고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졌다.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이 세상 종말이 온다해도 그들만큼은 이 땅에

존재하게 하고 싶었다.

 

 

 

<신선봉>

 

 

 

<백두대간 진부령>

 

 

 

 

 

  

 

진부령에 내려서니 기분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물론 시원섭섭한 것도 있었지만 지나온 길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추억을 되새겨 주었다. 새들의 마음이 그러할까..

비우고 또 비워 마음것 하늘을 나르는 기분이 들었다.

 

 

ㅡ 끝 ㅡ   감사합니다.